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의 한 전원 마을에는 빨간 벽돌로 된 아담한 ㅈ교회 예배당이 있다. 교회 뒤편 작은 숲은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ㅈ교회 전체 교인 수는 30여 명이고, 청소년과 청년 10여 명이 예배당 앞 선교관 2층에서 공동생활을 해 왔다.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작은 교회 같지만 실상은 달랐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권순웅 총회장) 소속 ㅈ교회 한 아무개 목사(46)는 수년간 청년 자매 2명에게 성폭력을 저질러 왔다. 그뿐 아니라 교인들을 회유·통제·협박하면서 금전적 피해와 정서적 학대를 입힌 정황도 드러났다. 교인들은 '절대 순종'을 강조하는 목사의 말을 거역할 수 없어 헌금을 바쳤다고 했다. 이번 기사에서는 한 목사의 재정 문제 등을 다룬다. - 기자 주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뉴스앤조이>가 만난 ㅈ교회 교인들은 평소 한 목사가 노골적으로 헌금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단순히 '헌금을 많이 내면 복을 받는다' 정도가 아니었다.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낮은 20대에게도 헌금을 요구하고, 교인들의 개인 카드 등을 임의로 가져다 썼다고 했다.

그루밍 성폭력 피해자 A는 20대 초반 300만 원을 대출받아 건축 헌금으로 150만 원을 냈다고 말했다. A는 ㅈ교회 교인이자 남자 친구였던 D와 교회를 탈출했다가 붙잡혔을 당시에도 헌금을 강요받았다고 했다. A는 "한 목사가 자신에게 불순종했으니 앞으로 잘되려면 헌금을 해야 한다면서 2000만 원을 내라고 했다"고 말했다. 당시 A는 사채까지 알아봤지만 대출이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A는 "한 목사에게 대출이 안 된다고 말하니까, 그는 자신이 타고 다니는 차량 렌탈 비용을 내라고 했다. 제네시스 EQ900 비용 100만 원을 3달간 대신 냈다"고 말했다.

D도 "건축 헌금으로 100만 원을 냈더니, 한 목사가 왜 그것밖에 내지 않느냐고 화를 냈다. (추가로) 500만 원을 더 냈다"고 말했다. D는 선교관 1층에서 카페를 운영했는데, '카페 망하고 싶지 않으면 십일조를 내야 한다'는 한 목사의 말을 듣고, 대출을 받아 500만 원을 현금으로 건넨 적이 있다고 했다.

한 목사가 한 가지 명목으로 여러 사람에게서 돈을 받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4월 6일 만난 G 집사는 "한 목사가 마이크를 사야 한다고 해서 300만 원을 수표로 줬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다른 청년 카드로 250만 원을 긁고 마이크를 샀더라"고 말했다. 스피커 구매 대금 300만 원을 A와 D에게 각각 받아 놓고도, 자신의 카드로 390만 원을 결제하는 등 이중·삼중으로 돈을 편취했다고 말했다.

한 목사는 A의 부모인 F 집사에게 지시하는 방식을 통해, E 집사의 신용카드를 임의로 가져다 쓰거나 생활비 명목으로 교회에서 쓸 식재료를 사게 하기도 했다. 보다 못한 F 집사의 남편 E 집사가 신용카드를 정지했다. 그러자 한 목사는 F 집사에게 "이게 무슨 창피한 짓인지. 카드 정지되었다고요?", "이혼 서류 보내 본 적 있나요?" 등 이혼을 종용하는 듯한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E 집사는 "허구한 날 선교 헌금을 하라고 했다. 그게 정확한 믿음이라고 포장했다"면서 "한 목사가 헌금을 빙자해 가져간 돈이 얼마인지 정확하게 셀 수도 없다"고 말했다. E 집사는 우선 한 목사가 자신에게 선교관 건축을 빌미로 헌금 8500만 원을 강요했다면서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G 집사는 "한 목사가 '심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했다. 그렇지 않으면 힘들어질 거라거나 딸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도 했다. 자신은 영안이 열려 있는 사람이라면서 계속 헌금을 강조했다. 헌금을 안 하니 사업의 문이 안 열린다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F 집사 역시 "'심어야 한다'는 말은 한 목사의 어머니 황 아무개 목사부터 반복해 온 레퍼토리였다. 기도로 심고 물질로 심어야 자녀가 잘된다고 했다. 보험 들 돈 있으면 헌신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위조 정관 이용해 대출도
한 목사는 예배당과 선교관 건물을 담보로 8억 3000만 원을 대출받았다. 대출금이 나오자 그 즉시 7억 원으로 기존 대출을 상환했고, 1억 2000만 원은 자신이 가져갔다. 교인들은 이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 모른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한 목사는 예배당과 선교관 건물을 담보로 8억 3000만 원을 대출받았다. 대출금이 나오자 그 즉시 7억 원으로 기존 대출을 상환했고, 1억 2000만 원은 자신이 가져갔다. 교인들은 이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 모른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그루밍 성폭력이 드러나고 한 목사가 도망치듯 교회를 떠난 이후 교인들은 사무실에 있는 문서를 살펴봤다. 이 과정에서 한 목사가 임의로 정관을 위조해 대출을 받은 사실을 알아냈다. ㅈ교회는 예장합동 소속인데, 교회 정관에는 '예수교대한감리회'로 되어 있었다.

