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신학교 X <뉴스앤조이>, 서울시 종로구 '장애물 없는 교회 환경'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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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신학교와 <뉴스앤조이>가 서울시 종로구에 있는 교회들의 '배리어 프리' 현황을 조사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무지개신학교와 <뉴스앤조이>가 서울시 종로구에 있는 교회들의 '배리어 프리' 현황을 조사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배리어 프리(Barrier Free·BF)는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을 뜻한다. 장애인뿐 아니라 고령자, 임산부 등 사회적 약자들이 살아가는 데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물리적·심리적 장애물을 없애자는 취지의 운동이나 정책이다. 최근에는 '모든 사람이 사용 가능하게 한다'는 좀 더 적극적인 의미로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이라는 말도 쓰이고 있다.

"건축은 어찌 보면 장애물을 만드는 일이다"라는 한 노교수의 말처럼, 배리어 프리 하지 않은 건축물은 장애인 등 이동 약자에게 큰 장애물이다. 문 앞에 턱이 있다거나, 2층 이상 건물에 승강기가 없고 계단만 있다거나, 점형 블록과 점자가 설치돼 있지 않는 등의 건물은 휠체어를 탄 사람이나 시각장애인들의 접근을 막는다. 교회 예배당도 예외는 아니다.

종로구 운니동에 있는 한 교회. 입구부터 턱이 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종로구 운니동에 있는 한 교회. 입구부터 턱이 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한국은 1997년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 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등편의법)'을 만들어, "장애인·노인·임산부 등 일상생활에서 이동, 시설 이용 및 정보 접근 등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사회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이런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각종 '편의 시설'을 설치하도록 규정했다. 장애인등편의법을 기준으로 공공 건물 및 공중 이용 시설이 갖춰야 할 편의 시설은 다음과 같다.

① 장애인 등의 통행이 가능한 접근로
②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
③ 높이 차이가 제거된 건축물 출입구
④ 장애인 등의 출입이 가능한 출입구
⑤ 장애인 등의 통행이 가능한 복도
⑥ 장애인 등의 통행이 가능한 계단, 장애인용 승강기, 장애인용 에스컬레이터, 휠체어 리프트 또는 경사로
⑦ 장애인 등의 이용이 가능한 화장실
⑧ 장애인 등의 이용이 가능한 욕실
⑨ 장애인 등의 이용이 가능한 샤워실 및 탈의실
⑩ 점자 블록
⑪ 시각 및 청각장애인 유도·안내 설비
⑫ 시각 및 청각장애인 경보·피난 설비
⑬ 장애인 등의 이용이 가능한 객실 또는 침실
⑭ 장애인 등의 이용이 가능한 관람석, 열람석 또는 높이 차이가 있는 무대
⑮ 장애인 등의 이용이 가능한 접수대 또는 작업대
⑯ 장애인 등의 이용이 가능한 매표소·판매기 또는 음료대
⑰ 임산부 등을 위한 휴게 시설 등

'종교 시설'도 공중 이용 시설에 해당하기 때문에 장애인등편의법 적용을 받는다. 연면적 500제곱미터(151.25평) 이상 되는 종교 시설은 위 편의 시설 중 ① 주출입구 접근로 ②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 ③ 주출입구 높이 차이 제거 ④ 출입구(문) ⑫ 경보·피난 설비가 의무 사항이고, ⑤ 복도 ⑥ 계단 혹은 승강기 ⑦ 화장실 ⑭ 관람석·열람석 ⑰ 임산부 등을 위한 휴게 시설은 권장 사항이다.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에서 규정한 '종교 시설'의 편의 시설 설치 기준.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에서 규정한 '종교 시설'의 편의 시설 설치 기준. 

2015년부터는 장애인등편의법에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 조항이 추가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신축·증축·개축하는 건물은 의무적으로 'BF 인증'을 받아야 한다. 2021년부터는 국가나 지자체가 지정·인증 또는 설치하는 공원도 이 인증을 받아야 한다. 적어도 국가나 지자체가 관리하는 시설물은 '모두가'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BF 인증은 대행 기관들이 법에서 규정한 모든 편의 시설을 꼼꼼히 점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법적 의무·권장 사항을 넘어서는 BF 인증을 받은 교회 건물은 아직 없다.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 서초 예배당이 2011년 12월 예비 인증(설계 단계에서의 인증)을 받은 바 있으나, 본 인증(공사 완료 후 인증)까지는 받지 않았다.

배리어 프리 예배당을 찾아서

2020년 시작된 '무지개신학교'는 △여성 △장애 △퀴어 △생태 등 4가지 주제를 공부하는 모임으로 발전했다. 매년 기획단원을 모집하는데, 평균 10~15명이 함께한다. 2021년부터 뇌병변 장애인으로 전동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유진우 씨(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가 기획단에 참여하고 있다. 유 씨는 목사가 되기 위해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을 다니다, 장애인을 사역자로 받아들이는 교회가 없다는 현실을 절감하고 2020년 말 자퇴한 바 있다.

