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이름 뒤에 병기한 번호는 인터랙티브 페이지에 십자가 형태로 시각화한 사건 번호입니다. - 편집자 주 

어떤 목회자는 예배 직전에 범행을 저질렀다. 어떤 목회자는 교회 본당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어떤 목회자는 도망가는 피해자를 뒤쫓아 붙잡았다. 어떤 목회자는 안수기도를 해 주겠다며 피해자를 추행했다. 어떤 목회자는 "목사를 대적하면 교통사고가 날 것"이라 했고, 어떤 목회자는 "나는 너의 영적 아비이니 괜찮다"고 했다. 어떤 목회자는 친딸에게, 어떤 목회자는 자신을 존경하고 따르는 중·고등부 학생에게, 어떤 목회자는 교회 집사에게, 어떤 목회자는 지적장애인에게 범행을 저질렀다. 어떤 목회자는 약물을 타 피해자를 항거 불능 상태로 만들어 성폭력을 가했다. 어떤 목회자는 동영상을 유포하겠다며 피해자를 협박했다. 어떤 목회자는 인터넷에서 만난 중학생을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다. 어떤 목회자는 '경찰'을 사칭해 고등학생을 겁주고 범행을 저질렀다. 어떤 목회자는 피해자와 결혼할 것처럼 속이며 여러 명을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다.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거룩한 직업'이라는 뜻의 성직. 거룩한 삶을 살아야 할 이들이 '하나님의 이름'을 빌려 성폭력을 자행했다. 가해 목회자들의 범죄 내용은 판결문을 제대로 읽기 어려울 정도로 반인륜적이고 반기독교적이었다.

<뉴스앤조이>는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10년간 법원에서 성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목회자·전도사·신학생·선교사 등 '성직자' 259명의 형사사건 283건을 입수해 분석했다. 1심 판결이 나왔지만 상소심이 진행 중인 사건 16건은 제외했다. 사건 수가 가해자 수보다 많은 이유는 한 사람이 여러 차례 범죄를 저지른 경우(동종 누범)가 있기 때문이다.

판결문에 기록된 259명의 '범죄자들'
뉴스앤조이는 2013년 이후 법원에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은 목회자 성범죄 사건 283건의 판결문을 분석했다. 
<뉴스앤조이>는 2013년 이후 법원에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은 목회자 성범죄 사건 283건의 판결문을 분석했다. 

목회자 성폭력 피해자는 '여성', '아동·청소년' 그리고 '인적 신뢰 관계'에 집중돼 있었다. 판결문에 나오는 피해자는 총 529명인데, 이 중 515명(97.4%)이 여성이었다. 남성 피해자는 12명(2.3%)이었고, 나머지 피해자 2명은 성별을 파악할 수 없었다. 연령대를 확인할 수 있는 피해자는 총 479명이었다.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40명(45.4%)이 미성년자, 즉 아동·청소년이었다. 여기에는 10세 미만 피해자도 24명 포함돼 있었다. 성인 피해자는 239명인데, 그중 20대가 156명을 차지했다. 전체 피해자 중 20대 이하 피해자의 비율이 74.9%에 달했다.

<뉴스앤조이>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를 △교회·목회 활동과 관련된 사람 △가족 및 친척 △가족 및 친척 이외의 아는 사람 △전혀 모르는 사람 등 4개 그룹으로 분류했다.

전체 피해자 529명 중 276명(52.2%)이 가해 목회자의 목회 활동과 관련 있었다. 가해자 교회의 교인인 경우는 162명, 교회가 운영하는 지역 아동 센터 등 부설 기관 아동·청소년인 경우는 35명이었고, 지역 아동 센터 등 부설 기관 종사자가 27명, 그룹홈 이용자 18명 등이 뒤를 이었다.

가족·친족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도 30건 있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범행은 123건이었다. 대개 이런 경우는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에서 불법 촬영을 하거나, 인터넷에서 알게 된 사람을 대상으로 한 범죄였다.

<뉴스앤조이>가 입수한 판결문에 기재된 죄명 건수는 총 537건이다. 죄명별로 사건을 분류해 보면, 추행과 관련된 사건이 201건으로 가장 많았다. 강간(유사 강간, 강간 미수 등을 포함) 관련 사건은 총 91건이었다.

