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이름 뒤에 병기한 번호는 인터랙티브 페이지에 십자가 형태로 시각화한 사건 번호입니다. - 편집자 주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춘천 ㅁ교회 전 목사 소 아무개 씨(146번)는 교회 산하 지역 아동 센터에 다니던 미성년자 교인들에게 지속적으로 '그루밍 성폭력'을 저질러 2021년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뉴스앤조이>를 비롯한 언론이 비중 있게 보도했고, 시민사회 단체가 가해자 처벌을 탄원하는 등 사회적으로도 이슈가 됐다. 논란이 일자 소 씨가 소속했던 기독교한국침례회는 2021년 9월 그를 제명했다.

재판 과정에서 소 씨에게 동종 전과가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2016년 13세 미만 미성년자를 강제 추행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던 것이다. 피해자는 그가 운영하던 지역 아동 센터 어린이였다. 소 씨는 '성범죄 전과자'였지만 교단은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피해자가 이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없고, 소 씨도 자신의 전과를 숨겼기 때문이다. 

반면 춘천시청은 소 씨가 2016년 징역형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다. 그가 ㅁ교회 건물에서 지역 아동 센터를 함께 운영했기 때문이다.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 제52조에 따르면, 지역 아동 센터 운영자 및 종사자는 '성범죄 경력 조회' 대상이다. 춘천시청 관계자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청소년성보호법 규정에 따라 2018년 해당 지역 아동 센터에 시설 폐쇄 처분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처럼 '청소년성보호법'에 따라 성폭력 범죄로 형이 확정된 자는 일정 기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을 운영하거나 기관에 취업을 할 수가 없다. 시·군·구청은 매년 1회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운영자와 종사자의 성범죄 경력을 조회한다. 법원이 정한 '취업 제한 기한'에 걸려 있을 경우,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서 일할 수 없다. 만일 해당 기관이 성범죄 경력 조회를 게을리하거나 성범죄자를 채용한 후 은폐하면, 대상자 해임 및 기관 폐쇄를 요구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청소년성보호법이 규정하는 취업 제한 대상 기관은 다양하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21년 이에 해당하는 기관은 총 53만 3315곳이고, 성범죄 경력 조회 대상자는 338만 2478명이다. 다음은 성범죄자 취업 제한 대상 기관 중 일부를 나열한 것이다. 

<뉴스앤조이>가 여성가족부와 전국 17개 시·도에 정보 공개를 청구한 결과, 지난해 68개 기관에서 67명이 취업 제한 규정을 어긴 것으로 나타났다. 그 가운데 서울시에서만 박물관, 당구장, 골프 연습장, 아파트 경비, 연예 기획사 운영자 및 종사자 등 11명이 적발됐다. 서울시는 이 중 3곳을 폐쇄하고, 4명을 해임했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도 2016년 "취업 제한 조항은 성범죄자가 기관을 운영하거나 기관에 취업하는 것을 제한해 아동·청소년들과의 접촉을 차단함으로써, 성범죄로부터 보호함과 동시에 기관의 윤리성과 신뢰성을 높여 아동·청소년 및 그 보호자가 기관들을 믿고 이용하거나 따를 수 있도록 하려는 입법 목적을 지니므로 (취업 제한 규정은) 정당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 밖에도 법원은 장애인을 대상으로 성폭력을 저지른 사람의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을 제한할 수 있다(장애인복지법). 또한 성범죄 전과가 있는 경우 20년간 택시·버스·택배 기사도 할 수 없다. 21대 국회는 여기에 더해 배달·대리운전 기사 취업도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해 논의에 들어갔다.

한국 사회의 다양한 기관은 성범죄자로부터 아동·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각종 규정을 만들고, 필요한 경우 기본권까지 일정 부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교회 등 종교 시설은 성범죄자 취업 제한 대상 기관에서 빠져 있다. 한국교회는 '다음 세대'를 강조하며 교회학교 회복을 부르짖고 있고, 규모가 있는 교회들은 초·중·고등부 예배를 별도로 진행하며, 때마다 각종 행사를 개최하는 등 아동·청소년과 밀접 접촉한다. 그러나 현행법상으로는 성범죄를 저지른 자가 범죄 이력을 속인 채 교회에서 일을 해도 막을 수가 없다.

