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아담은 클래식 자동차를 좋아한다. 한 달에 한 번 사람들과 만나 식사하고 자동차 이야기를 나눈다. 시간이 지나며 아담과 회원들 관계는 돈독해졌다. 아담은 모임이 끝날 때면 자신이 쓴 짧은 에세이를 사람들에게 나눠 줬다. '회복(restore)'을 주제로 쓴 글이다. 대다수 회원은 자동차 정비에 관심이 많았다. 아담은 자동차뿐 아니라 개인의 삶 혹은 정치·경제·사회·교육 등 여러 영역에서 무엇을 고쳐야 할지 생각해 보자는 취지로 글을 쓰고는 했다.

어느 날, 아담이 회원들에게 과제를 내줬다. 자동차 부품 중 가장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물건을 가져오라고 했다. 모임 날, 사람들은 각자 갖고 온 부품을 소개했다. 회원들은 한발 더 나아가 부품뿐 아니라 다른 것들도 함께 이야기했다. '우리 주변에 멋지고 아름답게 만들어진 게 뭐가 있을까.' 아담은 '자연'을 떠올렸다. 누가 이렇게 완벽한 자연을 창조했을까. 대화 주제는 어느덧 자동차에서 '하나님'으로 옮겨 갔다. 아담과 회원들은 이날 이후 신앙을 주제로 대화하기 시작했다. 물론 클래식 자동차 이야기도 함께.

영국에서 '교회의 새로운 표현'(Fresh Expressions of Church·FxC) 그룹들을 지원하는 마이클 모이나 박사가 들려준 FxC 한 사례다. FxC는 20여 년 전 영국에 등장하기 시작한 새로운 교회 형태를 말한다. 독서, 영화 감상, 스포츠 등 취미가 비슷하거나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 모임이 하나의 교회를 이룬다. 매주 일요일 예배당에 모여 찬송을 부르는 것도, 목회자에게 설교를 듣는 것도 아니지만, 정기적으로 모여 함께 식사하고 교제하며 신앙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이들은 자신들을 '교회'라 부른다. 이러한 교회 형태가 영국에 2000여 개 있다고 모이나 박사는 말했다.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교육국과 대한성공회 브랜든선교연구소는 7월 7일 서울주교좌성당에서 '교회의 새로운 표현, 파이어니어 운동에 대한 영국과 한국 성공회의 대화'라는 주제로 워크숍을 열었다. 영국 FxC 운동을 대표하는 영국성공회 모이나 박사와 필 포터 신부가 FxC 개념과 사례를 소개했다.

영국 FxC를 이끌고 있는 모이나 박사(사진 왼쪽)와 포터 신부. 뉴스앤조이 박요셉

평신도, 삶의 현장, 기독교 커뮤니티
"기성 교회 데려오는 것 중요하지 않아"

교회에 교인이 줄어드는 현상은 한국교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국·북미도 교회에 출석하는 사람이 감소하면서, 새로운 교회 형태를 시도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선교형 교회, 미셔널 처치, FxC, 파이어니어 운동 등이다.

포터 신부는 먼저 개념을 명확하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에 FxC 관련 정의가 50여 가지나 된다며, FxC에서 중요한 개념은 평신도가 삶의 현장에서 새로운 기독교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이나 박사는 "새로운 교회 형태를 고민하는 사람들은 개별 교회가 아닌 교계 전체가 좀 더 선교적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것 같다. 구체적으로 두 가지 양상이 있다. 하나는 기성 교회를 갱신하고 활력을 불어넣으려 하는 것, 다른 하나는 기성 교회와 달리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들려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FxC가 후자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FxC를 단지 교회를 이탈한 교인들 발걸음을 돌리기 위한 수단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했다. 모이나 박사는 FxC 운동 기본 원칙을 이렇게 설명했다.

"일상에서 친구를 사귀라. 그들을 사랑하고 섬길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을 찾아라. 그들과 어떻게 깊은 관계를 맺을지 고민하라. 관계가 돈독해지면 복음을 이야기하라. 여러분들이 누군가와 교제하기 시작한다면, 꼭 기억할 게 있다. 이들을 기성 교회로 데려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그들과 일상에서 새로운 기독교 커뮤니티(FxC)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주변 이웃에게 작은 것부터 실천
"모양은 천차만별, 정신은 같아
목회자들, 평신도 리더 격려해야"

기성 교회가 FxC를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교인 수를 늘리기 위해 하는 건 FxC 취지와 맞지 않다. 포터 신부는 자신이 목회하고 있는 교회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대다수 기성 교회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을 거라고 말했다. 교인들이 교회 봉사에 소극적이 되고, 주일학교 교사가 점점 줄어드는 문제다.

포터 신부는 교인들에게 이렇게 제안했다. "여러분이 삶에서 가장 관심을 두고 에너지를 쏟는 그룹이 어디인가. 그곳에 어떤 기독교 커뮤니티를 세울지 나와 함께 의논하자." 그러자 교회 봉사에 잘 참여하지 않던 교인들이, 자신이 속한 모임에서 다양한 FxC 운동을 시도했다. 그 결과, 2년 동안 7개 FxC 그룹이 만들어졌다.

FxC는 주변 이웃들에게 작은 것을 하나씩 실천하는 일에서 시작한다. 매주 식사하며 예술 작품을 즐기는 커뮤니티에서 시작할 수 있고, 직장 동료 모임이 교회로 발전할 수 있다. 포터 신부는 "FxC는 기성 교회처럼 목사가 설교하고 사람들이 장의자에 앉아 찬양하는 형태가 아니다. 모양이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기독교 정신은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기성 교회를 대체하는 개념으로 FxC를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기성 교회와 서로 보완하고 공존하는 방식으로 FxC를 봐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한국의 많은 목회자가 선교형 교회, FxC 운동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포터 신부는 "목회자들이 FxC를 하고 있는 교인들에게 '당신의 커뮤니티가 바로 교회'라고 선언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다른 교인들이 비슷한 모임을 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권면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이나 박사는 "FxC를 시작한 교인에게는 양질의 목회가 필요하다. 그들이 질문할 때 언제든 들어 주고 답해 줘야 한다. 힘들 때는 함께 울어 줘야 한다. 평신도 리더들과 주기적으로 만나며 격려하고 응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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