[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한겨레가짜뉴스피해자모임(한가모)은 <한겨레>가 동성애·이슬람 관련 가짜 뉴스를 유포해 온 사람으로 지목한 사람들이 만든 모임이다. '가짜 뉴스 공장'이라고 지목된 에스더기도운동본부(에스더) 이용희 대표와 교계 반동성애 운동에 앞장섰던 길원평 교수(바른성문화를위한국민연합), 염안섭 원장(수동연세요양병원), 한효관 대표(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 김지연 대표(한국가족보건협회) 등이 포함돼 있다.

한가모는 <한겨레>가 가짜 뉴스라고 규정한 것들 중 동성애 관련 부분을 반박하는 글을 10월 3일 블로그에 공개했다. 반박한 내용은 총 11개로 <뉴스앤조이>는 한가모가 제시한 근거 자료를 중심으로 이들의 주장이 얼마나 사실에 근접한지 하나하나 살펴봤다.

<뉴스앤조이>가 차례로 팩트를 체크하는 중에도 한가모는 다시 <뉴스앤조이> 기사 내용이 오히려 가짜 뉴스라고 지적하는 글을 올렸다. 특히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개신교·교회·목사가 핍박받을 것'이라는 주장과 '에이즈 원인은 동성애'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장문의 글을 올려 반박했다.

차별금지법과 관련한 내용이 사실이라는 주장의 근거로는 이전처럼 해외 사례를 언급했다. 한가모가 10월 23일 올린 '가짜 뉴스를 계속 생산하는 뉴조의 이은혜 기자는 기자로서 자격이 없다'는 글을 보자. 한가모는 이 글에서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동성애는 죄라고 설교하면 잡혀간다는 것은 사실"이라 주장하며 영국과 스웨덴 예를 들었다.

한가모의 해명을 분석한 기사에서도 설명했지만, 그동안 한국에서 발의됐던 차별금지법안에는 표현 자체를 제한하는 내용은 없다. 고용·서비스·교육 등 실생활에서 성적 지향을 이유로 차별을 가하면 안 되고, 만약 차별 행위를 신고했을 때 이를 이유로 또 다른 불이익을 가하면 그때는 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반동성애 활동가들은 그동안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동성애는 죄라고 설교하면 잡혀간다"며 공포심을 부추겼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하지만 한가모는 해외 다양한 나라의 사례를 섞어 한국에서도 그런 일이 발생할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영국과 한국의 차별금지법이 같은 법이 아니라는 것은 누차 설명했으니, 이번에는 스웨덴의 예를 살펴보자. 한가모가 제시한 스웨덴 관련 부분은 다음과 같다.

2004년에 스웨덴 법원은 '교회에서' 동성애는 죄라는 설교를 한 오케 그린(Åke Green) 목사에게 증오언론금지법을 적용해 징역 1개월의 실형을 선고하였다. (AVE MARIA INTERNATIONAL LAW JOURNAL, ISSN 2375-2173 Fall, SAME-SEX MARRIAGE: A TRUE THREAT TO THE FREE EXERCISE OF RELIGION, Doug Christensen)

한가모는 근거 자료로, 플로리다주에 있는 가톨릭 계열 아베마리아법과대학의 더그 크리스텐슨이라는 사람이 작성한 글을 제시했다. 이 글의 취지는, 동성 결혼이 기독교인의 자유로운 종교 활동 권리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한가모는 2004년 스웨덴의 오케 그린 목사가 징역 1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고만 설명하고 말았지만, 그린 목사는 징역을 살지 않았다. 그린 목사가 1심에서 징역 1개월을 선고받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이 대법원에 상소했으나, 2005년 11월 무죄가 확정됐다.