한 목사는 2021년 8월, 예배당과 선교관을 신탁회사에 맡기고 이를 담보로 수협에서 8억 3000만 원을 받았다. 신탁원부를 보면 예배당은 교회 명의로, 선교관은 한 목사 개인 명의로 되어 있다. 수협에서 대출이 나오자, 기존 대출 7억 원을 상환한 후 그날 즉시 1억 2000만 원을 한 목사 이름으로 인출했다. 이후 같은 해 10월 6일 2500만 원, 11월 10일 1500만 원, 12월 28일 500만 원이 현금 인출되거나 이체됐다. 이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아는 교인은 없다.

교회 통장에서 2021년 7월 27일 500만 원, 2022년 3월 25일 630만 원이 한 목사와 가까운 ㄱ 간사에게 이체된 기록도 있다. 교인들은 ㄱ 간사가 한 목사의 지시 사항을 전달하고 교인들을 통제하는 데 앞장섰다고 했다. 또 한 목사가 이따금 ㄱ 간사의 계좌로 헌금을 보내라 했다고 말했다. 한 목사는 A 등 교인들에게 ㄱ 간사가 교회 카드로 개인 기름값을 쓴다는 등의 불평도 늘어놓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A나 D를 운전기사로 삼아 백화점에 쇼핑을 다니는 등 여러 면에서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 이렇듯 한 목사와 ㄱ 간사가 워낙 가깝다 보니 교회 안에서는 '사실혼 관계 아니냐'는 말이 돌기도 했다.

유명 사역자 초청해 친분 과시
교인들 "오는 사람들은 다 정상,
'내가 이상한 건가' 의심해"

담임목사가 지나칠 정도로 헌금을 강조했는데도 교인들은 그간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다. 평소 한 목사는 교계에서 잘 알려진 목회자들과 교류했고, 이런 모습을 교인들에게 과시하고 정상인 것처럼 행동해 왔기 때문이다. ㅈ교회에는 유명 찬양 사역자, 청년 사역자, 중·대형 교회 목회자들이 수시로 방문했다. 한 목사는 교회 인근 신학대학교에도 자주 찾아 교수들에게 깍듯이 대했다고 한다. 이런 모습 때문에 교인들은 한 목사를 의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A는 "엄청 유명한 목사들이 한 번씩 집회를 오니까 '우리 목사님이 사이비는 아니구나'라고 다들 생각했다"고 말했다. 교인 C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도, 멀쩡한 목사들이나 찬양 사역자들이 오니까 오히려 '내가 이상한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D 역시 "친구들은 (나를 보면서) ㅈ교회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교회 다니는 사람이라면 다 알 만한 사람들이 와서 집회를 하니까 문제없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G 집사도 "기독교 방송에 나오는 목사들이 한 달에 한 번 꼴로 와서 부흥회를 했다. 유명 목사님들이 오니까 (한 목사에게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아예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교인들은 한 목사가 평소 '김홍도 목사의 영적 아들'을 자처해 왔다고 말했다. 교회 이름에서부터 목회 스타일, 설교 내용까지 한 목사의 목회 전반에 영향을 끼쳤다. 한 목사는 김홍도 목사 생전 금란교회 부흥회 강사로 선 적도 있다. 사진 출처 금란교회
교인들은 한 목사가 평소 '김홍도 목사의 영적 아들'을 자처해 왔다고 말했다. 교회 이름에서부터 목회 스타일, 설교 내용까지 한 목사의 목회 전반에 영향을 끼쳤다. 한 목사는 김홍도 목사 생전 금란교회 부흥회 강사로 선 적도 있다. 사진 출처 금란교회

한 목사는 금란교회 고 김홍도 목사와의 친분을 강조해 왔다. 설교 시간 수시로 '김홍도의 영적 아들'이라고 말했다. 한 목사는 김 목사 생전 금란교회 부흥회 강사로 선 적도 있고, 2018년 ㅈ교회 예배당 입당 때 김홍도 목사를 불러 축도를 맡기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기자를 만난 교인들은 교단이 다른데도 김홍도 목사를 '김홍도 감독님'이라고 호칭했다. '김홍도 감독님'은 금란교회 교인이나, 그와 가까웠던 이들만 쓰는 존칭이다.

