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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빙안 반려하고 김삼환 목사와 독대했다"
[인터뷰] 서울동남노회비대위 위원장 김수원 목사
  • 박요셉 기자 (josef@newsnjoy.or.kr)
  • 승인 2017.11.03 18:50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명성교회(김삼환 원로목사)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최기학 총회장) 서울동남노회에서 차지하는 지분은 크다. 노회 연 예산 6억 원 중 명성교회가 내는 상회비가 4억 원을 웃돈다. 노회 전체 재적 수 451명 중 명성교회 소속·출신이거나 유관 기관 소속, 명성교회 도움을 받고 있는 노회원은 160~170명으로 추산된다. 평소 정기노회가 열리면 재석 수가 300명 내외니, 임원이 되거나 주요 안건을 처리하려면 명성교회 입김을 무시할 수 없다. 명성교회가 서울동남노회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유다.

김수원 목사(태봉교회)는 예장통합 총회가 세습금지법을 논할 당시부터 세습을 반대해 왔다. 교단지에 세습금지법이 필요한 이유를 글로 올리기도 했다. 그런 그를 명성교회가 곱게 볼 리 없었다. 2016년 서울동남노회 가을 노회에서 부노회장에 선출되기까지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어떤 노회원은 "개미들의 힘을 모아 김 목사를 당선시켰다"고 평한다.

명성교회는 올해도 김수원 목사가 노회장직에 오르는 것을 가만두지 않았다. 명성교회 이 아무개 장로는 73회 정기회가 시작하기 전날인 10월 23일, 김 목사를 직권남용과 직무 유기 혐의로 서울동남노회 기소위원회에 고소했다. 그리고 이를 빌미로 고소가 진행 중인 후보는 문제가 있다며, 정기회에서 노회장 승계를 반대했다. 결국 정기회는 파행됐고, 김 목사는 노회장이 되지 못했다.

김수원 목사는 동료 노회원들과 함께 서울동남노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서울동남노회비대위·김수원 위원장)를 구성했다. 이들은 총회 재판국에 소를 제기해 73회 정기회에서 벌어진 불법을 밝히고 노회를 정상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11월 2일, 경기도 광주 태봉교회에서 김수원 목사를 만났다. 그에게 당시 회의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왜 세습을 반대하고 골리앗과 같은 명성교회와 대립하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김수원 목사는 김하나 목사 청빙안을 반려했다가 노회장에 오르지 못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김하나 목사 청빙안, 
헌의위원회 만장일치로 반려했다

- 요즘 어떻게 지내는가.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총회 재판국에 소를 제기해, 서울동남노회가 이번 정기회에서 결의한 임원 선거와 김하나 목사 청빙안이 갖고 있는 불법성을 밝힐 계획이다. 비대위 목사들과 매일 밤늦게까지 토론하며 준비하고 있다. 다들 열정이 대단하다. 이제는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분위기다. 많은 분이 걱정해 주고 있는데, 동역자들이 함께하고 있어 전혀 힘들지 않다.

- 정기노회 당시 명성교회 장로들에게 돌아가면서 비판을 받았다. 노회장 승계가 이렇게 무산될 줄 예상했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정기노회 전날 고소장이 노회에 접수된 것도 몰랐다. 물론 헌의위원회에서 김하나 목사 청빙안을 다루면서, 명성교회가 나를 고발한다는 얘기는 몇 번 들었다. 정기노회 당일 오전까지만 해도 김삼환 목사가 장로들에게 노회 질서를 따르라고 말한 사실을 간접적으로 들어 알고 있었다. 그런데 개회 예배가 끝나기가 무섭게 분위기가 돌변했다. 고소장이 거론되고, 노회장 승계를 반대했다.

명성교회 입장에서는 속상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102회 총회 전, 총회 헌법위가 비빌 언덕을 만들어 주지 않았나. 하지만 헌법 조항 효력은 여전히 남아 있어 반려할 수밖에 없었다. 김하나 목사 청빙안은 나 혼자 독단적으로 반려한 게 아니다. 정상적인 회의를 거쳐서 위원들 만장일치로, 헌의위가 함께 결정한 사안이다.