오케 그린 목사는 단순히 '동성애는 죄'라고 설교한 것이 아니다. 그린 목사는 2003년 7월, 자신의 교회에서 '성경이 동성애를 어떻게 보느냐'는 주제로 창세기·로마서·고린도전서 등을 설명했다. 그는 동성애를 가리켜 "성적 비정상인들은 사회 전체에 깊게 박힌 종양과 같다. 주님은 성적으로 왜곡된 사람들이 동물을 강간할 것을 아신다"고 말했다.

스웨덴 검찰은 오케 그린 목사가 형법 16조 8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공공장소에서 "의도적으로 성명서나 발언을 통해, 특정 집단에 위협을 가하면 안 된다"는 조항이다. 이 법을 어기면 벌금이나 최대 징역 2년에 처할 수 있다. 이 발언이 '형법'의 적용을 받았기 때문에 처벌 대상이 된 것이다.

그러나 스웨덴 대법원은, 오케 그린 목사가 교회에서 특정 집단을 혐오하는 발언을 한 것은 맞지만, 그가 종교적으로 믿는 바를 자유롭게 이야기할 권리가 '유럽인권보호조약'에 보장돼 있다고 판단했다. 유럽연합에 가입돼 있는 국가에서는 그 나라의 사회 법보다 유럽인권보호조약을 상위법으로 보기 때문에, 오케 그린 목사에게 표현의자유와 자유로운 종교 활동을 할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이라고 봤다.

당시 이 사례를 두고 스웨덴에서도 찬반 논쟁이 일었지만, 결과적으로 오케 그린 목사는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가 위반한 법은 형법이었다. 한국의 차별금지법과는 성격이 다르다. 한국에서 발의된 차별금지법은 형법이 아니다. 단순히 교회에서 "동성애는 죄"라고 말한다고 잡아가거나 처벌할 수 없다. 그럼에도 한가모는 스웨덴의 경우를 한국에 대입해 자신들이 옳다고 반박했다.

오케 그린 목사는 교회에서 동성애자 그룹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징역 1월을 선고받았지만 최종적으로 무죄판결을 받았다.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에이즈와 관련해 제시한 내용 중에는 한가모가 원저자 의도와 다르게 자료를 재해석해 자신들 주장에 끼워 맞춘 것도 있었다. <뉴스앤조이>는 한국교회에 "에이즈의 원인은 동성애"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데, 이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며 한가모도 창립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사실을 염두에 둔 발언을 했다는 내용을 10월 8일 보도했다.

한가모는 10월 12일, 이 기사를 재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뉴스앤조이>는) 특정 국가에서는 HIV 바이러스 감염의 주된 경로가 이성 간 성 접촉이 우세하다는 통계도 있다는 것을 근거로, '동성애와 에이즈의 밀접한 관련성'을 반박하였다. 이러한 반박은 HIV/AIDS의 발생 양상 변천 과정에 대해서 잘 모르고 하는 것이다. 아래 표에 있는 것처럼 HIV/AIDS의 발생 양상은 통상적으로 6단계를 거쳐 변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내용은 질병관리본부 공문에도 있었던 것이다"라고 썼다.

한가모가 근거로 제시한 자료를 보자.

* HIV/AIDS의 발생 양상 변천 과정(Heidi J Larson & Jai Prakash Narain. Beyond 2000 responding to HIV/AIDS in the new millennium.)

○ 1단계(first wave): 주로 남성 동성애자들 간 성 접촉을 통해 확산되는 단계
○ 2단계(second wave): 주사기를 공동 사용하는 마약 중독자들에서의 감염 사례가 급증하는 단계
○ 3단계(third wave): 직업여성들의 감염이 뚜렷이 증가하는 단계
○ 4단계(fourth wave): 직업여성들과 성 접촉을 한 일반 남성들에서 광범위하게 유행되고 있는 단계
○ 5단계(fifth wave): 직업여성들과의 성 접촉으로 감염된 일반 남성들의 배우자 또는 파트너들의 감염 사례가 늘어나는 단계
○ 6단계(sixth wave): 감염된 산모들로부터 출생한 신생아들에서의 감염 사례가 빈번해지는 단계