무지개신학교 기획단원들은 유진우 씨와 함께하게 되면서 '어디'를 가야 할지 늘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회의나 행사, 심지어 밥 먹을 곳을 찾는 것도 일이었다. '비장애인'들만 있을 때는 별로 고민하지 않았던 것들이다. 그렇게 장애에 대한 관심이 생기다 보니 공부하게 되고 감수성이 조금씩 높아졌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교회에까지 생각이 다다랐다. '내 친구가 편하게 들어가서 예배드릴 수 있는 교회는 어디일까?'

종로구에는 산과 언덕이 많아 가파른 곳에 위치한 교회도 많았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종로구에는 산과 언덕이 많아 가파른 곳에 위치한 교회도 많았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기획단원들은 작년 3월, 교회의 배리어 프리 현황을 직접 조사해 보기로 뜻을 모았다. 일단 역사적인 교회와 연합 기관들이 있는 서울시 종로구를 선택해, 관내 모든 교회의 편의 시설을 모니터링해 보기로 했다. 편의 시설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온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에 요청해, 현장 조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두 차례 교육을 들었다. 장추련의 도움을 받아 장추련이 사용하는 체크리스트를 '교회용'으로 만들었다. 점검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접근로
②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 
③ 장애인 등의 출입이 가능한 출입구(문)
④ 장애인 등의 통행이 가능한 복도
⑤ 장애인 등의 통행이 가능한 계단
⑥ 장애인용 승강기
⑦ 장애인 등의 이용이 가능한 화장실
⑧ 시각 및 청각장애인 경보·피난 설비
⑨ 장애인 등의 이용이 가능한 관람석
⑩ 장애인 등의 이용이 가능한 설교 강단

무지개신학교 기획단원들은 체크리스트를 들고 작년 5월부터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몇 주면 끝날 줄 알았던 모니터링은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었다. 네이버·카카오·구글에서 '교회'라는 키워드로 검색하자, 종로구에만 교회가 120개가 넘었다. 직접 발로 찾아다녀야 하는 일이라 혹서기와 혹한기는 피하다 보니 해를 넘기게 됐다. 올해부터 <뉴스앤조이>와 함께 작업을 이어 갔다.

종로구에는 다양한 예배당이 있었다. 거대한 예배당도 있었지만, 대부분 작은 건물이거나 상가에 세 들어 있었다. 종로는 서울의 원도심이라 오래된 건물이 많다 보니, 교회들도 오래된 건물을 쓰는 경우가 많았다(장애인등편의법은 1997년 제정, 1998년 시행돼, 이전에 지어진 건물들은 이 법에 적용을 받지 않는다). 창신동과 인근 지역은 경사가 높아 전동 휠체어를 타고도 올라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직접 발품을 팔면서 지도에 나오지 않는 교회들을 발견하기도, 지도에는 나오지만 실제로는 교회가 없는 경우들을 확인하기도 했다.

무지개신학교 기획단원들과 <뉴스앤조이> 기자들은 종로구에 있는 모든 예배당을 하나하나 찾아다녔다. 뉴스앤조이 경소영
무지개신학교 기획단원들과 <뉴스앤조이> 기자들은 종로구에 있는 모든 예배당을 하나하나 찾아다녔다. 뉴스앤조이 경소영

이번 기획 '교회의 문턱'은 서울시 종로구에 있는 교회 예배당 114개의 편의 시설을 모니터링한 결과와, 통계에서 보이는 한국교회의 현주소를 짚어 보는 보도물이다. 단순히 편의 시설이 잘돼 있지 않는 교회를 지적·지탄하거나 편의 시설을 구비해야 한다는 당위를 강조하기보다는, 그간 우리가 어떤 교회를 그리고 있었는지 인식의 저변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 보고자 했다. 나아가 '장애'란 무엇인지, 우리가 장애를 어떻게 이해해 왔고 또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함께 돌아보고 고민하는 단초를 만들고 싶었다.

'내 친구가 다닐 수 있는 교회는 어디일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예배당 편의 시설을 점검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지만, 사실 어떤 교회가 편의 시설만 잘 마련했다고 해서 모든 장애인이 그 교회를 편하게 다닐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장애 유형에 따라 청각장애인에게는 수어 통역 등이, 발달장애인에게는 개개인에게 맞는 서비스가 필요할 것이다. 이번 기획은 '휠체어를 탄 사람'을 중심으로 진행했다는 한계가 있다. 이 기획을 마중물 삼아 '장애물 없는 교회 환경'에 대한 점검과 논의가 지속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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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내 친구가 다닐 수 있는 교회는 어디일까?
② 휠체어 이용자가 다닐 수 있는 교회 '21.9%' 
③ "돈 있으면 되고, 돈 없으면 안 되는 게 우리가 그리는 교회는 아니니까"                                 
④ 장애인 당사자가 느끼는 '교회'라는 공간
⑤ 강병근 서울시 총괄건축가 "종교 시설은 자격 갖춘 사람 위한 곳 아냐"
⑥ "휠체어 탔다고 장애인 아냐…문턱 있는 교회가 장애 겪게 하는 것"
⑦ 오래된 교회들의 노력 
⑧ 최근 지어진 예배당, 배리어 프리 관점에서 보면
⑨ 함께 살아가기, 함께 존재함을 넘어
⑩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낯선 광경 

※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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