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제도권 교회 교인이 제도권 교회 교인보다 만족도가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특정 교단에 가입하지 않거나 전통 교회와 다른 체계를 추구하는 '비제도권 교회'와 관련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교회가 교단에 속해 있지 않으면 이단·사이비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고, 세금 공제 혜택도 받지 못한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정재영 교수(종교사회학)는 "단점이 뚜렷한데도 비제도권 교회는 계속 생겨나는 추세다"고 했다.  

정재영 교수는 비제도권 교회 현상을 연구하고자 2017년 9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전국에 있는 비제도권 교회 28곳을 직접 찾았다. 평신도 중심 교회, 일요일이 아닌 평일에 모이는 교회, 설교 없이 성경만 공부하는 교회, '가나안 교인'을 위한 교회 등 형태는 다양했다.

한국교회탐구센터(송인규 소장)가 주관한 '우리는 이런 교회에 다닌다 – 비제도권 교회 실태 조사'가 10월 18일 서울 마포구 프리스타일 스페이스홀에서 열렸다. 이날 결과 조사를 발표한 정 교수는 "방문한 교회 대부분은 10년 이하의 신생 교회였다. 비제도권 교회는 전통을 따르지 않지만, 나름의 정체성을 가지고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재영 교수는 비제도권 교회와 제도권 교회가 정확히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살펴보기 위해, 여론조사 전문 기관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했다. 비제도권 교회에 다니는 교인 227명, 제도권 교회에 다니는 교인 500명이 설문에 응했다.

비제도권 교회에 다니는 교인의 만족도는 85%로, 제도권 교인(72.8%)보다 컸다. 비제도권 교회에 만족하는 이유로는 '목회자가 인격적으로 신뢰가 가서'(32.1%), '설교에 영성이 느껴져서'(14%)라고 답했다. 제도권도 비슷했다. '목회자가 인격적으로 신뢰가 가서'(20.6%), '설교에 영성이 느껴져서'(14%)라고 응답했다.

비제도권의 경우 평신도가 교회 의사 결정 구조에 적극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교회는 평신도가 교회 의사 결정에 충분히 참여할 수 있다'는 질문에, 비제도권은 89.9%가 만족을 택했다. 반면 제도권은 52.6%에 그쳤다. 정재영 교수는 "비제도권이 민주적인 방식을 선호하기도 하고, 수가 적다 보니 교인들이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기회가 많다"고 했다.

교회 재정과 관련한 만족도도 비제도권이 높았다. '우리 교회 재정 운용은 투명하다'는 질문에, 비제도권 중 91.2%가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제도권 만족도는 60%에 그쳤다. 정 교수는 "비제도권 교회의 지도자와 교인이 재정 투명성에 더 많은 관심과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비제도권은 목회자 권의주의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교회 목회자(혹은 리더)는 권위주의적이다'는 질문에, 제도권은 61.4%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비제도권은 90.3%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제도권과 비제도권은 교회 직분 제도와 관련한 인식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교회에는 장로·권사·집사 등 직분 제도가 없어도 문제없다'는 질문에, 제도권 41.8%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비제도권은 78.9%가 동의했다. 정 교수는 "비제도권 교회의 경우 대부분 직분 제도가 없거나 간소하기 때문에 인식 차이가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회에 목회자를 두지 않고 평신도가 설교해도 된다'는 질문에서도 크게 엇갈렸다. 제도권은 63.2% 반대한 반면, 비제도권은 71.8%가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교회는 교단에 소속하지 않아도 된다'는 질문에, 제도권은 42.8%가 반대했다. 반면 비제도권은 86.8%가 찬성했다. 정 교수는 "비제도권 교회 경우 교단 소속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인식이 더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예배를 위한 전용 공간이 아닌 곳에서 예배를 드려도 된다'는 질문에, 제도권은 55%가 동의했다. 비제도권은 90.7%가 동의했다. 정 교수는 "학교 강당, 카페, 도서관 등 예배 전용 공간이 아닌 곳에서 예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거부감이 적게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한 정재영 교수는 비제도권 교회의 등장은 세계적 추세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양육·훈련·교회학교
만족도는 제도권이 높아
"비제도권 교회 등장
세계적 추세, 실질적 논의해야"

