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교회·숭인교회·초동교회·남부교회

인터랙티브 페이지 보기: barrier-free.newsnjoy.or.kr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예배당이 '무장애 공간'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현실적으로 배리어 프리에 대한 인식이 별로 없던 시절 지어진 건물의 경우, 이제 와 편의 시설을 구비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서울의 원도심 종로구에는 50년 이상 된 교회가 수두룩하다. 수십 년 전 지은 예배당은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하는 일이 될 수도 있기에, 편의 시설을 설치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교회도 있다.
이러한 한계에도 몇몇 교회는 되는 대로 편의 시설을 마련해 휠체어를 탄 사람도 예배를 드릴 수 있게 조치했다. 법적 기준상 완전하지는 않지만 노력의 흔적이 보였다. <뉴스앤조이>는 부족한 점도 많지만 휠체어를 타거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도 배제하지 않으려 하는 교회들의 노력을 취재했다.
모두 자체 건물을 보유한,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교회들이지만, 앞서 살펴봤듯이 배리어 프리는 '돈'에 달려 있지 않다. 이 교회들의 편의 시설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우리 교회 상황에서는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지 상상해 보면 어떨까.
| 서대문교회, 청각장애인 없을 때 수어 통역 |
올해로 75년 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오정호 총회장) 서대문교회(장봉생 목사)는 1984년 송월동에 예배당을 지었다. 2006년 리모델링과 함께, 예배당에 붙여서 지하 2층 지상 6층 규모의 비전센터를 신축했다. 서대문교회는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에서 도보로 10분이 채 걸리지 않지만, 예배당 도착 막바지에 올라가는 길이 제법 가파르다.
위치상 비전센터가 예배당보다 아래에 있다. 비전센터는 출입문에 높이 차이가 없어 접근이 쉬웠으나, 이중으로 된 문이 모두 여닫이문이라 휠체어를 탄 사람이 혼자 열고 들어가기는 어려워 보였다. 좀 더 위쪽에 있는 오래전 지어진 예배당에는 정문에 계단이 있는데, 한쪽에 간이 경사로를 놨다. 구조상 경사로를 길게 설치할 수가 없어서 경사가 꽤 높았다. 예배당을 안내해 준 서대문교회 최성우 목사는 "장애인분들이 택시나 차를 타고 교회 앞에 내리시면 봉사자들이 붙어 본당까지 동행한다"고 말했다.
장애인 화장실은 따로 설치돼 있지 않았고, 비전센터 2층 비장애인 화장실 안에 장애인 칸이 마련돼 있었다. 장애인 칸은 휠체어를 타고 회전할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이 있었고, 양변기와 수직·수평 바가 설치돼 있었다. 양변기 등받이와 비상 호출벨 등은 없었다.
비전센터를 나중에 짓고 두 건물을 연결하다 보니, 두 건물 사이에 높이 차이가 있었다. 서대문교회는 모든 건물 연결부에 경사로를 만들었다. 예배당 건물을 통해 본당으로 들어가려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가파른 경사로를 올라가야 하지만, 비전센터를 통해 본당으로 가는 길은 경사가 완만해 휠체어를 타고도 혼자 갈 수 있었다.
본당에 휠체어석은 따로 없었다. 비전센터로 연결되는 입구 부분에 장의자를 하나 뺀 공간이 있어, 휠체어 사용자가 예배를 드릴 수 있었다. 서대문교회는 휠체어를 타고도 강단에 올라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교회 중 하나다. 2006년 리모델링 시 강단 오른쪽으로 경사로를 만들었다.
