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한국에 개신교가 들어온 지 130여 년. 모두 한국교회의 위기를 말한다. 상승밖에 모르던 개신교 인구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양적 성장을 추구하던 교회는 사회의 비난을 받고, 포용을 모르는 기독교인은 '개독'이라는 이름으로 조롱당한다. 신앙은 있으나 교회에 가지 않는 '가나안 신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기존 한국교회 모습을 고민하던 이들은 새로운 교회 형태를 고민한다. 지역민의 손과 발이 되는 교회가 있는가 하면 특정 그룹을 목회 대상으로 삼는 교회도 있다. 성소수자도 있는 모습 그대로 포용하는 교회도 있고 카페를 운영하며 불신자 만나길 소원하는 교회도 있다.

'미션얼', '미셔널', '선교적 교회', '선교형 교회', '미션얼 운동', '미셔녈 처치'. 최근 몇 년 사이 목회자들 입에 종종 오르내리는 단어다. 선교적 교회는 어떤 한 개념으로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

성공회서 등장한
새로운 교회
접목 가능할까

한국보다 기독교 역사가 훨씬 오래된 영국에서는 '선교형 교회'라는 말이 나온 지 오래다. 1990년대부터 '교회의 새로운 표현'(Fresh Expressions of Church·FxC)이라는 말이 등장하며 선교형 교회 시작을 알렸다. 잉글랜드 영토에 선을 그어 전도구를 만들고, 그 전도구에 속한 교회가 각 지역을 관할했던 영국성공회. 하지만 자기 지역을 벗어나 여러 전도구에 속한 사람, 혹은 아예 전도구에 속하지 않은 사람이 모여 예배하는 것이 포착됐다. 그래서 생긴 단어가 '새로운 표현'이다.

현재 영국성공회에서 FxC는 또 다른 교회로 인정받고 있다. 수백 년간 전도구 중심으로 지역사회와 밀접한 연관이 있었던 교회. 여기에 더해 취미가 비슷하거나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이 지역과 상관 없이 모이는 것 또한 '교회'라고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개교회주의가 아닌 국교회(영국 헌법에 명시된 교회) 시스템을 이어 가는 영국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었다.

대한성공회 브렌든선교연구소 구균하 신부를 3월 15일 만났다. 그는 영국성공회에서 본 '교회의 새로운 표현'을 어떻게 한국에 접목할지 연구하고 고민한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지난해 한국 상황에 맞게 FxC와 선교형 교회의 개념을 정립하는 작업이 시작됐다. 대한성공회 산하 브렌든선교연구소가 출범한 것이다. 쇠락의 길을 걷던 영국성공회에서 어떤 맥락으로 FxC가 등장했는지, 이를 한국에 어떻게 접목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자세한 설명을 듣기 위해 브렌든선교연구소 구균하 신부를 3월 17일 만났다. 구 신부는 지난해까지 대한성공회 부산교구에서 재직하다 올해 2월 브렌든선교연구소로 자리를 옮겼다.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이야기가 그렇게 길어질 줄 예상하지 못했다. 장로교·침례교·감리교 등 미국 개신교의 영향을 많이 받은 한국 개신교인들은 사실 성공회가 무엇이지 잘 모른다. 그에게 성공회가 뭔지, 가톨릭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어떤 배경에서 '선교형 교회'가 시작됐는지 들었다. 가톨릭 이야기로 시작해 개척 교회 이야기로 마무리됐다. 다음은 구균하 신부와의 일문일답.

토착화된 영국 교회
조직적 로마 가톨릭

- 가톨릭 신부 출신이라 들었다.

2001년 가톨릭 사제 서품을 받았다. 2004년 로마 그레고리안대학에서 영성신학을 공부했다. 한국에서 석사를 마친 뒤라 석사 후 과정을 밟았는데 이걸 마치면 신학 교수 자격이 주어지는 상황이었다.

공부를 마치지는 못했다. 개인적으로 회의가 들었다. 교리 차원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도 있었고 별로 희망이 없어 보였다. 다 접고 들어와서 주교를 만나 사제직도 내려놓고 나왔다. 미국 가서 3년 살면서 별일을 다 해 봤다. 종교 비자 받아 종교직 수행 대신 불법 노동하고 살았다. 그러면서 한 1년 반 정도는 극단적 무신론자로 살았다.

