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님. 최승현 기자입니다. 2021년도 벌써 한 달이 지났네요. 1월은 입사도 하고 결혼도 했던 달이라, 저는 매년 초 삼중 현타(…)를 겪는데요. '나이도 먹고, 연차도 쌓이는데 그동안 뭘 했나' 하는 자조를 뒤로하고, "새 술은 새 부대에!"를 외치며 모니터도 사고, 책상도 새로 짜 맞췄습니다.

독자님은 올해 어떤 목표를 세우셨나요? 저는 '데이터저널리즘'을 중점적으로 공부해 보려고요. 그동안 이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교회 세습 지도 생활 인구 데이터를 활용한 사랑제일교회 예배 인원 추산 △8월 교회발 코로나19 확산 지도 등 여러 가지 기사를 써 봤는데요. 전문성이 떨어지다 보니 더 깊이 있는 분석이나 시각화는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올해는 제대로 배워서 더 친절하고, 더 깔끔하고, 더 좋은 기사를 써 보려고 합니다. 

<뉴스앤조이>는 기자들이 전문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한 달에 2일을 직무 교육일로 보장해 주고 있어요. 저는 이때 열심히 배워서 다양한 시각화·인터랙티브 기사를 내놓고 싶어요. 소형 교회 목사님들의 어려운 삶,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 사회가 한국교회를 보는 시선 등을 어떻게 통찰력 있는 데이터저널리즘 기사로 담아낼 수 있을지 막막하기는 하지만, 회사가 판을 깔아 주는 만큼 잘 해낼 거라 믿.슙.니.다! 올 한 해 좋은 기사가 많이 나오도록 많은 응원 부탁드려요!

by 최승현

처치독 리포트
교회 밖 평신도 중심의 기독교 커뮤니티가 있다는 소식 들어 보셨나요? 이번 처치독에서는 FX(Fresh expressions of Churches)를 소개합니다.

FX? 그게 뭔데?

제목 보고 혹시 놀라지 않으셨나요? 실제 일어나고 있는 모임입니다. 그것도 수십 년 전부터요. 아, 드디어 기독교가 세속화하고 변질되어 이제 망하는 길에 이르렀다고 탄식하고 계신 거 아니시죠? 이 모임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유럽·북미에서는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대요. 교회 갱신의 새로운 동력으로 말이죠. 도대체 어떤 모임인데 그럴까요.

· FX(Fresh expressions of Church): '교회의 새로운 표현들'. 영국에서 시작한 평신도 중심 기독교 커뮤니티.

1990년대 영국성공회에서 평신도 모임이 논란이 돼요. 교회에 소속되지 않은 젊은 사람들이 카페나 펍·식당에서 기도도 하고 예배도 드리고 그랬던 거예요. 원래는 독서나 운동을 위한 취미 모임이나 직장인·학부모 그룹이었는데 기독교 커뮤니티로 발전한 것이었죠.

영국성공회가 고민합니다. 얘네들 뭐지? 예배당도 없고 목회자도 없고. 교회는 아닌데 그러면서 교회와 비슷한 기능을 하고 있고. 성직자들을 파견해 연구하기 시작하는데요. 두 번의 전환이 일어나요. 첫 번째는 1994년 영국성공회가 이 모임을 인정한 것입니다. '교회의 새로운 표현'이라는 평신도 중심 교회 개척 운동이 조명받기 시작합니다. 

사실 교회는 건물이 아니잖아요. 성경에 나오는 교회는 여러 모양으로 표현될 수 있는데, 그중 하나가 우리에게 익숙한 예배당 중심의 기존 교회이고, 위와 같은 평신도 모임도 교회의 또 다른 표현이 될 수 있다고 영국성공회가 받아들인 거죠. 두 번째 전환은 2004년에 일어나는데요. 이전까지 FX를 기존 교회를 보조하는 모임으로 바라봤다면, 이때부터는 동등한 교회로 그 의미가 강화됩니다.