- 헌의위가 반려한 김하나 목사 청빙안은 그대로 노회에서 통과됐다.

정치부가 제대로 된 심의 없이 구비 서류만 확인하고 이를 상정하고 본회의에서 그대로 가결했다는 말을 듣고 허망했다. 헌의위의 반려 사유서는 정치부로 전달도 되지 않았다. 반려가 그렇게 문제되는 행위라면, 적어도 왜 반려를 했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따져는 봤어야 하지 않을까.

일부 노회원은 안건 심의가 헌의위 업무가 아니라, 정치부와 본회가 할 일이라고 비판한다. 그런데 정치부와 본회는 법적인 하자가 있는 안건을 아무런 심의 없이 그대로 통과시켰다. 누가 진짜 직권남용과 직무 유기를 하고 있는 걸까.

노회 규칙에 따르면, 헌의위원회는 관계 서류를 심의하고 각 부서로 분류한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서울동남노회는 노회장 추대를 놓고 진통을 겪었다. 노회장 회무 진행에 반발한 노회원들이 회의장을 빠져나가고 있는 모습. 뉴스앤조이 박요셉

진짜 직권남용·직무유기한 이들은
정치부와 일부 노회원

- 명성교회로부터 당한 고소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고소장을 노회 기소위원회로 보내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혀 달라고 임원회에 요청했다. 고소장에는 이런 표현이 나온다. 내가 "혼자 고집을 부리고 교회 개혁의 선봉장인 양 착각한다"고. 나는 고의적으로 안건 심의를 지체하거나 악의적으로 상정을 반대한 게 아니다.

헌법 28조 6항에 위배된 사안이라 접수하기 어렵다고 얘기했을 뿐이고, 또 다른 헌의위원 이종순 장로(명성교회)는 관련 조항이 사문화됐다는 주장을 펼쳤다.

위원들 간 의견이 상충하면 우리가 백날 이 문제를 놓고 토론하는 건 의미없다. 헌법 해석에 이견이 있는 경우, 헌법을 해석할 수 있는 전권을 가진 총회에 질의하면 된다. 그래서 총회에 답을 구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이후 명성교회 측은 이 결의를 철회해 달라고 했다. 총회 헌법위원회가 해석을 내놓는 데까지 수개월이 걸릴지도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놓고 또 논쟁하다 안건 처리가 지체됐다. 수개월이 걸릴지도 모른다는 명성교회 우려와 달리, 헌법위는 일주일 만에 유권해석을 내렸다.

명성교회는 직무 유기와 직권남용 혐의로 나를 고소했다. 하지만 노회 규칙 13조 1항에는 "헌의위원회는 노회 관계 서류를 심의하여 처리한다"고 나와 있다. 심의하다는 말은 심사하고 토의하다는 의미다. 심사는 자세히 조사해 등급이나 당락 따위를 결정한다는 뜻이다. 헌의위가 접수 서류의 법적 요건을 따져 이에 맞지 않는 서류가 있다면 이를 반려하는 건 정상적인 일이다.

- 청빙안을 반려할 당시 명성교회는 어떤 반응을 보였나.

청빙안을 반려하고 얼마 안 돼 명성교회를 찾아갔다. 김삼환 원로목사를 독대했다. 개인적으로 옆에서 장로들이 목사님에게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을 정확하게 알리고 싶었고, 반려 부서 책임자로서 직접 말씀드리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

김삼환 목사님에게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씀드렸다. 목사님은 총회가 위헌 판단을 내리지 않았느냐고 했다. 그리고 몇몇 대형 교회가 분란을 겪었던 사례를 언급하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하셨다.

목사님에게 다시 한 번 말씀드렸다. 세습은 하나님 영광을 가리고 공교회 화평을 깨뜨리는 행위라고. 한국교회를 망가뜨리는 일이며 현재 명성교회에서는 십자가 영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직언을 올렸다.

