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장로회신학대학교 목회전문대학원 박사과정 목회자 51명이 부자 세습은 인간의 탐심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명성교회의 김하나 목사 청빙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11월 7일 성명에서 "교회는 그 어떤 특정인도 사유화할 수 없다. 교회 성장을 개인의 업적으로 보거나 교회 재산을 사적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교회는 모든 행정에 투명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하나님 은혜에 기인한 공적이고 보편적인 교회여야 한다"고 했다.

이어 명성교회가 한국교회와 서울동남노회 앞에 사죄하고 부자 세습을 중단해, 그동안 잃어버린 공교회성과 거룩한 교회로서의 모습을 조속히 회복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사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최기학 총회장) 총회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들은 "총회가 이 문제를 법과 원칙에 따라 공평하게 판단해 서울동남노회 질서가 조속히 회복될 수 있게 해 주시기를 요청한다. 논란이 되고 있는 헌법 28조 6항(세습금지법)의 적용에 대하여 혼선이 일어나지 않도록 분명한 해석과 지침을 하루속히 내려 줄 것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

서울동남노회의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청빙안 처리에 대한 우리의 입장

종교개혁의 근본정신과 제102회 총회의 주제인 '거룩한 교회, 다시 세상 속으로'의 의미를 무색하게 만든 10월 24일 서울동남노회의 파행 사태에 대하여 장로회신학대학교 목회전문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목회자들은 깊은 우려와 함께 아래와 같은 입장을 밝힙니다.

1. 루터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여 암울했고 어두웠던 중세시대 종교개혁의 선각자들을 생각해 봅니다. 존 위클리프, 얀 후스, 마르틴 루터, 율리히 쯔빙글리, 장 깔뱅 등 종교개혁의 선봉에 섰던 수많은 분들은 분명 외압에 굴복치 않았으며 불의에 맞서서 오직 말씀, 오직 믿음, 오직 은혜, 오직 그리스도,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외쳤습니다. 또한 그들은 단순히 구호에 그치지 않았고, 그 참된 정신을 온 삶을 불태우는 실천을 통해 증언하였습니다. 그분들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가 있음을 고백합니다.

2. 교회는 사도 신조와 니케아-콘스탄티노플 신조(381년)의 신앙고백("우리는 하나의(one), 거룩하고(holy), 보편적이고(catholic) 사도적인(apostolic) 교회를 믿습니다")에 나타나는 것처럼 일치, 거룩성, 보편성 그리고 공교회성에 그 정체성이 있다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땅에 세워진 교회는 그 어떤 특정인도 사유화할 수 없습니다. 교회의 성장을 개인의 업적으로 보거나 교회의 재산을 사적으로 취급해서도 안 되는 것입니다. 교회는 그 모든 행정에 투명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오직 하나님의 은혜에 기인한 공적(公的)이고 보편적인 교회이어야 합니다.

3. 만일 교회가 사유화, 세속화에 빠지게 되면, 거룩함을 잃어버리고 타락하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이치입니다. 세상의 마지막 보루로서 소금과 빛이 되어야 할 교회가 오히려 세상으로부터 더 많은 질타를 받을 뿐만 아니라 여러 종교 집단 중 하나로 전락할 것입니다. 결국 맛을 잃은 소금처럼 세상에서 버려져 사람들의 발에 밟히게 될 것입니다.

4. 교회의 주인은 하나님이십니다. 그러므로 이 땅의 모든 교회는 무분별한 확대를 지양하고, 참된 부흥을 통해 오직 하나님께만 영광을 돌리는 겸손함을 회복해야 할 것입니다. 명성교회의 부자 세습은 분명 인간의 탐심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5. 명성교회는 부자 세습을 위하여 힘과 수의 논리로 일관하여 총회 헌법과 노회 규칙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여러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는 바와 같이 노회가 법과 원칙을 떠나 파행에 이르게 하였습니다. 2017년 10월 24일 마천세계로교회에서 열린 제73회 서울동남노회 정기노회가 "명성교회의 김하나 목사 청빙안"을 허락한 것은 국내외 교회뿐 아니라 한국 사회에 깊은 탄식과 실망을 안겨 줌으로써 앞으로도 교회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을 더욱 가중시킬 것입니다.

6. 서울동남노회 소속인 명성교회의 부자 세습 시도는 교회의 하나 됨, 거룩성, 사도성, 그리고 공교회성을 철저히 무시한 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내가 세운, 내가 성장시킨, 나의 희생으로 된…" 등과 같은 교회에 대한 사적 이해가 세습을 감행케 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교회의 부자 세습은 결코 선하지 않으며, 반사회적이고 불신앙적이기 때문에 이미 2013년 9월 11일 명성교회에서 열린 제98회 교단 총회에서 세습방지법이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되어 전국 노회의 수의를 거쳐서 헌법 28조 6항을 제정하였던 것입니다. 중세 로마 가톨릭의 부패와 타락이 500년 전 종교개혁의 원인이 되었다면, 이제는 그 원인의 중심에 한국교회가 자리하게 된 것입니다. 명성교회의 부자 세습은 오늘날의 성직매매 등과 함께 교회의 가장 중요한 본질을 상실케 하는 것이기에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에 장로회신학대학교 목회전문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목회자들은 총회가 이 문제를 법과 원칙에 따라 공평하게 판단하여 서울동남노회의 질서가 조속히 회복될 수 있게 해 주시기를 요청합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헌법 28조 6항의 적용에 대하여 혼선이 일어나지 않도록 분명한 해석과 지침을 하루속히 내려 주실 것을 호소합니다. 또한 명성교회는 한국교회와 해당 노회 앞에 그동안의 부끄러웠던 모습에 대해 사죄하고, 부자 세습을 중단하여 그동안 잃어버렸던 공교회성과 거룩한 교회로서의 모습을 조속히 회복할 것을 촉구합니다.

2017년 11월 7일
루터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며
장로회신학대학교 목회전문대학원 박사과정 재학생 (가나다순)

강석훈 구현철 김경호 김광수 김남균 김두순 김병호 김유태 김윤서 김익환 김종균 김호경 남대응 문국자 박성희 박지운 봉재환 석상원 소준호 손은기 송준우 유재기 유창재 윤성필 윤은석 이규상 이길원 이병은 이재룡 이정환 이중열 이철규 이현백 이 훈 임성범 임종희 장명희 전영훈 전종은 정경호 정광준 조성민 조정표 주성길 주재현 채영운 최승필 최인웅 최정기 한기석 홍융희(이상 5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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