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원, <히브리어의 시간>(복있는사람)
[뉴스앤조이-박요셉 사역기획국장] 언어를 배운다는 건 또 하나의 세계를 얻는 일이라고, 대학 전공 수업 시간에 노교수는 틈날 때마다 강조했다. 일리 있는 말이었다. 언어를 익혀야지 그 언어로 구성된 텍스트에 접근 가능하고, 그것은 또 하나의 세계가 열리는 일이었으니. 그 언어를 중심으로 형성된 사상과 문화, 사고방식에도 다가갈 수 있었다. 노교수의 말은 이렇게도 바꿀 수 있다. 언어를 배운다는 건 우리의 경험과 인식, 존재를 확장시키는 일이라고.
송민원 교수는 그의 저서 <히브리어의 시간>(복있는사람)에서 우리를 하나님의 세계로 초대한다. 송 교수는 독일어, 초대교회사, 고대근동학을 공부하고,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비교셈어학과 문헌학을 수학했다. 한신대학교에서 모세오경과 지혜서를, 이스라엘성서연구원에서 성경 원어와 구약의 히브리적 사고를 가르쳤다. <지혜란 무엇인가: 잠언-욥기-전도서의 상호작용>·<더바이블 전도서: 성숙한 신앙을 위한 지혜>(감은사) 등을 썼다.
이 책은 세 개의 시간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매시간 8개 히브리어를 알려 준다. 1부 '히브리어에 반영된 하나님 이해'는 여명이 밝아 오는 창조의 시간이다. 하나님의 속성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2부 '히브리어에 반영된 인간 이해'는 늦은 오전부터 오후로, 인류 최초의 조상 아담을 바탕으로 인간의 존재와 본질을 탐구한다. 3부 '언어 표현에 나타난 히브리적 사고'는 노을이 진 어둑한 저녁이다. 저자는 히브리적 사고가 잘 드러나는 표현들을 다루며, 고대인의 생각을 구성하는 바탕을 들여다본다.
히브리어는 고대 히브리 민족이 매일 사용하던 언어였다. 구약 거의 모든 본문이 히브리어로 쓰였고, 성경의 첫 번째 독자는 당연히 히브리 민족이었다. 저자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무슨 말씀을 하는지 제대로 이해하려면 히브리어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들의 언어로 히브리 민족 고유의 사고방식과 문화에 접근할 때, 우리가 알고 있던 성경의 세계도 확장된다.
그런데 히브리 언어 문화에서는 나함이 '회개'를 뜻하기도 하고 '위로'를 뜻하기도 합니다. 과연 어떤 맥락에서 한 단어가 두 가지의 전혀 다른 개념을 의미하게 되었을까요?
그 해답은 이 단어의 기본적인 뜻이 '(마음이나 생각, 뜻이) 바뀌다', '변화하다'라는 점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마음이 좋은 상태에서 안 좋은 상태로 바뀌면 회개나 후회를 하게 되고, 안 좋은 상태에서 좋은 상태로 변하면 위로가 되는 것입니다. (1부 '쉐베트와 미쉬에넷: 공의의 하나님과 사랑의 하나님', 26절)
미래지향적인 문화권이 갖는 '늙음'의 가치와 과거지향적인 세계관이 바라보는 '늙음'의 가치는 전혀 다릅니다. 미래를 향하는 가치관에 더해 '효용'을 중시하는 시대적인 상황까지 더해져 현대 사회에서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곧 '뒤쳐짐'과 '퇴보', '쓸모없음'을 뜻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사회에서는 늙을수록 존재 '가치'를 잃어갑니다. 그런 탓에 현대인들은 늙어가는 과정을 늦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노화'에는 '대책'이, '노후'에는 '대비'가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반면에 과거 지향적인 세계에서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경험이 많아지고, 더욱 지혜로워지고, 하나님의 뜻을 더 잘 알게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2부 '자켄: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108-109)
어느 개인도, 어느 공동체도 타자와 변별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세우는 시기가 반드시 필요하고 또한 동시에 자신이 세운 타인과의 벽을 허물고 자신을 확장해야 할 때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구약은 전체적으로 안으로 뭉치는 경향성이 좀 더 우세하지만 동시에 밖으로 열리고 연합하는 움직임 또한 보입니다. 신약은 반대로 밖으로 향하는 경향이 지배적이지만 또한 안으로 뭉치고 나와 타인 사이의 경계선을 분명히 하려는 움직임도 공존합니다. 경계해야 할 것은 둘 중 어느 하나의 움직임만 옳고 다른 방향은 틀렸다고 정죄하는 태도일 것입니다. 개인으로서 혹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각자가 자신의 마음이 움직이는 쪽으로 움직이면 됩니다.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이들에 대한 인정과 존중을 함께 가지고 말입니다. (3부 '타마르: 신앙의 구심력과 원심력에 대하여', 212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