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보호자간음죄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권 아무개 목사의 항소심이 열렸다. 선고 기일은 내년 2월 9일이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피보호자간음죄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권 아무개 목사의 항소심이 열렸다. 선고 기일은 내년 2월 9일이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20대 여성 교인에게 그루밍 성폭력을 저지른 권 아무개 목사가 항소심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1심에서 피보호자간음죄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권 목사는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다. 검사도 형이 가볍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항소심 첫 공판은 12월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렸다. 권 목사의 아내 고 아무개 목사(새로운○○교회)를 비롯해 교회 관계자 5명가량이 방청했다. 권 목사는 하늘색 수의를 입고 재판정에 입장했다. 피고인석에 앉은 권 목사는 판사의 질문에 또렷한 목소리로 답변했다. 공판 내내 시선은 판사에게 향해 있었지만, 중간중간 고개를 돌려 방청석을 둘러보기도 했다.

원심에서 권 목사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범행을 인정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점, 피고인이 피해자 탓을 하며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선고했다.

권 목사는 2심에 와서야 공소사실을 전부 시인했다. 권 목사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율촌은 항소이유서에서, 권 목사가 잘못을 모두 인정하고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 했다. 다만 권 목사는 손녀를 보는 할아버지와 같은 마음으로 청년 교인들에게 스킨십을 해 왔고, 피해자가 권 목사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가진 줄로 착각했다고 주장했다. 권 목사와 피해자의 나이 차는 50세가 넘는다.

권 목사는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피해자가 자신을 돕는 교인 D를 신격화했고, 그에게 의존적인 성향이라는 것이다. 성폭력이 교회에서 드러났을 때 권 목사는 D를 이단으로 몰아 출교한 바 있다.

재판부는 D와 관련한 피고인 측 주장은 사건과 무관하다면서 단호히 선을 그었다. 재판장은 "힘들고 슬픈 사건"이라면서 "저도 개인적으로 모태신앙이고, 교회 집사가 된 지도 10년이 지났고, 저희 할아버지가 시골에서 교회를 3개나 개척하신 분이다. 기독교 교리는 자신 있지만, 이 사건 형을 정함에 있어서 제3자 부분은 가급적 피고인에게 유리하게도 불리하게도 고려하지 않겠다. (피고인 측이) 사건이 처음에 발각되고 고소되는 경위와 관련해 교리나 피해자의 성향을 언급하고 있지만, 피고인과 검찰 측에서 모두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한 사건이므로 법리적인 부분에 맞춰서 본안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검사는 최종 변론에서, 원심 때 구형한 징역 8년을 선고해 달라고 했다. 피고인이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고, 피해자가 현재도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반면 권 목사 측은 "피고인은 현재 이 사건으로 교회 담임목사직을 포함해서 목사로서의 모든 직위를 내려놓은 상태다. 앞으로도 목회 활동을 할 계획이 전혀 없다"면서 합의를 위해 노력할 테니 감형해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권 목사는 "평생 교회와 성도만을 위해 살아오다가 이렇게 하나님께 큰 범죄를 저질러 참담하고 허무하기 그지없다"고 했다. 그는 "사려 깊지 못한 행동으로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 저의 가족들, 교인들이 받은 상처를 생각할 때 뼈에 사무칠 정도로 반성하고 있다"면서 "심장 수술, 뇌경색 등으로 몸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부디 헤아려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항소심 절차를 종결하고, 2개월여간의 합의 기간을 둔 뒤 최종 선고하기로 했다. 재판장은 "이미 일이 벌어졌지만, 서로 다친 마음을 치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 피해자와 피고인 모두를 위해 최대한 합의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재판이 마무리되자 방청석에 앉아 있던 권 목사의 아내 고 목사는 구치소로 돌아가는 권 목사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선고 공판은 2월 9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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