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소영, <성서 속 2인자들>(KMC)

<성서 속 2인자들> / 백소영 지음 / KMC 펴냄 / 188쪽 / 1만 5,000원
<성서 속 2인자들> / 백소영 지음 / KMC 펴냄 / 188쪽 / 1만 5,000원

[뉴스앤조이-박요셉 사역기획국장] 1등이 아니어도 괜찮다. 꼴찌여도 괜찮다. 조명받지 못하고 무대에서 내려와 주변으로 밀려나도 상관없다. 성경이 하나님과 인간이 함께 만드는 거대한 드라마라면, 그 이야기 속에는 조연과 주연의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이 빈번하다. 이 책은 우리 사회가 1등을 최고로 여기는 가운데, 성경 속 2인자 혹은 주변 인물의 모습을 조명하며 하나님나라 가치와 질서를 성찰하도록 돕는다.

저자 백소영 교수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기독교학을 전공하고, 미국 보스턴대학교에서 기독교사회윤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강남대학교에서 기독교학을 가르치며, '여성', '교회', '근대성'이라는 개념이 서로 만나는 지점을 연구하고 있다.  <페미니즘과 기독교의 맥락들>(뉴스앤조이), <살아내고 살려내고: 사이-공동체로 사는 법>(대한기독교서회), <기독교 허스토리>(비아토르), <세상을 욕망하는 경건한 신자들>(그린비) 등을 썼다.

책은 22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갈·에서·라반부터 바나바·안드레·살로메까지 신구약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을 매 장에서 한 사람씩 다룬다. 이들이 단순히 조연으로 머무는 게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얼마나 충실하게 감당하는지 재조명한다. 비극적 결말을 맞은 입다나 살로메, 용기 있는 선택을 한 야엘과 와스디, 누구보다 겸손하게 자신의 소명을 감당했던 세례자 요한의 모습은, 어쩌면 세속의 가치와 개인의 욕망에 시나브로 젖어 있을지도 모를 우리 자신을 비춰 주는 거울이다.

물론 '모든 가해자를 말뚝으로 박아 죽여야 한다'는 교훈을 얻으려고 야엘을 묵상한 것이 아닙니다. 현대인이 읽기에 잔인하고 불편한 이런 묘사들은 삶의 환경이 너무나 다른 시간과 공간의 거리에 있으니, 문자를 그대로 적용하면 큰일납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위기 상황을 모면하고 공동체적으로는 주변 인물들을 물리적 폭력으로 억압했던 장수를 제거한 이 사건은 야엘의 결단으로 가능했음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 여전히 세상은 사람을 위계의 순서로 나누지만, 하나님 안에서 늘 기도하는 사람은 위기의 순간에도 나를 지키고 여호와께 영광이 되는 일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그 지혜와 용기를 간구하며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야엘, 나를 지키고 여호와를 따르는 길', 67쪽)

그녀는 아들을 기르며 '1등'을 종용하는 극성 엄마였습니다. 하지만 그 1등이 12제자 중 가장 먼저 순교하는 일은 결코 아니었을 것입니다. 무너진 마음으로 오직 주민만 붙잡을 수밖에 없었을 그 시간 동안, 살로메는 깨달았습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하나님나라는 권력의 서열이 없는 나라라는 것을! 누가 1등이 되는지, 누가 권력자의 좌우 자리를 차지하는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나라임을 말입니다. 

 

우리도 이를 마음에 새겨야 합니다. 그래야 '보통'의 사람들이 가지는 경쟁심과 비교하는 마음을 넘어설 수 있습니다. 그 마음을 넘어서야 나도, 내가 가장 사랑하는 가족이나 이웃도 다그치거나 상처 입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살로메, 내 아들이 첫째여야 해요!', 169~1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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