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프레시> / 마이클 모이나, 롭 피보디 지음 / 강도현 옮김 / 뉴스앤조이 펴냄 / 104쪽 / 8000원
​<리프레시> / 마이클 모이나, 롭 피보디 지음 / 강도현 옮김 / 뉴스앤조이 펴냄 / 104쪽 / 8000원

이번에 <뉴스앤조이>가 얇은 책을 한 권 펴냈습니다. <리프레시>라는 제목에 '교회 밖에서 교회로 살아가는 새롭지만 낯설지 않은 방법'이라는 부제목을 달고 나왔습니다. 부족하지만 분량이 적어 제가 직접 번역에 도전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한국교회는 어떻게 될 것인가? 많은 사람이 이 질문에 답을 찾으려 고민하고 있습니다. 비대면이 일상화한 이후 한국교회가 급격히 위축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지만, 문제는 한국교회가 겪고 있는 어려움의 원인이 코로나19 팬데믹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이미 교회는 세상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예수님을 어떻게 전해야 하는지 몰라 길을 잃어버린 듯합니다. 어떻게 하면 다시 복음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책이 답하고자 하는 주제입니다.

어렸을 적 교회 주변을 돌아다니며 아이들에게 전도지를 나눠 주던 기억이 납니다. 전 교인이 동원되어 노방전도를 열심히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전도는 그리스도인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책임이자 의무였습니다. 제가 중‧고등학생이던 시절까지만 해도 교회에서 전도를 얼마나 강조했는지 모릅니다. "가서 제자 삼으라"는 말씀은 교회 부흥과 직결하는 의미였습니다. 아마도 2000년대 초반까지는 그런 공식이 작동했던 것 같습니다.

제 추측입니다만,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한국교회에서 전도의 열심이 서서히 사라진 것 같습니다. 지금 한국교회에 전도를 신앙의 중심 테마로 생각하는 그리스도인은 그리 많지 않아 보입니다. 많은 그리스도인에게 전도가 일종의 죄책감을 주는 용어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전도를 하기는 해야겠는데 시도도 못 한 채 너무 많은 세월이 흘러 버린 것이죠. 그나마 전도를 해야 한다는 죄책감이라도 갖는 교인은 대부분 50대 이상일 겁니다. 급격하게 교회를 이탈하고 있는 젊은 세대에게 전도는 머나먼 이야기일 뿐입니다.

왜 우리는 더 이상 사람들에게 우리의 신앙을 이야기하지 않게 된 것일까요? 다양한 원인이 있을 것입니다. 최근 가속화해 온 교회의 보수화와 반지성주의 현상, 윤리적 잣대가 일반 사회 수준조차 따라가지 못하는 유명 목회자와 교회들이 일으키는 문제 등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보다 더 본질적인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복음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예수님은 "하나님나라가 가까이 왔다"며 복음을 선포하셨지요. 예수님을 따르겠노라 고백하는 사람들이 삶의 현장에서 그분의 길을 걸을 때 약속된 하나님나라가 이 땅에 도래합니다. 그 믿음으로 아직 도래하지 않은 천국을 이 땅에서 살아가는 것이 복음 전도의 시작일 것입니다. 복음은 이 땅에서, 우리 삶 속에서 체화해야 합니다.

<리프레시>는 복음이 삶으로 체화하는 현장을 이야기합니다. 말만 있고 현장이 없는 복음은 진짜가 아닙니다. 우리가 복음을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복음이 체화되는 현장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이 책은 그런 현장을 소개하고, 그런 현장을 함께 만들어 내자고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그림책처럼 짧고 읽기도 쉽습니다. 심오한 신학적 내용을 담고 있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길을 잃어버린 시대에 어느 방향으로 걸어야 할지 힌트를 찾을 수 있는 책입니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복음을 다시 이야기할 수 있는 방법을 이렇게 간단하고 쉽게 알려 준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솔직히 그다지 특별한 방법도 아닙니다. 원래 우리가 알고 있던 것입니다. 그걸 지금 삶의 맥락에서 실천하도록 돕는 책입니다.

코로나19 시대에 "여기에 길이 있다"고 주장할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지금은 없던 길을 만들어야 하는 시기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느 방향으로 걸어야 하는지 알려 줄 나침반입니다.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금 상기해 주는 나침반이 있다면, 길을 만들어 내는 일은 불가능하지 않을 것입니다.

'교회의 새로운 표현' 운동을 공부하면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기존 체제를 부인하거나 폄하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이 운동이 강조하는 원리 중 하나는 '공교회와 연결되기'입니다. 기존 교회와 상호 보완적으로 나아갈 때만 이 운동이 살아납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새로운 환경이 하나님을 만나는 데 더 적합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전통적인 교회를 통해 하나님을 만나는 분들도 여전히 있을테니까요. 서로 협력하면서 하나님나라 커뮤니티를 확장하는 것이 '교회의 새로운 표현' 운동입니다.

이 책의 관심은 비신자들을 향합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아직은 하나님을 알지 못하지만 "하나님의 사랑을 받아야 할" 분들과 만나 복음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춥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선물인 복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신나는 일입니다. 그 신명 나는 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리프레시>를 읽으면서 도전해 보시면 어떨까요? 이 책이 복음 전도에 대해 느끼셨던 부담감을 한결 덜어 드릴 겁니다. 팬데믹으로 그리스도인이 더 이상 예배당 안에 머물 수도 없고, 머물러서도 안 되는 시대입니다. 개개인이 혹은 적은 무리가 삶의 현장에서 이웃에게 곁을 내어 주며 교회로 살아가야 합니다. 독자 여러분과 함께 새롭게 표현하는 교회, 다양한 하나님나라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역자 강도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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