개신교인 아내를 만나 미국에서 결혼했다. 어느 날 문득, 나에게 아이가 생기면 그 아이에게 신앙을 갖게 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스도교가 아닌 것을 선택해 보려 했지만 할 수 없었다. 내가 익숙하다고 해서 가톨릭으로 돌아가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여러 교파 개신교 교회를 돌아다녔는데 적응하기 힘들었다. 그러던 중 성공회를 알게 됐고 배웠고 성공회에 안착하게 됐다.

구균하 신부(오른쪽)는 개신교 목사들과 함께 '선교형 교회'를 논의하고 싶어 한다. 지난 2월 '미셔널 처치' 논의에 참석한 구 신부. 뉴스앤조이 박요셉

- 가톨릭과 성공회의 차이점을 잘 알 것 같다. '성공회' 하면 흔히 헨리 8세의 결혼 무효 소송 때문에 생긴 교파라고 알고 있는데.

성공회를 보면서 '하는 것은 가톨릭인데 성직자가 결혼 가능한 것 보면 개신교 같다'고 하는 분도 있고, 어떤 분은 가톨릭과 개신교를 반쯤 섞어 놓은 교회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로마교회 같은 경우 로마 중심으로 법률·조직적 관점에서 교회를 치리하는 방식이었다. 전례도 모두 라틴어로만 진행하는 등 통일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영국 그리스도교는 지역에 토착화된 형태였다. 골(Gaule) 지방 전례가 도버해협을 건너 영국에 들어오고, 3세기에 켈틱 지역(북부 영국 및 아일랜드 일대)에서 선교했던 골롬바 성인을 중심으로 자생적으로 켈틱 영성이 발달했다.

초기 그리스도교 공회 대부분 서방교회가 아닌 동방교회에서 있었다. 에페소, 니케아, 칼케돈, 콘스탄티노플 등 동방교회 지역에서 모두 공회가 열렸다. 모든 신앙 정신은 그리스어로 적혔고 500년대가 돼서야 라틴어로 번역해 서방교회에 유포하기 시작했다. 사도신경도 마찬가지다. 초대 그리스도교는 신앙을 표현하는 방식에서 다양성이 있었다. 그런데 로마교회는 통일하고 조직화했다. 그게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겠지만 영국인에게는 불편함으로 다가왔다. 그런 맥락에서 둘은 결을 달리하고 있다.

가톨릭과 성공회는 어떻게 다른가 하면 '성공회' 이름에서도 알 수 있다. 성공회는 개혁한 교회 즉 reformed catholic church다. 영어 단어 가톨릭(catholic)을 로마교회를 가리키는 가톨릭이 독점했기 때문에 문제다. The Catholic은 로마교회를 가리키지만 소문자로 쓰면 보편된 교회를 나타낸다. 사도신경에 나오는 공교회는 '보편된 교회'를 가리킨다. 신앙인으로 볼 때 하늘의 계시·진리가 보편되다는 이야기고, 어느 나라 말로 번역됐던 간에 성서가 보편되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스어로 적힌 신약성서를 라틴어로 번역했을 때 분명 말은 달라지지만 하느님 계시 진리는 그대로 있다고 믿는 것이다.

급변하는 환경 최적화
'교회의 새로운 표현'

- 성공회는 가톨릭과 다른 듯 비슷한 모습으로 수백 년을 존재했다. 그러다 1990년대에 FxC가 등장했다.

과거 영국 안에서는 성공회만이 국가의 유일한 교회(state church)였다. 다른 종교는 인정하지 않았다. 지도를 놓고 지역별로 분할해서 그에 속한 교회가 동사무소 역할을 하고 신부는 공무원 역할을 했다. 이렇게 하다 청교도도 생기고 부작용이 생기니까 종교 자유를 허하고 여러 교단이 선교할 수 있게 방침을 바꿨다. 국가의 유일한 교회가 국가의 지원을 받는 교회(established church)가 됐다.

이 상태로 오래 지속됐다. 국민은 시간이 갈수록 교회를 외면했다.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일생에 세 번, 태어났을 때, 결혼할 때, 죽었을 때 교회를 찾는 사람이 늘어 갔다. 프랑스 68혁명이 시작되고 1970~1980년대를 지나면서 영국은 급격한 세속 사회로 돌입했다. 정부 기관이 대신 수행하니 이제 더 이상 동사무소 기능 자체도 수행하지 못했다. 있으나 마나 한 공간이 됐다.