목사님은 그저 듣기만 하셨다. 개인적으로 서운해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시종 차분하고 따뜻했다. 면담을 마치고 바깥까지 따라 나와 배웅해 주셨다.

- 김하나 목사도 만나 봤나.

정기노회 전 김하나 목사에게 만나자고 연락했다. 알겠다는 답이 왔다. 그런데 만나기로 한 날 약속을 갑자기 취소했다. 이후 지금 만나는 게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기도원에 들어가는 길이라는 문자메시지가 왔다.

지금 김하나 목사를 보면 아쉬움도 든다. 노회가 자기 때문에 분란을 겪고 있다면, 책임을 아는 이라면 어떤 입장이라도 밝혀야 하지 않을까. 전혀 그러지 않고 있다. 적어도 하나님 앞에 서 있는 사람이라면, 가족이든 교회든 좌고우면하지 말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서울동남비상대책위원회는 총회 재판국에 소를 제기해 73회 정기회에서 벌어진 불법을 밝힐 계획이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김수원 목사 집무실에 있는 목훈. 뉴스앤조이 박요셉

젊었을 때 아버지에게 다짐
"삯꾼 목사 되지 않겠다"

- 명성교회는 노회에서 골리앗과 같다. 명성교회와 대립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개인적으로 명성교회가 한국교회에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있고, 명성교회만이 할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을 잘 발휘한 부분도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모든 것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다만 법과 절차를 어기면서까지 세습을 강행하는 건 안 된다는 말이다. 누구는 두렵지 않느냐고 하는데, 나는 오히려 명성교회 중심에 하나님은 없고 사람만 있는 것 같아 두렵다.

나의 아버지는 제주도 강정 시골교회 장로였다. 마을에서 처음 예수를 믿어, 지금도 고향 사람들은 우리 가정을 '예수집'이라고 말한다. 아버지는 부모님과 형제들을 비롯해 팔촌까지 모두에게 예수를 전했다.

청년 때 아버지에게 신학대에 가겠다고 했더니 이런 말씀을 하셨다. "삯꾼 목사는 이미 쌓이고 쌓였다." 서운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아버지 말씀이 이해가 됐다. 아버지 내면에는 목회자에게 받은 상처가 많았던 것 같다. 가슴이 아팠다.

아버지 앞에서 다짐했다. "세상에 삯꾼 목사만 있는 게 아닙니다. 하나님 앞에서 제대로 된 목사가 되겠습니다." 아버지 앞에서 했던 그 말이 요즘도 생각난다. 힘들고 어려워도 하나님께 부끄럽지 않은 종이 되고 싶다.

- 이번 사태를 접하면서 어떤 생각이 드는가.

정기노회를 비롯해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나는 명성교회가 무섭게 느껴졌다. 그들에게서는 하나님이 보이지 않았다. 하나님을 의지하기보다는 사람을 의지하고, 하나님의 뜻이 아닌 원로목사 의중을 헤아려 움직이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우리 답은 김하나뿐이다"는 고백은 얼마나 무시무시한 고백인가.

이번 사태에서 목회자도 보이지 않았다. 장로들만 보였다. 정작 목회적 책임을 져야 할 이들은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하거나 침묵하고 있다. 김삼환 목사는 10월 29일 저녁 예배에서 "나는 모르는 일이다. 총회에 전화 한 번 한 적 없다. 뿔난 장로들의 일이다"고 했다. 김하나 목사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무책임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으로는 양심이 보이지 않았다. 양심이란, 주님의 마음을 품고 진리의 편에 서고자 하는 깨어 있는 영성이다. 정기노회에서 명성교회 어느 장로는 자신을 판사 출신이라고 소개했다. 그분은 나에 대한 고소장이 접수됐기 때문에, 내가 노회장이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법조인이 무죄 추정의 원칙도 모르나. 적어도 양심 있는 법조인이라면, 아무리 섬기는 교회라 해도 교회가 불법을 행하려고 한다면 이를 막아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들은 오히려 동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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