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 E. 하일렌, <뵈뵈를 찾아서>(비아토르)

<뵈뵈를 찾아서 - 우리가 알지 못했던 신약성경의 여성들> /  수전 E. 하일렌 지음 / 이길하·이현주 옮김 / 비아토르 펴냄 / 270쪽 / 1만 7000원
<뵈뵈를 찾아서 - 우리가 알지 못했던 신약성경의 여성들> / 수전 E. 하일렌 지음 / 이길하·이현주 옮김 / 비아토르 펴냄 / 270쪽 / 1만 7000원

[뉴스앤조이-박요셉 사역기획국장] 뵈뵈는 로마서 마지막 장에 등장하는 여성이다(롬 16:1-2). 바울은 그를 '자매', '집사', '후원자'라고 부르며 로마 교회에 추천하는데, 뵈뵈가 어떤 인물인지 해석이 분분하다. 그가 어떤 일을 했는지, 교회 안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집사'나 '후원자'가 초대교회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가졌는지 말이다. '뵈뵈'를 해석하는 일은 단순히 개인 '뵈뵈'를 해석하는 일로 보기 어렵다. 이 해석은 초대교회 시절, 그러니까 1~2세기 로마와 서아시아 지역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지위와 관련 있다. 당대 여성을 향한 우리의 '선이해'가 뵈뵈를 해석하는 틀이 되기 때문이다. <뵈뵈를 찾아서>(비아토르)를 쓴 수전 E. 하일렌은 뵈뵈라는 인물에 관한 질문을 제시하면서, 역사적 자료를 바탕으로 1~2세기 여성의 사회생활, 경제 능력 등을 탐구한다.

수전 E. 하일렌은 에모리 대학교 신약학 교수로, 요한복음에 정통한 성서학자이자 초기 기독교 여성의 사회적 위치·역할 등에 관하여 연구해 왔다. 지금은 <Journal of Biblical Literature> 편집장을 맡고 있다. 신약시대 여성의 지위를 다룬 <Women in the New Testament World>(Oxford University Press)가 그의 대표작이다.

이 책은 '부', '영향력', '미덕', '말' 등의 네 개의 렌즈로 1세기 여성의 모습을 살펴본다. 1부 '부와 재산'에서는 여성들의 재산 소유와 관리, 결혼과 직업 등 법적 권리와 경제적 활동을 조명한다. 2부 '사회적 영향력과 지위'에서는 몇 가지 증거를 근거로 여성이 단순히 종속적 존재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밝힌다. 3부 '여성의 미덕'은 정숙, 근면, 충실 같은 전통적 덕목을 당대 로마 사회가 어떻게 해석하고 남자와 여자에게 구별해 적용했는지 보여 준다. 4부 '말과 침묵'은 여성의 발언과 사회가 이들에게 요구했던 침묵에 관하여 다룬다.

오늘날 사람들이 쉽게 생각하는 신약시대 여성의 모습은 이렇게 정의할 수 있다.

1.남성에게 종속되어 있다.
2. 실질적 권한이 없다.
3. 재산을 소유할 수 없다.
4.시민 생활에 참여하기 어렵다.
5. 교육받지 못했다.

그러나 하일렌이 이 책에서 소개하는 자료와 증거는 다른 모습의 여성상을 보여 준다.

1. 여성은 재산을 소유했다.
2. 자기 일에 권한을 행사했다.
3. 부와 사회적 영향력을 사용해 후견인 역할을 했다.
4. 지역사회 리더로 적극적인 활동을 보였다.

위와 같은 결론은 기존 초대교회 여성의 지위나 역할에 관한 통념을 깨뜨린다. 저자는 신약성경이 여성 리더십을 두고 명확하게 무엇이라고 정의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에 우리들은 성경을 읽을 때 당시 역사적 정황을 정교하고 폭넓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럴 때 비로소 여성들이 교회 공동체 안에서 주체적으로 참여한 사실을 깨닫고 인정하게 된다.

고대의 관점을 이해하기가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우리가 현대의 관점에 너무 깊이 파묻혀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고대 여성들의 삶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생각이 옳다고 지나치게 확신하면서 종종 그와 반대되는 생각을 지지하는 증거를 놓치고 만다. 왜냐하면 그런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신에 이미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증거들을 충분히 숙고하기 위해, 우리는 여성들이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모든 가정을 제쳐 둘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서론, 22~23쪽)

신약시대의 문해율을 판단하기는 무척 어렵다. 우선 증거 자체가 많지 않고 그중 일부는 서로 상충하거나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읽고 쓸 수 있었는지를 알기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당시에는 서기를 통해 글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글을 읽거나 쓸 수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바울처럼 교육받은 사람들도 서기에게 편지를 받아 적도록 했다. 또한 사업 계약서나 대출 서류를 작성하기 위해서도 서기를 이용했는데, 그 이유는 서기가 계약서를 합법적으로 작성하기 위해 어떤 특정 문구를 사용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유한 사람들이 서기를 고용한 것은 글을 쓸 줄 몰라서가 아니었다는 확신은 타당하다. (2부 7장 '교육', 113쪽)

고대 로마에서 정숙은 복잡한 개념을 가진 덕목이었다. 오늘날 어떤 여성이 정숙하다고 할 때, 우리는 노출이 심하지 않은 옷을 입는 여성 혹은 주변 사람의 의견을 따르는 여성을 떠올린다. 이와 유사하게 신약시대에도 정숙은 옷차림이나 행동을 일컫는 표현이었지만, 둘 중 어떤 경우든 그 의미는 오늘날과 달랐다. (3부 8장 '정숙', 1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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