그러던 중 보니까 젊은 사람들이 모여서 뭔가 기도도 하고 예배도 하고 있었다. 물어보니 관할 전도구 밖에 사는 사람이었다. 취미가 같아서 모인 이들이었다. 영국성공회는 1990년대 이런 현상을 목도한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지역을 벗어날 일이 없었는데 대중교통·통신이 발달하니 한두 시간 떨어진 곳에 가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 됐다. 기존에는 지역별로 신자를 관리했는데 이제 그 틀이 깨진 거다.

혼돈스러워졌다. 그렇다고 기도 모임을 그냥 둘 수도 없고 해서 성공회에서 그들을 도와주는 성직자가 생겼다. 그 움직임을 관찰하고 기록한 것이 1994년 출간된 <새 땅 개척하기>다. 교회 개척이 선교 전략임을 밝히는 공식 문서. 이전에는 지역마다 교회가 있었으니 딱히 교회를 개척할 까닭이 없었는데, 지금은 구조만 남고 내용이 없으니 빈 공간이 너무 많이 보이는 거다.

그래서 영국성공회는 기존 교회와 다른 새로운 표현의 교회를 담당하는 주교 직속 선교 단체들이 생겼다. FxC 모임에 가담하는 사람 중에는 교인인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었다. 모임 장소를 교회에 요청하면 교회 외 모임에 호의적인 관할 사제는 빌려줬다. 지역민들이 교회에서 활동할 수 가능성을 제공한 거다.

성루가교회는 주일 아침 카페에 모여 성서를 읽고 식사를 나눈다. 농산물 직판장에 가판대를 차려 놓고 따뜻한 음료와 케이크를 판매하며 지역사회와 호흡한다. 성루가교회 페이스북 갈무리

FxC는 교회가 바뀐 게 아니다. 교회 본질은 그대로 유지되고 겉으로 드러내는 양상이 다양해진 거다. 챔스포드교구의 성루가교회를 예로 들어 보자. 이 교회는 건물이 없는 대신 다양한 장소에서 모임을 갖는다. 주일 오전에는 지역 카페에 모여 '성서와 아침 식사 및 담소'를 나눈다. 영국성공회는 이것도 교회의 모습이라 인정했다.

전도구가 지금까지 땅을 중심으로 선을 그어 놨는데, 전도구에 속한 땅이 없어도 교회로 인정하자는 것이 바로 '선교형 교회'다. 선교의 패러다임이 확확 바뀌고 있다.

'하느님은 뭐하고 계시나'
관찰하는 게 개척 첫 준비

- 영국 선교 상황과 한국 상황은 많이 다른 것 같다.

조금 차이는 있지만 과거 영국도 지금 한국처럼 '가나안 신자' 현상이 심했다. 그 과정에서 결국 교회의 새로운 표현이 등장했고 이런 것을 인정하고 함께 갈 수 있게 만들었다. 이미 한국에도 '선교적 교회'에 대한 다양한 실험이 진행 중이다. 영국 상황을 소개하고, 좋은 부분은 한국 개신교에 접목할 수 있지 않나 고민했다.

한국에서 말하는 '개척'은 사실 전혀 다른 맥락이다. 한국은 "저 이제 부목사 그만하고 개척하러 갑니다. 개척에 필요한 비용만 지원되면 세속화되는 세상에서 주님을 위해 복음 전하겠습니다"라고 하고 개척하지만 2~3년 뒤에 에너지는 쭉쭉 빠지고 생계 문제로 그렇고 대중이 교회를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 등으로 힘들어한다. 근본적으로 선교가 무엇인가 하는 개념 자체가 잘못됐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 지금 이 시대에 유효하지 않은 방향으로 고착된 선교라는 거다.

- 한국 브렌든선교연구소가 하는 일은 뭔가.