<뉴스앤조이>가 취합한 목회자 성범죄 데이터를 보면, 전체 피해자 529명 중 10대 이하 아동·청소년은 240명에 달했다. 피해자가 지역 아동 센터 학생이었던 경우도 35명이나 됐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목회자의 성범죄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국 지자체는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대해 매년 성범죄자의 취업 여부를 점검한다. 점검 과정에서 성범죄자가 취업 중인 사실이 드러나면 해임시키고 해당 기관도 폐쇄한다. 사진 출처 서울시
전국 지자체는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대해 매년 성범죄자의 취업 여부를 점검한다. 점검 과정에서 성범죄자가 취업 중인 사실이 드러나면 해임시키고 해당 기관도 폐쇄한다. 사진 출처 서울시
이력 숨기는 목사들
'잡고 보니' 성범죄 전과자

이처럼 현행법에 사각지대가 있다 보니, 언론에 보도되거나 화제가 되지 않는 이상 교단과 교회는 성범죄 목회자의 범죄 사실을 인지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에서 여성 교인 교육을 담당했던 류 아무개 목사(100·101번)는 2015년 서울역 에스컬레이터에서 여성을 불법 촬영하다가 검거됐다. 그는 이 사건으로 벌금 700만 원을 선고받았는데, 수사 과정에서 2012년 11월과 2013년 9월에도 같은 범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과 2범'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적용되던 성범죄자 취업 제한 규정에 따르면, 류 목사는 벌금 납부 후 1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취업할 수 없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동서울노회 기록을 보면, 류 목사는 2012년 10월 사랑의교회에 부임한 것으로 나온다. 부임 직후부터 2015년 범행 발각까지 총 세 차례나 성범죄를 저질렀는데도, 아무런 제약 없이 초대형 교회에서 여성 교인을 교육하는 목사로 활동한 것이다. 만일 교회에도 성범죄 경력 조회 권한이 있었다면, 교회는 그의 전과 사실을 알고 적절한 조치를 취했을 것이다.

<뉴스앤조이>가 앞서 보도한 경남 창원 송 아무개 목사(152번)는 공연음란죄만 전과 4범이다. 그는 2012년 약식명령으로 벌금을 낸 데 이어, 2017년·2018년·2019년에도 같은 죄로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판결문에는 그가 시민들이 이용하는 카페·찜질방 등 공공장소에서 공연히 자신의 성기를 드러내는 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나와 있다. 번번이 벌금형을 선고받고도 같은 유형의 범행이 계속되자, 2019년 법원은 "매번 성실하게 치료받겠다고 다짐했지만 또 범죄를 저질렀다"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송 목사는 법적으로 올해 6월까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취업할 수 없었다. 그가 위에서 열거한 각종 기관에서 일하려 했다면 '성범죄 경력 조회 동의서' 제출을 요구받았을 것이기에 사실상 취업이 불가능했겠지만, 매주 강단에 서서 설교를 전하는 데는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 송 목사는 수차례 유죄판결을 받고도 버젓이 목회를 이어 왔고, 송 목사가 시무하는 교회와 소속 교단에서는 그의 범죄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뉴스앤조이>가 취재에 들어가자 송 목사는 "제발 가족과 교회·교단에 알리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21년 성범죄자 취업 제한 제도로 점검받은 연인원은 338만 명이다. 조회 대상 기관도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21년 성범죄자 취업 제한 제도로 점검받은 연인원은 338만 명이다. 조회 대상 기관도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성범죄 목회자에 대한 징계 여부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일부 노회 관계자는 "범죄 사실을 알았다면 반드시 치리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판결 내용을 알려 달라"고 요청해 왔다. 목회자 성범죄 문제가 반복적으로 터져 나오자, 일부 교단에서는 목회자들의 전과 기록을 확인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지만 현행법에 가로막히기도 했다.