양육이나 훈련 부문에서는 제도권 교회가 비제도권 교회보다 만족도가 더 높았다. '우리 교회는 양육 및 훈련이 잘 이뤄지고 있다'는 질문에, 제도권은 63.6%가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비제도권은 55.1%로 나타났다. '우리 교회는 어린이·청소년 교육이 잘 이뤄지고 있다'는 질문에, 제도권은 65.4%가 만족한다고 했다. 비제도권은 47.1%에 그쳤다. 정 교수는 "비제도권 교회는 대부분 소형 교회이기 때문에 교회학교가 별도로 운영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상대적으로 만족도가 더 낮은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대외 활동도 제도권 교회 만족도가 높았다. '우리 교회는 이웃을 돌보는 사회참여 및 봉사가 활발하다'는 질문에, 제도권 64.8%가 만족한다고 답변했다. 비제도권 만족도는 45.8%에 그쳤다. 정 교수는 "비제도권은 교회 개혁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상대적으로 지역사회와 소외된 이웃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 같다"고 했다.

정재영 교수는 기존 교회와 다른 새로운 교회가 등장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비제도권 교회의 등장은 세계적 추세라고 했다. 이머징 교회, 선교적 교회, 영국성공회의 '교회의 새로운 표현'(Fresh expressions of church·FxC) 등을 예로 들었다. 정 교수는 "서구 주류 교회는 비제도권 교회를 연구하고 장려했다.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종교적 요청에 적극 대응했고, 관계를 유지하며 교회 건강성 확장의 기회로 삼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제도권 교회도 이러한 현상과 관련해 실질적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한국교회탐구센터는 교회 문제와 관련한 연구를 꾸준히 발표해 오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전통적 교회론에서 본 비제도권 교회: 갱신에의 기회? 쇠퇴로의 조짐'을 주제로 발표한 송인규 소장은 "비제도권 교회는 제도화와 세속화 문제로 출현하게 된 것이다. 비제도권 교회의 출현을 새로운 교회론 관점에서 조망하는 신학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거시적 관점에서 새로운 운동이 될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한국교회 목사들이 잘못해서 (비제도권 교회가) 생기는 것만은 아니다. 미셔널 처치적으로 생각해 볼 때 새로운 걸 창출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 비제도권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누구냐에 따라 심화하거나 퇴행할 수도 있다"며, 기왕이면 퇴행하지 않도록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제도권 교회 떠나는 청년들
"젊은 세대 위한 새로운 생태계 필요"

이날 한국교회탐구센터는 비제도권 교회에 해당하는 더불어숲평화교회 이시종 전도사를 초청해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이 전도사는 주위에 교회를 안 나가는 이가 많아졌고, 그들을 다시 세워 보려는 마음으로 모임을 시작했다고 했다.

더불어숲평화교회 문을 두드린 이들은 저마다 사연을 안고 있었다. 목회자 중심의 의사 결정 구조가 싫어서, 20~30대 여성에게 제한된 역할만 주는 게 싫어서 교회를 떠났다. 미혼·비혼에 대한 인식 차이로 교회를 나오기도 했다. 이 전도사는 "기존 교회에서 수평 이동해 온 페미니스트 학생들도 있다. 현재 교회 출석 인원은 50명 정도"라고 했다.

어쩔 수 없는 한계점도 있다고 했다. 이 전도사는 "50명이 넘으면서 제도화가 됐다.(웃음) 40명 넘길 때부터 (교인 간) 교제가 확 떨어졌다. 미혼·비혼자들은 교회가 결국 가정 중심 교회가 됐다고 항의하기도 한다"면서 "규모가 커지면서 전반적으로 교인들 만족도가 떨어진 것 같다"고 했다.

이시종 전도사는 "(처음부터) 비제도권 교회를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새로운 생태계를 만드는 게 필요한 것 같다. 이번에 예장통합 총회가 명성교회 세습을 합법화해 준 것과 관련해 내 주변의 불만이 크다. 교단의 상징이었던 교회가 하나님나라의 방해물이 된 상황에서, 제도권 교회에 계속 머물러 달라는 요청은 젊은 세대에게 먹히지 않는다. 적어도 젊은 세대를 위한 생태계는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더불어숲평화교회 이시종 전도사(왼쪽에서 두 번째)가 "이제는 50명이 넘어서 제도권 교회가 되었다"고 농담을 건네자, 패널과 청중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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