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일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규탄 집회에는 70여 명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에이즈를 예방해야 한다', '청소년을 에이즈로부터 지켜야 한다'는 말에 동의한다. 그러나 당신들처럼 공포를 조장하고 감염에 취약한 사람들을 혐오하는 방식으로는 절대 에이즈를 예방할 수 없다. (유엔 산하단체) UNAIDS는 성소수자나 (HIV/AIDS) 감염인에 대한 사회의 낙인찍기가 에이즈 확산 요인 중 하나라고 말한다. 성경만 읽지 말고 UNAIDS의 권고도 읽어 보라. 성경에 없는 가르침이 있다."

[뉴스앤조이-장명성 기자] 세계에이즈의날(12월 1일)을 맞아 열린 'HIV/AIDS 혐오·차별 규탄 집회'에서 개신교 반동성애 진영을 향한 뼈아픈 충고가 흘러나왔다.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 윤가브리엘 대표는 만성질환으로 볼 수 있는 병을 '죽음의 병' 취급하며 공포를 조장하고 있는 개신교 반동성애 진영을 규탄했다.

HIV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된 40년 전과 달리, 지금 HIV/AIDS는 죽음의 병이 아니다. 그러나 감염인을 향한 혐오와 낙인은 예전과 다르지 않다. 개신교 반동성애 진영은 'HIV/AIDS와 동성애의 연관성'을 끊임없이 강조하며 성소수자와 감염인을 낙인찍고 있다.

한국 HIV/AIDS감염인연합회 KNP+가 2016년 감염인 1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HIV 낙인 지표 조사'에 따르면, '특정 종교 단체의 행태를 통해 HIV/AIDS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크게 느끼고 있다'는 응답 비율이 63.5%다. 조사 보고서에는 "한국 사회의 특징적인 측면으로서, 특정 기독교 단체들이 보이는 감염인과 동성애에 대한 공격적인 태도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쓰여 있다.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차별금지법제정연대·세계인권선언70년인권주간조직위원회는, 잘못된 HIV/AIDS 인식을 개선하고 감염인을 향한 혐오·낙인을 규탄하기 위해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서는 성소수자·감염인 낙인찍기에 앞장서는 개신교 반동성애 진영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김정빈 의장은 '가짜 뉴스'가 감염인들의 생존권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김정빈 의장은 개신교 반동성애 진영이 차별금지법과 인권조례를 반대하며 HIV/AIDS 감염인과 성소수자에 대한 가짜 뉴스를 퍼트리고 있다고 했다. 가짜 뉴스는 사회적 소수자에게 비난의 화살을 겨누도록 유도하고,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했다.

'동성애자의 문란한 성행위 때문에 에이즈가 퍼지고, 치료 비용을 부담하기 위해 국민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는 주장에서 개신교 반동성애 진영의 혐오가 그대로 드러난다고 했다. 김 의장은 "성소수자를 문란한 성 중독자로 보고, HIV/AIDS 감염인은 문란한 성행위 때문에 벌 받은 사람들이라는 낙인을 찍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빈 의장은 "초기 대응이 중요한 감염인들은 이 같은 낙인이 두려워 검사를 기피하게 된다. 에이즈 검사율은 낮아지고, 진단이 늦어질수록 병은 악화한다. 가짜 뉴스로 형성된 낙인이 감염인들의 생존권까지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공포와 혐오는 예방에 효과적인 수단이 아니다"고 말했다.

무지개행동 캔디 집행위원은 성소수자 혐오와 감염인을 향한 낙인이 연결돼 있다고 했다. 그는 "동성애 혐오와 HIV/AIDS 혐오는 다르지 않다. 혐오 세력은 '동성애가 에이즈와 연관 있다'는 말로 감염인·성소수자를 향한 낙인을 강화한다. 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편견·혐오를 지우는 일은, 감염인의 인권뿐 아니라 성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일이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이 "에이즈 혐오를 멈춰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의료인이자 에이즈환자건강권보장과국립요양병원마련을위한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는 김대희 씨는 HIV/AIDS 신규 감염이 증가하는 또 다른 이유로 '의료 차별'을 꼽았다. 감염인을 향한 한국 사회의 차별과 혐오가 병원 내에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병원의 의료 차별 때문에 병원을 찾지 못하고 감염 사실을 발견하지 못하는 감염인들이 있다고 했다.

김대희 씨는 "병원이 진료를 거부하고, 감염 사실을 누설하는 등 사회와 다르지 않은 시각으로 HIV/AIDS 감염인을 대하고 있다. 감염인을 환자로 보지 않고, 질병을 전파하는 존재로 보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감염인이 병원을 찾아가기란 쉽지 않다. 의료인들이 가진 혐오와 공포를 없애야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미류 공동위원장은 HIV/AIDS와 함께 꾸준히 살아가는 것이 혐오를 이기는 방법이라고 했다. 그는 "감염인들을 향한 혐오는 그들에게 상처를 줄 뿐 아니라, HIV/AIDS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지 못하게 하는 민주주의의 해악이다. 감염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멈추지 않고, 자신으로 살아가기를 멈추지 않는 것이 혐오와 차별을 종식하는 가장 중요한 길이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이 '차별, 에이즈 혐오, 편견, 낙인'이라고 적힌 플랜카드를 찢으며 "감염인도 사람이다, 에이즈 혐오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한편, 같은 시간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는 개신교 반동성애 단체들이 주축이 돼 진행하는 청소년 에이즈 예방 행사 '디셈버 퍼스트'가 열렸다. 조경태·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도 참석했다. 김순례 의원은 올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청소년들이 항문 알바를 하고 있다"며 개신교 반동성애 진영의 주장을 그대로 되풀이한 바 있다.

지난해 열린 같은 행사에서, HIV/AIDS 감염인 인권 활동가들이 행사 중간에 발언권을 요구하며 주최 측과 실랑이를 벌였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행사장 문에는 "'접수'한 분만 입장 가능합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적혀 있었다. 행사장에 들어서자 관계자들이 '접수하고 오셨냐'고 물었다. <뉴스앤조이> 기자라는 신분을 밝히자마자 김지연 대표(한국가족보건협회)가 나타났다. 김 대표는 "내부 논의 결과 <뉴스앤조이> 취재는 거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뒤이어 나타난 한효관 대표(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합)도 취재를 허가할 수 없다고 했다. "<뉴스앤조이>가 작년에 쓴 디셈버 퍼스트 기사를 보라. 너무 편파적이다. 법적으로 취재를 허용해야 하는 것은 알지만, 이번에는 안 된다"고 말했다. "사실관계만 그대로 쓰겠다"는 기자의 말에도 이들은 계속해서 취재를 거부했다.

디셈버 퍼스트 주최 측은 <뉴스앤조이>의 취재를 거부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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