일례로, 예장합동은 2016년 강도사 고시 때 응시자들에게 '범죄 경력 조회 확인서'를 발급해 오라고 했는데, 실정법 위반 논란으로 이듬해 폐지했다. 앞서 언급한 대로 교회는 '성범죄 경력 조회' 대상 기관에 해당하지 않아, 목회자의 전과 기록을 볼 권한이 없다. 이를 대신하기 위해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형실효법)에 근거한 '범죄 경력 조회 회보서'를 발급해 오라고 했는데, 일선 경찰서에서 형실효법상 공무원 외에는 기관·회사 제출용으로 발급이 불가능하다며 문제를 제기하는 일이 발생했다.

2016년 범죄 경력 조회 제도를 도입했던 예장합동 고시부장 김상신 목사는 실정법 위반 논란으로 제도가 조기에 없어졌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목회자에 대한 도덕성 문제가 계속 불거지면서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당사자 이력서로는 명확히 알 수 없으니 범죄 경력 증명서를 제출하도록 한 건데, 경찰서에서 문제를 제기하더라. 그런 어려움이 있어 제대로 시행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고시로는 검증할 수 없는 인품이나 범죄 경력까지 조회하고 싶은데 현행법상 어려움이 있다. 목회자 성범죄 경력 조회 제도를 도입하면 교계가 사회로부터 비판도 덜 받을 것이고, 우리도 1차적으로 걸러 낼 장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장합동은 한 해 동안 시행된 '범죄 경력 조회 제도'로도 성범죄 전과자 1명을 걸러 낸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은 올해 열린 107회 총회에서 목사 고시 및 임직 청원 시 범죄 경력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는 제도를 1년간 연구하기로 결의했다. 예장통합은 목사 안수뿐 아니라 개교회 청빙 때도 각 노회·교회가 당사자의 전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개인 정보 활용 동의서를 받는 등의 대안도 찾겠다고 했다.

교회가 목회자의 성범죄 경력을 조회하기 위해서는 결국 현행법을 개정하는 수밖에 없다. 교회를 성범죄자 취업 제한 기관에 포함하고, 취업자를 대상으로 성범죄 경력 조회서를 요구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관건은 여론과 교회의 의지인데, <뉴스앤조이> 취재 결과 현행법 개정 필요성에 대한 여론이 압도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주요 교단장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뉴스앤조이>가 여론조사 전문 기관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개신교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목회자에 대한 성범죄 경력 조회 제도에 찬성한다'는 응답 비율은 97.9%에 달했다. 또한 <뉴스앤조이>가 인터뷰한 주요 교단장들 역시 모두 제도 도입에 찬성한다는 의사를 표명했고, 교계 연합 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차원에서 논의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현재 예장통합 목회자 성범죄 경력 조회 제도 도입을 연구 중인 김영미 변호사(법무법인 숭인)는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로서는 성폭력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사람이 목회자가 되거나, 범죄를 저지르고 목회를 계속한다고 해도, 누군가 이를 알리지 않는 이상 확인할 방법이 없다. 교회는 영·유아와 학생·청년·장년 등 다양한 연령이 예배를 드리는 곳으로,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곳이 되어야 한다. 교회에 성범죄 경력 조회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교회의 신뢰를 회복하고 궁극적으로는 교회의 권위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룩한 범죄자들' 기사 리스트

① '가해 목회자 259명' 성범죄 판결 10년 치 분석
② 10·20대 여성 교인에 집중된 피해
③ 성범죄 목회자 감싸고돈 교단들
④ '징계 불가'한 목사들…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⑤ 성범죄 저지르고도 강단에 서는 목사들
⑥ 해외 교단 사례로 본 목회자 성폭력 예방 및 대응
⑦ 매년 53만 기관 성범죄 경력 조회…교회는 '예외'
⑧ 주요 교단장들 "성범죄 경력 조회 도입해야"
⑨ 신고부터 징계까지, 피해자의 자리는 없었다
⑩ 징계하면 끝? '피해 회복' 없는 교단 시스템
⑪ 교인 97.9% '목회자 성범죄 경력 조회' 찬성
[다큐] 거룩한 범죄자들: 2013~2022년 목회자 성범죄 10년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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