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전명구 감독회장)는 10월 27~28일 열린 입법의회에서 분립·통합 방식을 금지하는 일명 '변칙 세습 방지법'을 가결했다. 2012년 교단 중 최초로 세습방지법을 제정한 데 이어, 2015년에는 징검다리세습도 막았다. 이번에 세 번째로 법을 보완한 것이다.

세습을 막겠다는 교단 의지가 강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다양한 편법이 자꾸 등장한다는 방증으로도 볼 수 있다. 실제 직계 세습을 금지한 2012년 최초 입법 이후 변칙적인 세습이 줄을 잇고 있다. 최근 <뉴스앤조이>가 보도한 영복비전교회(분립·통합 세습), 검단대은교회(지교회 세습) 등 지금까지도 다양한 형태의 세습이 진행되고 있다.

감리회세습반대운동연대(감세반연)를 만들어 활동 중인 홍성호 목사(대관대교회)는, 근본적으로 감리회 세습을 막기 위해 이번에 통과된 안보다 더 강력한 세습방지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법안에도 '세습'이라는 단어조차 없다며, 알맹이가 다 빠진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홍 목사는 10월 27일, 현행법의 맹점을 보완하는 입법안을 만들어 현장 발의하려 했다. 입법의회 회원 1/3인 166명 이상의 서명을 받으면 현장에서 법안을 발의할 수 있었지만, 101명밖에 서명에 동참하지 않아 법안 발의는 무산됐다. 대신 그는 200건이 넘는 감리회 소속 교회 '세습 리스트'를 공개했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가 제보받아 공개한 한국교회 세습 현황(142건)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뉴스앤조이>는 입법의회 현장 발의를 위해 현장 서명을 받고 있는 홍성호 목사를 만났다. 세습 리스트를 만들고 일반에 공개한 이유와, 세습에 왜 문제라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인터뷰는 10월 28일 입법의회가 열리는 천안 하늘중앙교회에서 진행했다.

감리회 세습 리스트를 공개한 홍성호 목사(대관대교회).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 세습 리스트를 만들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입법의회에 상정할 장정 개정안 접수를 7월 초에 마감한다고 해서, 변칙 세습을 막자는 법안을 장개위에 제출했다. 그런데 심의 과정에서 부정적 반응이 많았다. "뭐 이런 걸 또 올리느냐"는 식이었다. 장개위원들에게 현실 감각이 없다는 판단이 들어서, 구체적인 사례를 공개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입법의회에서 (회원 서명을 받아) 현장 발의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 보충 자료로 활용할 세습 현황 자료를 작성하게 됐다. 이미 <뉴스앤조이> 기사만 봐도 감리회가 45건으로 교단 중 1등이다. 45건에서부터 시작했는데, 조사를 시작한 지 보름도 안 되어 100건이 넘었다.

10월 26일 자로 202건이 올라왔다. 이런 결과가 나올 거라고는 나도 예상 못했다. 충격을 받았다. '이게 정말 감리회 현실이구나' 싶었다. 이 리스트가 뉴스로 나갔으니 제보는 더 올 거다. 얼마나 더 있을지 모르겠다. 감리회의 큰 망신이다.

- 선후배 관계로 얽혀 있는 감리회에서 실명까지 공개하기란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것 같다.

예전에도 세습에 반대하는 여러 목사가 있었지만, 실명까지 거론하지는 않았다. 리스트 중에는 신학교 동기도 있고 존경하는 대선배 목사들도 있고, 학교 다니며 함께 운동한 후배 목사도 있다. 당연히 목회자와 교회 실명 공개에 부담이 있었다. 그러나 건수가 많아지면서 전체를 공개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실명을 공개하자 많은 사람이 '옛날 일까지 까발려서 나를 범죄자 만들어야 하느냐'고 했다. 내 의도는 그들을 범죄자로 만들려는 게 아니라, 세습을 그만하자는 거다. 이렇게 다양한 세습 유형이 있고, 그것이 상상 못할 수치이지만 쉬쉬하고 넘겨온 현실을 제대로 보자는 것이다.

교회와 목사 이름을 블라인드 처리하면 당사자들은 안심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 다 가리고 공개하는 건 공개가 아니다. (세습을) 감독까지 결재한 거라면, 개교회 문제가 아니라 감리회 내 조직적 현상이기 때문에 드러내야겠다고 판단했다. 세습을 결재해 준 감리사와 감독 이름까지 공개했다. 감독회장, 현직 감독 이름이 세습 리스트에 올라가니 외압이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마음이 너무 편안할 정도로 전화가 없다.

이 리스트 공개로, 나는 옳고 그들은 틀리다고 정죄하는 것이 아니다. 명예훼손 소송이 들어오면 받겠다. 그들의 실명을 거론해 가슴 아프게 한 것, 교단 법정에 고소하면 감당할 것이다. 감리사와 감독이 어떻게 처리할지 보겠다. 사회 법으로 고소해도 감당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벌금형 나오면 노역이라도 할 것이다. 리스트 공개에 대한 책임을 떠안겠다는 것이다.

홍 목사가 10월 27일 입법의회장 앞에서 '세습방지법 개정안' 동의 서명을 받고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 미자립 교회는 상황이 다를 수 있지 않나. 취재 과정에서 "우리는 명성교회처럼 이득을 보는 것도 없는데, 세습이라고 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목사도 있었다.