한가모는 이 자료를 근거로 한국이 1단계에 있으며, 만약 "이성 간 성 접촉에 의해 에이즈가 확산되고 있다면 HIV/AIDS의 발생 양상 변천 과정이 1단계가 아니고, 4단계 이상이 되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 에이즈가 아직 남성 동성애자들에게 집중되어 있음이 보건적으로 나쁘지 않은 자료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자료를 억지로 부인하고 이성간 성 접촉에 의해 확산된다고 주장하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마도 (<뉴스앤조이>가) HIV/AIDS의 발생 양상 변천 과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하는 주장인 것 같다"고 했다.

이 자료는  2013년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국가 에이즈 관리 사업 평가 및 전략 개발>에 등장하는 표다. 원자료는 세계보건기구 동아시아사무국 소속이었던 하이디 라르슨과 제이 프라카쉬 나레인이 작성해 2001년 발표한 <새천년 시대에 HIV/AIDS를 향한 응답>이라는 보고서다.

보고서 저자들은 HIV/AIDS 감염인이 처음 목격되기 시작한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태국 HIV/AIDS 환자들의 감염경로를 파악했다. 이후 시기별로 어떤 집단에서 HIV/AIDS 감염인이 주로 목격되는지 양상을 분류했고 이를 보고서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2000년대에는 어떻게 HIV/AIDS 대응 계획을 세워야 하는지 설명했다.

<새천년 시대에 HIV/AIDS를 향한 응답>에 나오는 '변천 과정'이라 함은, 꼭 1단계에서 2단계, 3단계를 단계적으로 밟아서 HIV 바이러스가 전파된다는 뜻이 아니다. 특정 시기에 어떤 감염경로로 HIV/AIDS 감염인이 급증했는지 정리한 것이다. 제일 처음 HIV/AIDS 감염인이 남성 동성애자 집단에서 발견됐고, 이후 마약중독자들 사이에서도 발견됐고, 그 이후에는 성매매하는 여성들 사이에서 발견됐다는 것이다.

동성애와 에이즈의 인과관계를 주장해 온 것도 한국교회 반동성애 진영 활동가들이다.

게다가 이 표를 한국에 소개한 인하대학교 이훈재 교수는, 이 보고서 8페이지에서 "역학조사 결과만 놓고 본다면 우리나라는 HIV/AIDS 역학적 변천의 4단계와 5단계 사이에 걸쳐 있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한국에서도 감염된 직업여성들과의 성관계로 HIV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HIV 바이러스 감염의 주된 경로가 남성 간 성행위라는 것은 맞는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에이즈의 원인은 동성애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나라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고 그에 따라 주요 감염경로가 다르기 때문이다. 안전하지 않은 남성 간 성관계를 하는 이들 사이에서 HIV 바이러스가 더 쉽게 전파되는 것도 맞지만, 동성애를 범죄로 여기는 이슬람 국가에서는 이성 간 성관계 혹은 모자감염이 훨씬 많다.

이훈재 교수는 10월 22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이 변천 과정은 HIV/AIDS에 대한 의학 기술이 부족하던 때, 주로 감염이 목격되는 집단을 묘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한국은 (주사로) 마약을 사용하는 사람이 다른 나라보다 적기 때문에 성매매 여성들 사이에서 발견되는 게 먼저였다. 이것 또한 치료 약이 발달하기 전인 1980년대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과정을 관찰해 기술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현재 HIV/AIDS는 우리가 알고 있는 성 접촉 질환 중 사망률이 제일 낮다. 의학 기술의 발달로 쉽게 전파되거나 치명적이지도 않다. 에이즈에 전혀 관심 없던 진영에서 동성애를 혐오하기 위해 1980년대 논리를 그대로 들이대면서 힘든 삶을 살아가는 에이즈 환자를 능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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