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 앤 저비스, <바울과 시간 - 그리스도의 시간성 안에서 사는 삶>(도서출판100)

<바울과 시간 - 그리스도 시간성 안에서 사는 삶> / L. 앤 저비스 지음 / 김지호 옮김 / 도서출판100 펴냄 / 320쪽 / 2만 2000원
<바울과 시간 - 그리스도 시간성 안에서 사는 삶> / L. 앤 저비스 지음 / 김지호 옮김 / 도서출판100 펴냄 / 320쪽 / 2만 2000원

[뉴스앤조이-박요셉 사역기획국장] 교회에 오래 다닌 교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설교에서 '이미'와 '아직'에 관한 설명을 들어 봤을 것이다. 그리스도의 부활이 인류에게 새 시대의 문을 열었고, 약속의 날이 '이미' 우리에게 찾아왔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캐나나 토론토대학교 위클리프칼리지에서 신약학을 가르치는 앤 저비스는 바울신학을 오랫동안 탐구해 온 학자로, 그의 저서 <바울과 신학>에서 바울의 시간관을 새롭게 풀어낸다. 그는 기독교인들이 옛 시대와 새 시대 사이 영적 긴장 속에서 살고 있다는 통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저자에 따르면, 바울은 교인들이 두 시대를 중첩해서 산다고 말한 게 아니었다. 두 시대가 아닌, 그리스도의 시간 안에서만 산다는 게 바울의 견해였다. 

책은 여덟 장으로 구성돼 있다. 1·2장에서는 기존 통념인 구원사적·묵시론적 관점을 각각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구원사적 관점은 시간을 선형적이고, 순차적이며, 목적론적인 것으로 이해한다. 우리가 이미 성취된 것과 아직 완성되지 않은, 그러니까 '현재'와 '미래' 사이에 살고 있다는 시각이다. 묵시론적 관점은 악한 현시대(유한한 시간성)와 새 창조(영원한 시간성)가 동시에 존재한다고 보는 해석이다. 오직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만이 이를 경험하고 알 수 있으며, 두 시간성 속에서 살 수 있다고 본다.

3~8장은 저자가 말하고 싶은 바울의 시간관을 다룬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새 창조, 새 나라, 영생을 목표한 하나님의 구속사의 중요한 사건이라는 데 대해 앤 저비스도 동의하지만, 그는 그리스도의 부활을 단지 두 시대라는 틀로 해석하는 건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오히려 바울이 새 시대가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사는 삶, 그리스도의 시간 속에 사는 삶이 하나님이 우리에게 원하는 목표로 봤다고 주장한다. 그 논거로 그리스도 안에서 시간이 어떻게 이해되는지, 그리스도와의 연합이 구체적으로 어떤 삶을 의미하는지 여러 장에 걸쳐 서술한다. 앤 저비스의 말대로 기독교인들이 그리스도와 연합하여 살고 있다면 이런 의문이 들지도 모른다.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고난', '죄', '죽음' 같은 사건들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적어도 그것은 악한 현시대의 신호로 보기 어렵다고 저자는 말한다.  

"바울에게 '새 창조', '나라', '영생'이라는 표현은, 이 말들이 악한 현시대를 변화시키는 하나님의 구속적 임재와 활동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의심의 여지 없이 새 시대 개념이다. 이런 점에서 바울이 '새 시대'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새 시대'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은 두 시대라는 명백한 시간적 구조가 바울이 그리스도의 부활을 해석하는 틀이었다는 가정을 문제시하게 만든다." (3장 '그리스도 안의 시간 - 시대의 중첩이 아닌 시간', 111쪽) 

"바울은 그리스도의 계속되는 고난의 신비에 대해서도, 그리스도와 연합한 사람이 그와 함께 고난받아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설명하지 않는다. 이는 해석자들이(나도 포함된다) 바울의 관점에서 현시대가 신자들의 고난의 원인이라고 주장하거나 가정하기 전에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분명한 것은 바울은 신자들의 고난이 그 영의 임재 안에서, 소망으로, 영광을 아는 가운데 일어난 것으로 보았다는 점이다. 바울은 신자들이 고난 가운데 즐거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롬 5:3)." (8장 '그리스도의 시간 안에 사는 삶', 2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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