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성폭력은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지 않는다. 가해 목회자는 여성 교인을 타깃으로 삼은 뒤 충성과 복종을 강요한다. 교회 안에서 피해자를 특별히 대우하는 한편 서서히 범죄 수위를 높여 간다.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게 심리를 조종하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 주변 사람을 동원해 회유·멸시·협박하기도 한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소속 ㅈ교회 한 아무개 목사(46)는 이와 같은 방법으로 교회 청년 자매 2명에게 성폭력을 저질러 왔다. <뉴스앤조이>는 지난 3년간 경기도 화성에 있는 ㅈ교회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을 2주간 취재해 기사 두 개로 싣는다. 이번 기사에서는 ㅈ 목사의 그루밍 성폭력을 다룬다. - 기자 주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피해자 A의 가족은 오래전부터 한 목사가 시무하는 교회에 다녔다. 더 정확히는 한 목사의 어머니가 목회하던 충북의 한 교회에서부터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강원도 영월·원주, 화성 동탄신도시 등으로 임지를 옮길 때마다 A의 가족은 한 목사와 함께했다.

A의 가족은 한 목사를 절대적으로 신뢰했다. 2018년 한 목사는 교회를 화성으로 옮기고, A의 동생들을 교회에서 살도록 권유했다. 교회에서 함께 살면 A의 아버지도 교회에 다니게 될 것이고, 좋은 일들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A의 동생들은 교회에서 함께 공동생활을 시작했다. 한 목사는 언니인 A에게도 교회에서 살라고 거듭 권유했다. 결국 A도 2020년 1월부터 ㅈ교회에 들어가 생활했다.

A는 ㅈ교회 핵심 멤버였다. 방송실 업무를 보고, 청년부를 이끌었다. 한 목사는 A를 '기도 사역자'로 지칭하면서 다른 교인보다 특별히 대우했다. 한 목사에게 교인들이 안수기도를 받으러 들어올 때면, A를 옆에 앉히고 "뭐가 보이느냐"면서 마치 영적인 사람처럼 보이게 했다.

공동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한 목사가 A에게 접근해 왔다. 목사는 자신의 번호를 A에게 알려 주면서 '믿음의 친구'로 저장하라고 요구했다. ㅈ교회는 매일 밤 자정까지 기도회를 했는데, 한 목사는 기도회를 마치고 A에게 사적인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네가 여자로 보인다", "차 타고 나가서 데이트를 하자."

선을 넘는 말들이 반복됐다. 목사에게 '절대 순종'해야 한다고 교육받아 온 A는 거부할 수 없었다. ㅈ교회 청년들은 한 목사에게 '다나까'식 말투를 사용할 정도로 순종적이었다. 당시 A는 간단한 대답을 할 때도 "네 알겠습니다 목사님!"이라고 답장을 보냈다.

거절하지 못하는 A에게 한 목사는 "손 한번 잡아 주면 안 되느냐", "안아 달라"며 스킨십을 요구했다. 당시 A에게는 남자 친구가 있었는데, 한 목사는 "나와 양다리를 하자"며 희롱하기도 했다. 

A는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2020년 3월경, 한 목사가 '내 생일 선물로 나와 한번 자 달라'고 말했다.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이후로 시작된 성폭력은 한 달에 2~3회 꼴로, 2021년 9월까지 반복됐다. 

한편, ㅈ교회에는 여성 간사 ㄱ이 있었는데, A를 비롯한 교인들은 한 목사와 ㄱ이 부부가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둘의 관계는 가까웠다. 그래서였는지 한 목사는 ㄱ 간사가 교회를 비울 때만 A에게 성폭력을 저질렀다.

경기도 화성시에서 ㅈ교회를 담임하던 한 아무개 목사. 그는 영적 권위를 내세워 교인들을 철저히 통제하고 지배하면서, 교회에서 생활하던 자매에게 성폭력을 저질렀다. 그는 범행 이후 증거를 인멸하거나 피해자를 협박 회유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경기도 화성시에서 ㅈ교회를 담임하던 한 아무개 목사. 그는 영적 권위를 내세워 교인들을 철저히 통제하고 지배하면서, 교회에서 생활하던 자매에게 성폭력을 저질렀다. 그는 범행 이후 증거를 인멸하거나 피해자를 협박 회유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견디지 못해 교회 탈출 시도
"목사가 칼 겨누고 협박도"

A는 한 목사의 행동이 명백한 성폭력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를 알리거나 ㅈ교회를 떠날 수 없었다. 오랜 기간 가족이 교회에서 생활해 왔고 '주의종을 대적하면 죽는다'는 두려움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핵심 멤버인 자신이 홀연히 사라지면 ㅈ교회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부담도 있었다. A는 "당시 청년부 총무와 방송실도 맡았다. 그 모든 것을 한번에 그만두면 나를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2020년까지만 하고 이 교회를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견디다 못해 교회를 떠나겠다고 결심한 2020년 11월경, 한 목사가 A에게 친동생 B 이야기를 꺼냈다. B의 다리가 너무 예쁘다고 하거나 성관계를 하고 싶다는 취지의 말을 내뱉기도 했다. 당시 B는 미성년자였다. 그 말을 들은 A는 "분노보다 두려움을 느꼈다"고 했다.