서대문교회에는 에바다부(농인부)와 사랑부(발달장애인부)가 있다. 대예배 때 수어 통역이 있다. 올해 4월 21일 장애인 주일에는 에바다부와 사랑부 교인들 인터뷰 영상을 만들어 상영하기도 했다. 에바다부 교역자 최성우 목사는 "교회에 청각장애인이 없었을 때 담임목사님 뜻으로 수어 통역을 세웠다고 한다. 그때부터 교회에 청각장애인분들이 오시기 시작해, 2008년 에바다부가 생기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권용직 수석부목사는 "담임목사님 의지가 있고 에바다부와 사랑부가 있다 보니, 서대문교회는 장애인에 대해 마음이 열려 있다. 교역자들도 간단한 수어를 배워서 안내할 수 있을 정도는 된다. 누가 오든지 우리가 그리스도의 품으로 맞이하겠다는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 숭인교회, 휠체어 타는 사역자 존재 |
올해로 68년을 맞은 예장합동 숭인교회(김요한 목사)는, 2006년 지하 2층 지상 3층 규모의 예배당을 신축했다. 지하철 6호선 창신역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있지만, 숭인동 지형 특성상 교회 정문까지 가는 길의 경사가 가파른 편이다.
동네 지형 자체가 휠체어를 타고 접근이 어려운 부분이 있으나, 예배당은 휠체어를 타고도 이동이 원활한 편이다. 정문까지는 완만한 경사로로 돼 있다. 예배당 안으로 들어가면 오른쪽에 있는 엘리베이터에 접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문이 무거운 여닫이문이라 휠체어 사용자가 혼자 문을 열고 들어가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1층에는 장애인 화장실이 따로 마련돼 있었는데, 남녀 구분 없이 하나만 있었다. 양변기와 수직·수평 바, 세면대와 손잡이, 거울, 샤워 시설 등이 갖춰져 있었다. 양변기 등받이와 비상 호출벨은 없었다. 화장실로 가는 복도가 휠체어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을 만큼 좁았지만, 화장실 내부는 휠체어를 돌릴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은 있었다.
예배당 2층 본당 맨 뒤편에 휠체어석이 마련돼 있었다. 바닥에 장애인 마크가 크게 그려져 있어 눈에 띄었다. 본당 뒤에서 강단까지는 경사로로 내려가게 돼 있었다. 하지만 강단에는 계단이 있어 휠체어 사용자가 올라갈 수 없었다.
숭인교회는 사랑부라는 장애인 부서가 있다. 사랑부 담당 교역자 심응용 목사는 휠체어를 타는 지체장애인이다. 20여 년 전 20대 때 교통사고로 경추를 다쳐 목 아래가 마비됐던 그는, 5년간의 재활로 상체는 움직일 수 있게 됐다. 상체에 힘이 있어 홀로 수동 휠체어를 가지고 자가용을 타고 다니며, 무거운 여닫이문도 밀고 들어가고 3cm가 넘는 턱도 훌쩍 넘어간다.
심응용 목사는 모태신앙으로, 태어났을 때부터 숭인교회에 다녔다. 신학교를 다니며 전도사 사역을 하다가 사고를 겪은 심 목사는, 재활 후 어렵게 총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할 수 있었다. 이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교회에 이력서를 넣었지만 휠체어를 타는 그를 사역자로 받아 주는 교회는 없었다. 아예 예배당에 들어갈 수 없는 교회도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숭인교회 담임 김요한 목사가 그에게 장애인부 사역을 제안했다. 그렇게 어렸을 적 다녔던 교회에서 사역을 하게 됐다.
교회 장로·권사들이 부모님의 친구들이자 어렸을 적부터 봐 온 교회 어른들이다. 심응용 목사는 5월 16일 <뉴스앤조이>와 만나 "지금 예배당을 건축할 때, 한 장로님이 내가 있어서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하셨다. 당시는 내가 숭인교회에서 사역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때였다. 편의 시설 측면에서 보면 아쉬운 지점은 있겠지만, 지금 내가 교회에서 생활하는 데 불편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 초동교회, 휠체어석 설치 논의 중 |
올해 80주년을 맞은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전상건 총회장) 초동교회(손성호 목사)는 1972년 지금의 돈의동 예배당을 지었다. 지하철 종로3가역 바로 앞에 있고 평지에 있어서 예배당까지의 접근은 휠체어를 타고도 원활했다.