평신도 교회가 낯설다고?
초대교회를 떠올려 봐

'교회의 새로운 표현'이라고 불리지만, 사실 교인들이 일상에서 '교회'를 이루는 건 전혀 새로운 모델이 아니에요. 1세기 교회 모습이 바로 그러했죠. 초대교회는 대부분 집에서 모였으니까요. 일상에서 함께 기도하고 예배하고 성경을 공부하고 이웃을 섬겼죠. 초대교회는 기독교인이 아니라도 누구나 관심 있으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공동체였어요.

오늘날 교회는 사람들에게 더 이상 매력적인 공간이 아니라고 해요. 기독교인조차 교회를 떠나고 있죠. 매년 가나안 교인들이 늘어난다는 통계도 나오고 있고요.

이런 상황에서 선교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어요. 비기독교인을 교회에 데려와 복음을 전하는 방식에서, 교회가 한 손에는 복음을, 다른 손에는 사귐과 섬김을 가지고 일상으로 흩어져야 한다는 거죠. 한국에서는 <다원주의 사회에서의 복음>(IVP) 저자로 알려진 영국 신학자 레슬리 뉴비긴이 강조한 개념이기도 합니다.

복음 전하는
새로운 전략
 

FX를 설명할 때 한 가지 꼭 짚고 넘어갈 점이 있어요. FX가 비기독교인을 초청해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하는 커뮤니티인 건 맞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을 기존 교회로 데려오려는 전도 전략으로 여기면 곤란해요. 교회를 떠난 '잃은 양 찾기' 프로그램도 아니고요. FX가 바로 교회이기 때문이죠. 

기존 교회를 부정하거나 배격한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FX가 기존 교회보다 우월하거나 더 나은 교회라고 말할 수도 없어요. 기존 교회는 현재 정착한 영역 안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FX는 그 영역 밖에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섬겨요. 이렇게 두 교회가 서로 지지하고 상호 보완하며 파트너로 존재하는 거죠. 

영국에서는 다양한 교단에서 3500개가 넘는 FX가 시작됐대요. 놀라운 사실은 이들 중 3/4이 기존 교회를 출석하지 않았던 사람들이래요. 매우 신나는 소식 아닌가요? FX는 현재 영국뿐 아니라 호주, 미국 등에서도 활발하게 형성되고 있어요. 한국에서도 최근 몇 년 사이 '선교적 교회', '미셔널 처치', '선교형 교회'라는 개념과 함께 FX가 뜨겁게 떠오르고 있어요. 

야, 너도 할 수 있어

물론 유럽, 북미 사회와 한국 사회는 다르죠. FX를 그대로 가져오기 어려울지 몰라요. 어쩌면 교인들이 가뜩이나 교회에서 봉사하느라 할 일도 많은데, 이제는 동네에서 개척까지 해야 하는 거냐고 들고일어나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자자, 진정하시고요. FX 개념을 국내에 도입하기 위해 활동하는 신학자, 목회자들은 한국에 맞는 FX 모델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해외에서는 평신도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었던 것과 달리, 한국에서는 목회자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거든요. 평신도·목회자의 구분은 중요하지 않아요. 기독교인으로서 이웃을 사랑하고 섬기겠다는 마음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그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냐고요? 다행히 도움이 될 만한 책과 자료가 있습니다. 개척학교 숲브랜든선교연구소, FX KOREA에서 다양한 강의를 열고 참고 서적을 발간하고 있고요. <뉴스앤조이>도 최근 FX를 시작하는 이들을 위한 매뉴얼 <리프레시>라는 소책자를 발간했어요.

<리프레시>에서는 FX를 세우는 다섯 단계를 이렇게 소개해요. △경청 △사랑과 섬김 △커뮤니티 빌딩 △제자도 모색 △교회로 발전. FX는 운동 모임, 식사 교제, 직장 커뮤니티, SNS 모임 등 형식이 제한되어 있지 않아요. 일단 주변을 돌아보세요. 주변에 어떤 필요가 있나요? 여러분이 갖고 있는 달란트는 무엇인가요? 함께 FX를 세울 동역자가 있나요? 됐어요, 그럼. 이제 시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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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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