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한국교회 청년 중 가나안 교인이 20%에 이르고, 10년 후에는 2배인 40%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실천신대 21세기교회연구소, 한국교회탐구센터, 목회데이터연구소는 1월 27일 '2021 기독 청년 신앙과 교회 인식 조사 세미나'를 열었다. 이번 기사에는 조사 대상인 20·30대 청년 700명이 언제 기독교 신앙을 지니게 됐고, 언제 교회를 떠났으며, 교회에 출석하는 이유와 떠난 이유가 무엇인지를 정리했다.

청년들이 신앙생활을 하게 된 계기는 가족의 영향이 컸다. '가족 때문에 교회에 다니게 됐다'는 응답이 77.4%, '친구나 지인 전도로 신앙을 갖게 됐다'는 응답은 17.1%였다. '스스로 신앙생활을 시작했다'는 응답은 5.4%에 그쳤다. 출석 시기도 대부분 유년기였다. '모태신앙'이라고 답한 청년이 52.9%, '유치원 이전부터 다녔다'는 청년까지 합하면 64.6%에 이르렀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신앙생활을 시작했다'는 응답은 13%였다.

신앙생활을 하는 이유는 '구원·영생을 위해서'라는 응답이 32.6%로 가장 높았다. '마음의 평안을 위해'(28%), '습관적으로 다닌다'(19.1%)가 뒤를 이었다. 신앙이 실제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도 물었다. 청년들은 '직장'(64.3%), '학업'(64.1%) 등 공적 영역보다 '가정 생활'(79.1%), '인간관계'(76%) 등 사적 영역에서 신앙의 영향을 비교적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중 '가나안 교인'이 얼마나 되는지도 조사했다. 정재영 교수는 보다 객관적인 지표로 구분하기 위해, 교회 출석 빈도를 응답하게 한 후 출석이 6개월에 1회 이하인 경우를 '가나안 교인'으로 분류했다. 전혀 출석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12.6%를 합하면 가나안 교인은 전체 700명 중 142명으로, 20.3%였다. 출석 교인으로 분류되는 청년은 79.7%(558명)고 매주 출석 또는 한 달에 3~4회 출석하는 청년은 63.7%였다.

가나안 교인(142명)에게 교회를 떠난 이유와 시기 등을 물었다. 이들 중 약 70%가 '대학생 이후 교회를 떠났다'고 응답했다. 35.2%가 '대학생 시절 또는 취업 전에', 23.9%가 '취업 후에' 교회를 떠났고, 9%는 '결혼 후에' 떠났다고 했다. 교회를 나가지 않은 기간은 평균 7.9년으로 나타났다.

불출석하는 이유(1·2순위 합산)로는 '꼭 가야겠다는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54.2%)가 가장 높았다. 이어 '개인적 이유'(31%), '시간이 없어서'(25.4%), '자유로운 신앙생활을 위해'(24.6%) 순으로 나타났다.

교회에 나가지 않지만 스스로를 교인이라고 규정하는 근거가 무엇인지도 물었다. '하나님의 존재를 믿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45.8%로 가장 많았다. '기독교 가정에서 자라서'(21.8%),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해 왔기 때문에'(16.2%) 등의 이유를 든 가나안 교인도 30%를 차지했다.

 

전체 설문 응답자 중 교회에 출석하고 있다고 응답한 79.7%(558명)에게는 교회 만족도 및 출석 현황을 물었다. 이들 중 77.4%가 주일 오전 예배(세칭 '대예배')에 참석한다고 응답했으며, 20.3%는 청년부 예배에 참석한다고 했다.

교회 출석하는 청년 중 76.3%는 교회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불만족한다는 응답은 15.4%였다. 출석하는 교회에 만족을 느끼는 이유(1·2순위 합산)로는 '교인 간 진정성 있는 관계와 교제'(33.3%)가 1위로 꼽혔다. '이웃과 사회를 위한 사회적 책임을 감당'(31.2%), '교회가 영적인 해답을 준다'(27.5%)가 뒤를 이었다.

반면 불만족을 느낀다는 청년들은 그 이유로(1·2순위 합산) '교회 지도자들의 권위주의적 태도'(34.9%)를 꼽았다. 이어 '시대의 흐름을 쫓지 못하는 고리타분함'(31.4%), '교인 간 사랑이 없는 형식적 관계'(25.6%) 순으로 나타났다.

현재 출석하는 교회 청년부가 있다는 응답은 84.9%였는데, 교회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에 가까운 47%가 청년부 담당 사역자나 교인에게 의견을 전달한다고 했으며, 당회나 운영위원회에 청년부 대표가 참석한다는 응답은 16.5%에 그쳤다. 공식 통로가 아예 없다는 응답도 13.9%나 됐다. 교회 의사 결정에 참여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53.2%만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35%는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했다.

청년들은 바람직한 한국교회 미래상(1·2순위 합산)으로 '사회에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교회'(37.7%), '개인에게 마음의 치유와 회복을 주는 교회'(36.9%), '복음을 충실히 전하는 교회'(35.7), '사회적 약자를 돕는 교회'(34.3%)를 꼽았다. '내가 다니고 싶은 교회'(1·2순위 합산)로는 '설교가 은혜로운 교회'(50.4%), '목사님의 인품이 훌륭한 교회'(38.3%), '교인 간 교제와 사랑이 활발한 교회'(37.3%)라고 답했다.

그러나 10년 후 신앙생활과 교회 생활을 지속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절반인 53.3%만 '신앙도 유지하고 교회도 잘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기독교 신앙을 유지하지만 교회는 잘 나가지 않을 것 같다는 응답도 39.9%나 됐다. 현재 20.3%인 가나안 교인 비중이 39.9%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예 '신앙도 버리고 교회도 안 나갈 것'이라며 탈기독교화할 것이라는 응답도 4.3%가 나왔다.

 

설문 결과를 소개한 정재영 교수는 "개신교가 가족 종교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신앙생활하는 요인이 대부분 가족에 있고, 모태신앙 비율이 절반에 이르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가족 안에서 신앙을 전수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확장성 측면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자칫하면 '우리끼리'의 종교가 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조사 결과 발표에 패널로 나선 이들은, 가나안 교인이 더 많아지는 등 청년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를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특히 청년들이 교회 의사 결정 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송인규 소장(한국교회탐구센터)은 "많은 교회가 청년 사역을 사역의 일부 정도로 취급한다. 핵심은 장년 사역인데, 교회 위신 때문에 청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입바른 얘기가 많다. 청년이 중심이 되는 교회로 판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아 팀장(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딱히 교회에 나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청년들의 응답을 보며, 이는 대안을 필요로 하는 '교회 거부'라는 점을 유념하고 청년들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사회에서는 청년기본법도 제정하고 '청년의 날'도 만드는 등 관심을 가지려는 분위기지만, 교회는 여전히 청년에 무관심하다. 이제는 교회가 청년을 하나의 주체로 인정하고, 그들의 정체성과 권리를 인정하는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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