1970년대에 지었지만 정문에 경사로도 있고 엘리베이터 및 장애인 화장실도 구비돼 있다. 당시로서는 상당히 앞서간 건축이었다. 다만 경사로는 경사도가 다소 높았고 정문은 이중으로 여닫이문으로 돼 있어, 휠체어 사용자가 홀로 정문으로 들어가기는 힘들어 보였다. 정문 왼쪽에 호출벨이 설치돼 있었다.
초동교회 소예배실에서는 수년간 장애인 선교 단체 한국밀알봉사단 종로밀알 정기 모임이 열리기도 했다. 예배당 2층에 있는 소예배실은 좌석이 간이 의자로 돼 있어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강단에는 턱이 있고 경사로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초동교회 본당은 공 들여 지은 흔적이 곳곳에 보였다. 전반적으로 방주 형상을 본따 만들었고 일자로 설치된 스테인드글라스는 유럽에서 수입해 들여 왔다. 본당을 채운 장의자는 배를 만들 때 사용하는 목재로 만들었다고 한다. 강단과 회중석은 멀리 떨어져 있었다. 예전적으로는 의미가 있었으나 배리어 프리 하지는 않았다. 휠체어가 들어갈 공간은 있었지만 휠체어석은 따로 없었고, 강단에도 계단이 있었다.
초동교회는 최근 본당에 장애인석을 마련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 손성호 목사는 5월 7일 <뉴스앤조이>와 만나, 4월 말 당회에서 장로들이 본당에 장애인석 설치를 건의했다고 말했다. 손 목사는 "예배석을 만들자는 것에는 다들 찬성했다. 다만, 어디에 만들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예배당 맨 뒤에 만들자니 손님처럼 왔다 가는 느낌을 받으실 수도 있을 것 같고, 맨 앞에 만들자니 부담스러워하실 수도 있을 것 같다. 장로님들과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적 의무·권장 사항을 넘어서는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F) 인증' 제도에서는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관람석은 비장애인 동행인과 함께 앉을 수 있는 형태로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장애인석만 만들 경우 비장애인과 동행했다면 따로 앉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손성호 목사는 "중요한 포인트"라며 적극 참고하겠다고 밝혔다.
| 남부교회, 교인 고령화에 리프트 설치 |
올해로 71주년을 맞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김의식 총회장) 남부교회(김영진 목사) 예배당은 1967년 지은 것이다. 남부교회는 지하철 6호선 창신역에서 도보로 5분도 걸리지 않고 경사가 가파르지 않아 휠체어를 타고도 접근이 용이하다.
예배당은 리모델링을 거쳤다고는 해도 워낙 옛날에 지어진 건물이라 편의 시설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화장실이 건물 바깥에 있을 정도다. 2007년 예배당 바로 앞에 교육관을 짓기도 했지만, 예배는 여전히 원래 예배당 2층 본당에서 드린다. 예배당은 2층에 있는 본당까지 올라가는 계단이 바깥에 나와 있는 오래된 구조다.
남부교회는 7~8년 전, 2000만 원을 들여 예배당 1층에서 2층까지 올라갈 수 있는 리프트를 설치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서였다. 엘리베이터 설치를 고려했으나, 엘리베이터를 놓으려면 지하를 파고 들어가야 하는데 지반이 암반이라 포기했다고 한다. 6월 9일 남부교회 2부 예배 때는 계단을 오르기 힘든 노인 6명이 리프트를 이용해 본당으로 올라갔다.
한 교인은 "올해 어버이주일을 맞아 노인분들께 선물을 드리려고 만 70세 이상 교인을 조사해 봤다. 우리 교회 장년 예배 인원이 350명 정도 되는데 210명이 만 70세 이상이더라. 교회의 고령화가 심각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앞으로 더 많은 분이 리프트를 사용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