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에는 안식월을 맞아 대만 타이페이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어느 곳을 가 보면 좋을까 검색하다가, 유튜브에서 뇌병변 장애인 ‘굴러라구르’님이 휠체어로 타이베이를 여행하는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요. 장애인 접근성이 좋은 도시이고, 왠지 사람들도 친절한 곳일 것 같다는 생각에 여행지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굴러라구르님 영상으로 먼저 간접 경험한 것처럼, 길가에 있는 턱의 일부를 비탈로 만들고, 계단이 있는 큰 건물 한 편에도 경사로가 있어 걸어 다니기가 참 좋았습니다. 모든 사람의 편안한 걸음을 보장해 주는 경험을 하며, 여행 자체도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되고, 도시에 대한 이미지도 더 좋아졌습니다.

이번에 편집국에서 '배리어 프리(barrier free)'를 다룬 새로운 기획 기사를 공개했습니다. 교회의 '배리어 프리' 현황을 조사하는 기획인데, 서울 종로구에 있는 교회 114곳을 일일이 방문해 장애 친화적 공간이 구현돼 있는지 살폈다고 합니다. 기획 기사가 이동권 약자에게 실질적인 도움과 정보를 제공하고, 교회의 배리어 프리 문화 확산에도 기여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 이번 한 주도, 6월 한 달도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사역기획국 세향

독자님의 교회에는 문턱이 있나요?

 

서울시 종로구에 있는 모든 교회를 전수조사했습니다

· 새로운 기획 기사로 찾아뵙게 됐습니다. <뉴스앤조이> X 무지개신학교 공동 기획 '교회의 문턱'! 짜자잔~

· 교회 예배당이 얼마나 '배리어 프리(Barrier Free)'한지 살펴보는 프로젝트입니다.

· 배리어 프리는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을 뜻하는데요. 장애인, 노약자, 임산부 등 이동이나 정보 접근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물리적·심리적 장벽을 없애는 운동이나 정책을 말합니다.

· 이걸 예배당에 적용하면 '장애물 없는 교회 환경'이 되겠네요.

·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 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등편의법)'에 규정된 '편의 시설'을 모니터링하는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 역사적인 교회와 연합 기관들이 있는 서울시 종로구를 선택해, 관내 모든 교회 예배당을 조사한 프로젝트입니다.

교회들의 반응은

· 포털 사이트 네이버·카카오·구글 지도에 '교회'라고 검색하니, 종로구에만 검색 결과가 120개가 넘었어요. 직접 가 보니 없어진 교회도 있었고, 길을 가다가 지도에는 없는 교회를 발견하기도 했죠.

· 최종적으로는 교회 114개를 조사하게 됐습니다.

· "편의 시설을 모니터링하러 왔다"고 했을 때, 교회에 계시던 목회자나 교인들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네, 썩 환영받는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

· 굉장히 방어적이고 경계하고 때로는 적대적인 반응도 있었죠. 본당 30초만 보자고 해도 "공문을 가져오라"고 하는 교회도 있었어요.

· 끝끝내 예배당을 볼 수 없게 하는 교회도, 심지어 <뉴스앤조이> 기자라고 밝혔는데도 "이단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하는 전도사도 있었습니다.

· 세상이 흉흉하니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것도 이해는 가지만, 그런 세상을 조금이라도 덜 흉흉하게 만드는 게 교회의 역할 아닌가라는 생각에 조금 씁쓸하기도 했답니다.

조사 결과

· 무지개신학교와 <뉴스앤조이>는 총 10가지 기준으로 모니터링을 진행했는데요. 이 10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교회는 한 곳도 없었습니다.

· '휠체어를 탄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교회'라고 한다면 적어도 △주 출입구까지의 접근 △높이 차이가 제거된 출입문 △본당까지의 이동 및 휠체어 좌석 공간 △장애인 화장실은 있어야 한다고 가정하고 통계를 내 보니, 종로구 전체 교회 114개 중 25개(21.9%)만이 이 기준을 충족했습니다.

· 교회 5곳 중 4곳은 휠체어 이용자가 신앙생활을 할 수 없는 곳이라는 뜻이죠.

· 교회들은 특히 '장애인 화장실' 구비에 취약했습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예배까지 드릴 수 있는 곳은 43.9%가 나왔는데, 이 중 휠체어를 탄 사람이 이용 가능한 화장실이 마련돼 있지 않은 곳이 절반이었습니다.

· '휠체어 이용자가 다닐 수 있는 교회' 25개는 상가 입주 교회 1개를 제외하고 전부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자체 건물을 보유한 곳이었습니다. 상가에 입주한 교회들은 결정적으로 화장실 부분에서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죠. 상가 입주 교회 1곳도 상가에 장애인 화장실은 있었지만 입구가 좁았습니다.

돈이 많으면 되는 일일까

· 편의 시설도 어찌 됐든 '시설'이다 보니, 쉽게 자본의 논리로 생각하게 됩니다. 돈이 있어야 최근에 지은 좋은 상가에 들어갈 수 있고, 승강기든 경사로든 뭐라도 설치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죠.

· 실제 조사 결과도 그 논리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휠체어 이용자가 다닐 수 있는 교회에 상가 입주 교회는 한 곳밖에 없었으니까요.

· 하지만 실제로 조사하면서 느낀 점은, 돈이 다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돈보다 더 중요한 건 '생각', '의식'이라는 점을 깨달을 수 있었죠.

· 어떤 대형 교회는 장애인 화장실을 만들어 놓고도, 잘 사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변기를 뜯어 버리고 창고로 만들었습니다. 어떤 중형 교회는 오래된 예배당은 어쩔 수 없다 쳐도, 비교적 최근 지은 교육관에 승강기를 설치하지 않았습니다.

· 이런 모습들은 교회가 장애인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모습 같았죠.

· 반면, "장애인이 오면 다른 교회로 인도하겠다"는 작은 개척교회 목회자의 말 속에서는, 단순히 자본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을 '교인'으로 받아들일 생각이 없어 보인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제야 '턱'이 보인다

· 조사를 진행하고 이후 여러 교회와 전문가를 취재하면서, 정말 중요한 건 '인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우리 교회에 휠체어를 탄 사람이 올 수 있을지, 우리 교회에는 휠체어를 탄 사람이 오지 않을 거라고,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건 아닌지.

· 어쩌면 물리적 문턱보다 높은 건 마음의 문턱 아니었을까요?

· 이 기사들을 통해 그간 우리가 그려 왔던 교회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나아가 '장애'라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그 실마리를 발견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 부끄럽지만 저희 기자들도 이 취재를 시작하고 나서야 우리 사회에 무수한 '턱'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습니다.

· 저희가 그랬던 것처럼, 독자 여러분에게도 '교회의 문턱'이 눈에 들어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편집국 권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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