물론 그런 문제 제기는 가능하다고 본다. 나는 세습을 정의하기를 "담임목사로서의 영향력을 행사해 물적·인적으로 대물림되는 현상"이라고 본다. 큰 교회나 작은 교회 모두 예외 없다. 작은 교회라도 갈 목회자 차고 넘친다. 다른 이들이 올 수 있는데도 자기 아들 데려온 것은 민주적이지 않다. 오히려 작은 교회가 더 담임목사가 독재하기 쉬운 구조가 될 수 있다. 교인들 입장에서는 떠나는 목사를 예우해 주지 못하니까 (세습을) 용납하는 경우도 있다.

작은 교회에는 물론 연민의 정을 둘 만한 사례가 있을 수 있다. 한 후배는 나에게 전화해 "형, 나는 미자립 교회 간 거고 열심히 목회해서 미자립 교회 꼬리표를 뗐는데, (세습했다고) 비난받는 게 너무 서운하다"고 했다. "미안하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간 것 자체는 인정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 특수한 상황을 인정해 줘야 한다는 곳도 있다. 교인이 한 명도 없지만 아버지가 쓰러지셔서 부임했다는 목회자도 있었다.

예를 들어, 만나교회 김병삼 목사도 세습했다. 좋아하는 선배이고, 세습 여부와 상관없이 바람직하게 목회한다고 생각한다. 이름 올린 것에 미안한 마음도 있다. 존경받는 김우영 목사가 갑자기 쓰러지면서 은퇴를 선언했다. 교회로서는 아들을 담임자로 선택한 과정을 해명할 수 있다. 그러나 작은 교회도 그런 상황이 있을 수 있지 않나. 특수한 상황은 어디나 있을 수 있다.

- 감리회는 진보·자유적이라고 하면서도 세습이 제일 많다.

존경받는 사람들도 세습을 한다. 호원중앙교회 변승근 목사 같은 경우 1년 새 140% 넘는 성장을 했다고 알려졌다. 주위에서 "저 목사님 대단하다"고 했다. 그런데 은퇴할 때쯤 아들들을 맞바꿔 교차 세습했다. 아들들은 1년 후 떠나 버렸다.

청주 흰돌교회 임복만 목사도 존경받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충주 평안교회와 아들을 교차해 세습했다. 거기서 끝나지 않고 아들들을 재교환했다. 부자 쌍방 교차 재교환이다.

세습은 진보와 보수를 막론한다. 이해관계에 따라서 움직이는 것이다. 강명순 목사(전 한나라당 의원)의 남편 정명기 목사가, 사위와 자신의 교회를 통폐합했다. 그분은 안산 지역에서 노동운동의 대부로 불리는 분이다. 그분이 그런 결정을 할 줄 몰랐다.

단독범이면 부담이 크겠지만 (너도나도 세습하니) 다 공범처럼 되어 버린 것이다. 책임 분담하며 같이 가는 것이 구조가 되었다.

- 세습을 용이하게 하는 구조적인 문제도 존재하는가.

세습이 많은 이유는 비민주적인 의사 결정 구조에 있다. 다양한 세대, 성별, 교회를 대표하는 담임자 청빙 과정은 개교회에 있어 중차대한 일이다. 그런데 그걸 의결할 수 있는 구조가 특정 목사와 장로 지도층에만 집중돼 있다. 이런 구조가 세습을 가능하게 하는 주요 요인이다.

목회자 인사를 결정하는 구역인사위원회에는 기획위원회(장로교회 당회에 해당 - 기자 주) 위원들이 다 들어가고, 지방회 대표와 권사·집사까지 다 참여하기는 하지만, 목사와 장로의 의견이 절대적인 구조다. 구성 자체가 시대정신, 사회정의 관념에서 봤을 때 다양한 구성원 의견을 반영했다고 보기 어렵다. 청년과 젊은 교인은 아예 없다.

세습은 목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개체교회 구역인사위원회부터 시작해 감독까지 이어지는 조직적 문제다. 세습을 처벌하려면 법을 어긴 교역자만 처벌할 게 아니라, 구역인사위원회 위원들과, 구역인사위원회를 소집하고 회의를 주재하고 결재한 감리사, 최종 결재하고 후임자를 파송한 감독까지 가야 한다.

감리사는 "나 혼자 결정하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엄밀하게 따지자면 감리사가 '세습은 불법이고 문제다'라고 결재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개체교회가 적법한 과정을 거쳤으면 어쩔 수 없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감독도 같은 논리로 결재한다.

- 세습 리스트를 작성하며 든 소회가 있다면.

세습의 본질은 족벌 체제 형성이다. 세습은 친족 중심의 족벌 체제 형성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중세시대 왕위 물려줄 때 왕족 일가에서만 후계자를 고르는 것처럼 말이다. 세습 리스트 자료에 '삼도 형제'(김선도·김홍도·김국도) 얘기를 했지만, 큰 교회만 그런 게 아니다. 3대째 감리회 목회자 집안이라는 오세도 목사는 9남매가 곳곳에서 목회한다. 형제와 자식이 세습했다.

3대 세습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2대 세습도 문제없다고 하는데, 3대 세습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는가. 이미 숭의교회가 그렇게 했다.

종교개혁 500주년, 루터만 얘기할 게 아니다. 옛날 얘기하지 말고, 지금을 얘기해야 한다. 온갖 부끄러운 건 다 숨겨 놓고 현실 없는 개혁 얘기나 해서야 되겠는가. 세습이 만연한 현실을 이야기하자. 이번에 세습 리스트를 작성하며 감리회에 그 얘기를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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