브렌든선교연구소는 크게 두 가지 트랙을 준비하고 있다. 영국 FxC 개념과 사례를 조금 더 다듬는 작업을 한다. 교재 혹은 책 집필을 통해 개념을 한국화해야 한다. 영국성공회 구조에 최적화된 FxC를 우리 안에서 얼마나 체화하느냐가 관건이다. 타 교단 분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개념을 정립하는 일도 하기 위해 교류를 더 늘려 나갈 예정이다. 지금 한국교회 현실에 처한 문제를 어떻게 FxC와 접목할 수 있느냐를 연구하는 게 가장 큰 일이다.

'교회개척학교 숲'과 함께 '파이오니아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이미 영국에서 하고 있는 프로그램 중 두 과목 정도만 우선적으로 소개하려고 한다. 내용이 거의 대학원에 준하는 수준이다. 기본적으로 선교학을 강의하려고 하는데 내용은 문화인류학, 사회학이다.(웃음)

- 목회 방법론을 말하는 세미나는 많다. 목회가 답보 상태인 사람들에게 또 다른 '방법'을 가르쳐 주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그래서 개념이 중요하고 여러 목회자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신학적으로 개념을 잡아야 다음 단계로 넘어 갈 수 있다. 실생활 안에서 피드백을 주고받은 검증된 개념을 써야 한다. 신학은 학문 개념과 달라서 얼마큼 실생활에서 체화됐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신앙 성숙도와 신학의 이해도를 가늠하는 것이다. 그것을 담보하지 않고 무작정 바깥에 나가서 수단화하고 도구화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하느님이 가지고 계신 선교의 의지와 구원을 하나의 도구로 삼아 내가 잘 먹고 잘 살겠다는 것밖에 안 된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으로서 정체성을 포기해야 한다. 급진적이지만 이 부분에서는 변함이 없다.

FxC는 어떻게 진행됐고 지금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보고서가 작성돼 있다. 한국 개신교가 기대하는 것처럼 폭발적인 양적 성장은 아니지만 분명히 성장과 직결돼 있다. 복음화할 대상이 미전도 종족이 아니라 우리와 가장 가까이 있는 이들임을 인식하는 데서 시작했다. 실패 사례도 물론 있다. 그만둬야 하는 시점을 알아야 한다.

개척 준비 기간은 다 달라도 결과는 똑같을 수 있다. '개척 준비'가 뭔지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개척에 임하는 사람이 무엇을 준비해야 합니까'라고 물어야 한다. '당신은 하느님이 이미 그곳에 가서 하고 계신 활동이 뭔지 발견하셨습니까'를 묻는 게 첫 번째다. 그게 하느님의 선교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영국 예를 보면, 어떤 신부님은 사제 서품을 받기 전 집과 가까운 지역 사람들이 어떻게 뭘 하고 사는지 1년 반 동안 매일 관찰했다. 가장 중요한 건 관찰이다. 단, 하느님의 눈으로 관찰해야 한다. 그가 뭘 하고 계신지. 그것이 대단한 기도고 대단한 영성이다. 그 안에서 내가 해야 할 사명을 발견하는 거다.

여기서 다르게 질문할 수 있는 거다. '하느님이 이미 하시고 있는 활동을 내가 발견하기까지 얼마나 걸렸습니까'를 묻는 거다. 그게 개척 준비다. 그걸 발견하는 순간, 분명 협력자들이 근처에 있다.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는 다음 문제다. 하지만 한국에서 교회 개척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첫 번째 단계는 생략하고 무조건 교회부터 개척하고 있지 않나. 자신이 하느님의 도구로 가야지 하느님을 등에 업고 가는 것은 제국주의식 교회 세우기다.

구균하 신부는 지난 재의수요일에 아현 포차를 찾았다. 그는 그곳에서 "이미 일하고 계신 하느님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현선

지난 재의 수요일에 아현 포차 기도회에 다녀왔다. 처음 방문했는데 그곳에 이미 가셔서 일하고 계신 하느님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신학생들도 대단하다고 느꼈다.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 나보다 먼저 가셔서 일하시는 하느님의 섭리를 인정하고 이해해야 한다. 선교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내 중심이 아닌 하느님 중심이라고 배우지 않나. 기성 교회에서 '선교적 교회'를 도구로 볼 수도 있다. FxC는 기존 교회가 이걸 통해 더 강력해지는 것보다 하느님의 선교가 세상에 퍼져 나가는 것을 추구한다. 사람들이 복음으로 돌아와서 복음의 삶을 살아 내야 하는 선교 본질의 회복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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