불법 촬영이라고 부르는 '카메라 등 이용 촬영'이나 음란물 소지·배포, 통신 매체를 이용한 음란 메시지 전송, 피해자와의 성관계 장면을 촬영한 후 이를 보관·유포하는 등의 디지털 성범죄 사건은 총 24건이었다.

'위계를 이용한 간음' 등으로, 폭행 또는 협박 대신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통제해 성적 자유의사를 침해한 범죄를 의미하는 '그루밍 성폭력' 관련 사건도 총 28건 있었다.

가해자에게 징역형이 선고된 사례는 229건이었다. 벌금형은 56건으로 징역형 비율이 크게 높았다. 가해자가 구속된 사건(구속 기소, 법정 구속 등)은 총 151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성폭력 사건으로 기소된 목회자 2명 중 1명이 수감된 적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해 목회자들이 받은 형량은 최소 4개월부터 최대 25년까지 다양했다. 교인들을 상대로 엽기적인 행위를 일삼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안산 구마교회 사건' 가해자 오다윗 목사(170번)는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오 목사는 20년 전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에서 사이비 논란으로 제명된 바 있다. 주요 교단이 이단·사이비로 규정한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202번)는 징역 16년을 선고받았다.

성범죄는 '이단'과 '정통'을 가리지 않고 발생했다. 기하성 소속 박 아무개 목사(103번)가 징역 15년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전 익산노회장 윤갑수 목사(198번)와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임 아무개 목사(242번), 기독교한국침례회 소속 노 아무개 목사(96번)는 각각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징역 10년 이상을 선고받은 사람은 18명으로 집계됐다.

법원은 범죄 정도가 중대하거나 재범 위험성이 높은 경우에는 '전자 발찌'로 불리는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내린다. 전체 성범죄 목회자 중 10명이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받았다. '신상 정보 공개 대상자'는 45명이었으며, 일부는 '성범죄자 알림e' 홈페이지에서 얼굴과 거주지 등 신상을 확인할 수 있다.

가해 목회자 259명 중 34명(13.1%)은 이미 성범죄 전과가 있는 '동종 누범'이었다. 특히 조 아무개 목사(243·244·245번)는 불법 촬영, 음란 메시지 전송 등으로 전과만 6회에 달했다. 상담사로도 일했던 강영민 목사(4·5번)는 2012년 강간 미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출소 후에도 반복적으로 성범죄를 저질렀다. 2016년 내담자들을 강제 추행해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후, 2021년 또다시 강제 추행을 저질러 현재까지 복역 중이다. 경남 창원에서 목회하는 송 아무개 목사(163·164·165번)는 2012년부터 공연음란죄로 벌금형을 3회, 징역형을 1회 선고받았지만 현재도 목회를 계속하고 있다.

전과가 있는 사람들은 범죄 사실이 외부에 드러나기 전까지 교단에서 아무 제약을 받지 않고 목회 활동을 계속해 왔다. 강영민 목사처럼 성범죄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졌는데도, 교단으로부터 별다른 징계를 받지 않은 이들도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교단이나 교회가 목회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으며, 성폭력에 관한 문제의식도 결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뉴스앤조이>는 성범죄 목회자들의 징계 여부를 교단을 통해 확인하고,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은 채 2022년 11월 현재까지 목회 중인 목회자들도 직접 취재했다.

<뉴스앤조이>는 10년간 유죄판결이 확정된 목회자의 성폭력 범죄 283건을 찾아 분석했지만, 형사사건화되지 않고 드러나지 않은 교회 성폭력 사건은 훨씬 더 많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는 10년간 유죄판결이 확정된 목회자의 성폭력 범죄 283건을 찾아 분석했지만, 형사사건화되지 않고 드러나지 않은 교회 성폭력 사건은 훨씬 더 많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한국교회에서 최근 10년간 발생한 성폭력 사건은 <뉴스앤조이>가 파악한 283건보다 훨씬 더 많다. 전병욱 목사(홍대새교회)처럼 형사사건화되지 않은 성폭력 사건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감리교신학대학교 ㅅ 교수처럼 당사자가 부적절한 성 접촉 사실을 시인했는데도 '성폭력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무죄판결을 받은 사건도 있고, 친고죄가 폐지된 2012년 이전 발생한 범행에 대해 피해자가 합의 후 고소를 취소한 사건도 있다.