"(B의) 친언니로서 두려웠다. 이 사람이 더러운 사람인 걸 아니까, 내 동생도 성폭행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내가 없으면 동생이 당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내가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동생이 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 남았다. 그렇게 말도 못하고 계속 성폭력을 당해 왔다."

하지만 A는 한 목사의 성폭력을 견딜 수가 없었다. 2021년 9월 추석 당일, 교회 청년이자 남자 친구인 D와 함께 교회를 탈출했다. 두 사람은 핸드폰을 끄고 차를 타고 화성을 벗어나, 군산·전주로 향했다. 이후 서울로 올라왔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한 목사는 손쉽게 두 사람의 위치를 알아냈다. 

한 목사는 A의 부모와 함께 서울 명동에서 A와 D를 찾아내 ㅈ교회로 데려왔다. A는 당시 한 목사에게 "경찰과 검찰에 아는 사람이 있다", "너희가 쓴 카드 내역까지 모두 다 알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A는 "전주에서 어느 공영 주차장을 이용했는지까지 (한 목사가) 알고 있어서 무서웠다"고 말했다.

A는 "교회로 데려온 한 목사가 식칼을 겨누며 '너희를 칼로 찌를 수 있다'는 식으로 협박했다. 그러면서 교회를 떠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2021년 11월에도 한 차례 탈출을 감행했으나 이내 추적당해 교회에 끌려왔다. 탈출 시도 이후 한 목사의 성폭력은 중단됐지만, 교회 안에서 A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청년으로 인식됐다.

심지어 A의 부모도 한 목사의 말만 듣고, A가 마귀에 들렸다고 생각했다. 교인들 역시 목사를 대적하고 탈출한 A를 멀리했다. A는 "혼자 방송실에 처박혀 있을 때가 많았다. 이미 교회 사람들은 나와 오빠(D)를 미친 사람으로 취급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A는 자신의 성폭력 사실을 공개해도 믿어 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다. 2022년 1월경, A는 엄마와 싸웠다는 핑계를 대고 교회를 나왔다. 가족과도 모든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한 목사도 더는 A를 찾지 않았다.

2018년 한 목사는 화성시 한 전원 마을에 예배당을 짓고, 이곳에 아동·청년 교인을 들어와 살게 했다. 다른 교인들이 모두 자면, 피해자들을 불러 범행을 저질렀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2018년 한 목사는 화성시 한 전원 마을에 예배당을 짓고, 이곳에 아동·청년 교인을 들어와 살게 했다. 다른 교인들이 모두 자면, 피해자들을 불러 범행을 저질렀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동생도 성폭력 피해

부모의 전화도 차단하고 잠적한 지 7개월이 지난 2022년 8월, A는 가족과 다시 연락을 해야 했다. 가족이 타는 차량 명의가 A의 앞으로 돼 있는데, 할부금이 연체됐다며 독촉 통지가 날아왔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연락을 했지만, 그때도 가족들은 A를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취급하고 있었다. 너무 화가 난 A는 가족에게 한 목사에게 성폭력을 당해 교회를 떠났다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피해 사실을 폭로하던 A는 동생 B에게서 이상한 점을 감지했다. 동공이 흔들렸고, 매우 놀란 사람처럼 보였다. 과거 한 목사가 동생 B를 언급한 게 기억이 난 A는, B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 아니냐고 물었다. 한 달 정도 고민하던 B는 자신 역시 한 목사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18세였던 2020년부터 지속적으로 성폭력을 당했다고 했다.

B는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한 목사가 기도를 해 준다거나 안마를 요청하면서 새벽에 목양실로 따로 불러냈다고 말했다. 

"목사는 항상 설교 시간에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를 (새벽에 목양실로) 부르는 것도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부터 목사를 섬겨야 한다고 들어 왔고, 내가 목사를 이렇게라도 섬기면 하나님께서 내 모습을 지켜봐 주실 거라는 마음도 있었다. 한마디로 올바른 정신 상태가 아니었다."

한 목사에게 세뇌를 당해 제대로 저항조차 할 수도 없었다고 했다. B는 "'왜'라는 질문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잘못을 하면 항상 혼났고, 목사를 의심할 수 없는 상황을 계속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 목사가 '아무나와 (성관계를) 하는 줄 아느냐'고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A에 이어 B까지 성폭력 피해 사실을 밝히자, 그제야 가족과 교인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그 즈음 한 목사는 "잠시 쉬어야 한다"면서 도망치듯 ㅈ교회를 떠났다. 교회 CCTV에 저장된 영상을 모두 지우고, 한 청년에게 교회 유튜브 설교 영상을 모두 삭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현재 교회 유튜브 계정은 사라진 상태다. 한 목사는 자신의 휴대폰 번호도 바꾸었다.

