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20대 여성 교인에게 그루밍 성폭력을 저지른 전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중앙 총회장 권 아무개 목사(새로운○○교회, 70)가 항소심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월 9일 원심과 같은 판결을 내렸다. 권 목사는 지난해 10월 12일 1심에서 피보호자간음·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으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바 있다.

권 목사와 검사 모두 양형이 부당하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권 목사는 원심 재판 내내 범행을 부인했지만, 항소심 공판에서는 공소사실을 전부 시인했다. 동시에 피해자가 의존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등 피해자에게 잘못을 돌리기도 했다. 권 목사 측은 건강 문제 등을 이유로 피해자와 합의하기 위해 노력할 테니 감형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 선고를 이틀 앞두고 5200만 원을 공탁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권 목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권 목사의 죄질에 비해 형량이 무겁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권 목사가 종교라는 수단을 이용해 하나님의 대행자로 행세하며 피해자를 정신적으로 지배했고, 상당 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간음하고 추행했다고 언급했다. 또한 피해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권 목사가 참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권 목사가 잘못을 뉘우치고 공탁금을 낸 것 등을 고려할 때 원심 판결이 적절하다고 했다. 재판 내내 시선을 아래에 두던 권 목사는 별다른 발언 없이 선고 후 곧바로 퇴장했다.

권 목사는 항소심에서 범행을 자백했지만, 피해자 성향 탓을 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권 목사의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권 목사는 항소심에서 범행을 자백했지만, 피해자 성향 탓을 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권 목사의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이날 재판은 교회 관계자 10여 명과 피해자 가족, 기독교반성폭력센터·천주교성폭력상담소 활동가들, 권 목사가 소속돼 있던 대한예수교장로회 호헌(예장호헌·이우회 총회장) 총무 황연식 목사 등이 방청했다. 두 손을 모으고 지켜보던 권 목사 아내 고 목사와 부목사 등은 재판이 끝나자 곧바로 재판정을 빠져나갔다.

피해자 김서연 씨(가명)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권 목사가 범죄 사실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고 사과도 하지 않았는데 양형이 유지된 게 아쉽다고 했다. 그는 "권 목사 부인 고 아무개 목사와 교인들은 2심 재판 중에도 피해자가 사이비에 현혹돼 꾸민 짓이라고 퍼뜨리고 다녔다. 피해자를 지지해 준 교인의 부모에게도 연락해, 더 이상 일을 키우지 않고 마무리하도록 설득해 달라고 회유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정말 이것이 피해자를 위한 판결인가"라고 말했다.

재판정에서 선고를 지켜본 김서연 씨 아버지는 기자와 만나, 권 목사와 2차 가해를 저지른 교인들에게 진정한 사과를 요구했지만 권 목사 측이 거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2심 공판 이후 변호사 연락이 딱 한 번 왔다. 2심에서 사실을 인정한 게 사과라고 하더라. 사과는 그게 전부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예장호헌 총무 황연식 목사는 "개인적으로 실상을 알고 싶어서 보러 왔다"면서 "작년 4월 노회에서 권 목사와 고 목사를 모두 제명했다. 이를 공표하지 않은 것은 노회가 사사건건 총회에 보고하지 않고, 총회가 불미스러운 일을 밝힐 의무도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권 목사가) 우리 총회 구성원이 아니기 때문에 추가로 징계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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