C는 "한 목사 일생의 최대 업적이었다. 매번 설교 시간에 김홍도 목사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이 금란교회 부흥 집회 강사로 갔다고 자랑했다"고 말했다. '십일조 안 하면 암 걸린다'고 말한 김홍도 목사처럼, 한 목사도 '십일조 안 하면 지옥 간다'는 말을 수도 없이 하면서 헌금을 강요했다고 교인들은 한목소리로 말했다.

공동생활한 미성년 자녀들
반복되는 폭언·폭력에 스트레스 호소

ㅈ교회에서는 F·E의 두 딸, G 집사의 딸, 그리고 한 목사의 자녀 두 명이 공동생활을 했다. 같이 지낼 당시 한 목사가 폭언과 폭력을 행사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일례로 그루밍 성폭력 피해자 B는 2020년 코로나19로 정부의 방역 정책이 시행될 때, 담당 공무원이 교회에 다녀가도록 문을 열어 줬다가 큰 질책을 받았다고 했다. B는 "한 목사가 '미친 것 아니냐'며 화를 내고 폭언을 하는 바람에, 충격을 받아 그 자리에서 몇 차례나 정신을 잃고 쓰러지기도 했다"면서 "한 목사는 자기 마음에 들지 않을 때면 아이들이 있는 데도 상을 엎거나 소리를 질렀다"고 말했다.

피해를 입은 아이들은 부모에게 이 사실을 제대로 말할 수 없었다고 했다. G 집사는 "부모에게는 교회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얘기하지 말라는 게 일상이었다고 하더라. 주기적으로 핸드폰을 검사하고 목사랑 나눈 메시지를 다 지우게 했다. 모든 사실을 알고 나서 딸에게 '왜 얘기하지 않았느냐'고 물으니 '(이 사실을 다 알면) 엄마가 너무 힘들 것 같아서 얘기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당시 ㅈ교회에서 생활했던 교인 자녀들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E·F 집사의 막내딸은 6일 기자와 만나 "그런 일들을 겪은 이후로, 누가 소리를 지르거나 예민하게 굴면 손이 떨리고 토할 것 같으면서 눈앞이 캄캄해진다"고 말했다.

G 집사의 딸도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G 집사는 "딸은 불면증이 심해서 잠을 못 자고 있다. 대인 기피증과 불안증에 시달리고 외부 자극에 의한 스트레스 지수도 높다. 우울증도 심각하다. 당시 상황과 비슷한 얘기만 꺼내도 입을 닫고 더 이상 얘기하지 않으려 한다. 딸이 청소년 센터에서 상담을 6개월이나 받았지만 상태가 좋지 않다. 지금은 대학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예배당은 경매 위기
예배당 및 선교관 건축, 각종 음향 장비 구입 등 온갖 명목으로 교인들에게 헌금을 강요했던 한 목사. 그러나 대출금은 거의 갚지 않았고 교인들의 헌금이 어디에 쓰였는지는 알 길이 없다. ㅈ교회는 대출금 상환이 불가능해 예배당을 경매에 내놓을 위기에 처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예배당 및 선교관 건축, 각종 음향 장비 구입 등 온갖 명목으로 교인들에게 헌금을 강요했던 한 목사. 그러나 대출금은 거의 갚지 않았고 교인들의 헌금이 어디에 쓰였는지는 알 길이 없다. ㅈ교회는 대출금 상환이 불가능해 예배당을 경매에 내놓을 위기에 처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현재 경찰은 한 목사와 관련한 여러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이미 한 목사는 A와 B에 대한 성폭력과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4월 4일 구속됐다. 여기에 D·E·G도 사기 혐의 등으로 한 목사를 고소하거나, 고소를 준비 중이다.

한 목사와 가장 가까운 ㄱ 간사는 남은 교인들이 교회 재산을 탐내 한 목사를 음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ㄱ 간사는 3월 31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우리 목사님은 교인들이 아플 때 제일 먼저 달려갔던 분이다"라며 "그 사람들은 (교회) 재산이 탐나서 그러는 거다. 나도 지금 그 사람들 때문에 인간관계가 다 끊어졌고 너무 억울한 상황이다. 그 사람들이 악의를 갖고 나를 매장시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교회 통장에서 수백만 원이 자신의 계좌로 이체된 건에 대해서는 "교회 공사 업자에게 대금을 줄 게 있어서 받은 거다. 그 사람들(교인들)이 횡령으로 몰아가려고 하는 것 같은데, 내가 횡령을 하려고 했다면 이체를 해서 기록을 남기겠느냐. 나도 대출받으면서 헌금했고 개인적인 빚만 수천만 원이다. 나도 억울하다"고 말했다.

현재 ㅈ교회는 매달 500만 원이 넘는 대출 이자를 내야 하지만, 교인들은 감당할 여력이 없다. 노회가 파송한 후임 오 아무개 목사는 "대출 이자를 감당할 수 없어 예배당은 곧 경매에 넘어갈 것 같다"고 말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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