피해자가 고소하고 싶었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버린 사건,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고통 때문에 고소까지 나아가지 못한 사건, 피해자가 고소했어도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기소조차 되지 않은 사건도 많다. 가해 목회자가 자신의 신분을 숨겨 판결문에 '무직' 내지 '종교가'로 기재돼 있다 보니, 목회자 성폭력 사건으로 인지·파악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기반센) 박신원 실장은 "센터에 접수된 상담 사건을 토대로 판단해 보면, 10년간 법원에서 판결이 나온 목회자 성폭력 사건은 전체 사건의 10%도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실장은 "교회 내 성폭력은 친밀감을 기반으로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공소시효가 지난 후 피해를 인지하는 등 법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가 확인한 목회자 성범죄 재판은 매년 평균 30여 건씩 진행됐다. 드러난 것만 해도 이 정도인데, 한국교회는 이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 사회에서는 교통사고로 사람이 죽으면 '민식이법', '윤창호법'처럼 사고를 막기 위한 제도적 개선에 착수하지만, 한국교회는 목회자 성범죄와 관련한 대처 방안을 모색하지 않았다.

<뉴스앤조이>는 이번 기획을 통해 한국교회가 그동안 얼마나 목회자 성범죄에 무관심했는지 살펴볼 것이다. △목회자 성폭력 문제에 대처하지 못하는 교단의 구조적 문제를 짚고 △유죄판결 이후에도 목회를 계속하는 이들 △해외 교단이 보여 주는 모범 사례 △대안으로서의 성범죄 경력 조회 제도 △주요 교단장 인터뷰 △목회자 성폭력 피해자들의 증언 △목회자 성폭력에 대한 개신교인 인식 조사 결과 등을 연달아 다룬다.

'거룩한 범죄자들', 이렇게 취재했습니다.

<뉴스앤조이>는 2013년 1월 1일 이후 법원에 기소돼 2022년 10월 31일 현재까지 판결이 확정된 목회자 성범죄 사건을 전수조사했습니다. 판결문에 피고인의 직업이 목사(부목사), 전도사, 선교사, 신학생, 선교 단체 간사 등 개신교 종교 지도자로 기재된 사건과, 비록 직업이 '무직'·'종교가' 등으로 기재됐지만 <뉴스앤조이>를 비롯한 여러 언론사가 보도해 신원이 확인된 사건, 그리고 판결문 기재 내용과 언론 보도, 제보, 피해자 증언 등을 토대로 인지한 사건 등을 취합했습니다.

사건은 현행 성범죄 관련 법규 중 형법 22장(성 풍속에 관한 죄), 31장(약취, 유인 및 인신매매의 죄), 32장(강간과 추행의 죄) 및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성폭력처벌법),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 위반 사건을 기준으로 했으며, 홈페이지 및 기사에 기재된 사건명은 기소 당시의 죄명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성범죄 관련 법규 위반으로 기소됐으나, 성범죄는 무죄가 선고되고 비성범죄 사건(명예훼손 등)에서 유죄가 나온 경우는 '무죄'로 표기하고 집계에서 제외했습니다.

가해 목회자의 소속 교단·교회를 특정할 수 있는 경우, 해당 목회자가 소속된 교단에 연락해 범죄 인지 여부 및 징계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교단 총회 본부, 범죄 및 기소 당시의 노회·연회·지방회 임원 또는 현재 임원을 대상으로 확인 절차를 거쳤으며, 부교역자 등 교단 관리 체계에서 벗어난 가해자는 담임목사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현재 목회 중인 가해자는 직접 찾아가 만나거나, 전화로 인터뷰했습니다.

'거룩한 범죄자들' 기사 리스트

① '가해 목회자 259명' 성범죄 판결 10년 치 분석
② 10·20대 여성 교인에 집중된 피해
③ 성범죄 목회자 감싸고돈 교단들
④ '징계 불가'한 목사들…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⑤ 성범죄 저지르고도 강단에 서는 목사들
⑥ 해외 교단 사례로 본 목회자 성폭력 예방 및 대응
⑦ 매년 53만 기관 성범죄 경력 조회…교회는 '예외'
⑧ 주요 교단장들 "성범죄 경력 조회 도입해야"
⑨ 신고부터 징계까지, 피해자의 자리는 없었다
⑩ 징계하면 끝? '피해 회복' 없는 교단 시스템
⑪ 교인 97.9% '목회자 성범죄 경력 조회' 찬성
[다큐] 거룩한 범죄자들: 2013~2022년 목회자 성범죄 10년 취재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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