고립·통제…전형적 그루밍 성폭력

A·B 자매는 전형적인 그루밍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 한 목사는 피해자들을 교회에서 대체 불가한 존재인 것처럼 추켜세우고, '둘만의 비밀'을 만들었다. 피해자들을 철저히 고립시켜서 교회 내에서 교제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과 가벼운 접촉도 못 하게 했다. 피해자들은 "가족끼리도 교회 이야기를 잘 하지 못했다. 누가 목사에게 밀고할까 두려웠다"고 했다.

A는 "인터뷰하기 전에 <뉴스앤조이> 기사를 찾아봤다. 어떤 목사가 '성도들끼리 만나지 말고 스킨십하지 말라'고 한 내용이었다. 한 목사도 똑같았다. (남녀가) 어깨 한번 터치했다고 '너희 왜 그러냐'면서 난리를 친 적 있다. '차 앞자리에도 서로 앉지 말라'고도 했다. 그런 (한 목사는) 긴 시간 성폭력을 저질러 왔다. 진짜 사이비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B는 "성폭력을 겪던 시기, 내 마음의 상태는 '사람을 죽일 수 있을 정도'였다. 귀여운 아이를 봐도 죽이고 싶었다. 내가 살인을 저지를까 두려웠다. '사람을 죽이면 안 된다'는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그 생각으로 계속 스스로를 절제하고 집중력을 놓지 않으려고 했다"면서 "교회에서 겪은 두려움이 너무나 컸다. 이후에 어딜 가도 어른들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항상 '네'라고 할 수밖에 없었고 아무 저항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성폭력 피해자는 A·B 외 더 있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ㅈ교회에서 함께 생활했던 C 역시 비슷한 경험을 한 적 있다고 말했다. C는 "한 목사가 교회 MT 장소를 답사하러 가자더니, '교인들에게는 말하지 말라'면서 몰래 나오라고 하더라. (한 목사) 차를 탔더니 '네가 고생하는 것 같아서 널 쉬게 해 주려고 한 거다. 호텔을 잡아 주겠다. 결제만 해 주고 갈 테니 혼자 쉬라'고 했다. 너무 이상해서 답사를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했다.

한 목사는 피해자 A의 휴대전화를 버리도록 지시하는 등 증거 인멸에도 적극적이었다. 그는 평소에도 피해자에게 "톡은 다 지워라"는 등으로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 했다. 버린 휴대전화를 1년 만에 극적으로 발견하면서, 수사에도 큰 진전이 있었다. 사진은 휴대전화를 버린 후 전원을 끄기 위해 수십 차례 부재중 전화를 걸었던 ㄱ 간사의 통화 내역.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한 목사는 피해자 A의 휴대전화를 버리도록 지시하는 등 증거인멸에도 적극적이었다. 그는 평소에도 피해자에게 "톡은 다 지워라"는 등으로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 했다. 버린 휴대전화를 1년 만에 극적으로 발견하면서, 수사에도 큰 진전이 있었다. 사진은 휴대전화를 버린 후 전원을 끄기 위해 수십 차례 부재중 전화를 걸었던 ㄱ 간사의 통화 내역.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1년 전 버렸던 휴대폰에서 증거 나와

 A는 지난해 8월, B는 10월 한 목사를 상습피감독자간음죄와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화성동탄경찰서에 고소했다. 한 목사는 성폭력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경, 한 목사는 ㅈ교회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노회가 파송한 목사에게 '발신 번호 표시 제한'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는 "억지로 뭘 하지 않았는데 이 모든 내용이 내가 가스라이팅한 걸로 돼 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변명일 것 같지만 나는 절대로 협박하고 억지로 한 적은 없다"면서 성폭력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는 한 목사의 입장을 직접 듣기 위해 수소문했으나 행방을 찾을 수 없었다. 

과거 한 목사와 가장 가까웠던 여성 간사 ㄱ은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그들이 목사님과 강제적으로 했는지는 모르겠고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교인들이 교회 재산을 나눠 가지려고 한다"고 음모론을 제기했다. ㅈ교회에 출석했던 한 목사의 친동생은 기자가 신분을 밝히자마자 전화를 끊고, 이후 메시지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진술 외에도 한 목사의 범행을 입증할 증거가 발견됐다. 2021년 9월, 언니 A가 탈출 후 붙잡혀 왔을 때 한 목사는 B에게 A의 핸드폰을 몰래 버리라고 지시했다. "A가 새벽까지 나에게 메시지를 보내서 너무 괴롭다"는 이유를 댔다. 한 목사는 이전에도 수시로 대화 내용을 지우라고 A에게 요구하고 A의 휴대전화를 직접 확인하는 등, 범행 기록이 남지 않았나 수차례 신경을 썼다고 한다. 

당시 세뇌 상태였던 B는 A의 핸드폰을 교회 뒤편 수풀에 던졌다. 1년 후인 2022년 10월 B가 피해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린 뒤 가족들과 함께 핸드폰을 찾으러 갔다. 다행히 핸드폰은 그 자리에 있었다. 극적으로 발견한 핸드폰은 경찰 수사에 큰 도움이 됐다. 포렌식을 통해 한 목사의 범죄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문자메시지 등을 복구할 수 있었다. 

경찰은 올해 초 휴대전화 포렌식을 진행하고, 두 차례 한 목사를 불러 조사한 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수원지방법원은 4월 4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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