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보수 개신교 반동성애 진영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이유를 들 때 주로 해외 사례를 가져온다. 영국의 배리 트레이혼(Barry Trayhorn) 목사 이야기는 단골 사례 중 하나다. 먼저 반동성애 진영이 이 사례를 어떻게 소개하는지 살펴보자.

"차별금지법이 입법이 된 해외의 수많은 차별금지법 적용 사례들이 이러한 예측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배리 트레이혼(Barry Trayhorn) 목사는 영국 HM교도소에 근무하면서 교도소 내 예배를 인도해 왔는데, 2014년 2월 예배에서 동성 간의 결혼은 잘못된 것이라고 설교했다. 그런데, 이후 교도소 측은 트레이혼 목사의 설교를 금지시켰다. 2014년 5월 트레이혼 목사는 찬양 인도를 하면서 동성애를 금지하는 성경 고린도전서 6장 9-10절을 인용하였다. 그러자 교도소 측은 트레이혼 목사의 예배 인도를 아예 중단시켰고, 징계 처분까지 내렸다. 그는 교도소의 징계가 영국 평등법(차별금지법)이 금지하는 종교 차별 행위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하였다."

극우 성향으로 변질된 기독교 잡지 <월드뷰> 8월호에 '차별금지법과 표현의자유'라는 제목으로 실린 글의 일부다. 첫 문장에서 말하는 '이러한 예측'은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예배 시간에 동성애는 죄라고 설교했을 때 처벌받는다"는 것이다. 이 사례는 2018년 7월 '반동성애 말씀 구절 인용만 해도 실형'이라는 CGNTV 보도에도 등장했고, 반동성애 진영 법률가들이 차별금지법 반대를 위해 쓴 <포괄적 차별금지법 찬성할 것인가 반대할 것인가>(밝은생각)에도 나온다. 모두 차별금지법 때문에 표현의자유를 제한당한 사례로 등장한다.

그간 반동성애 진영이 내세운 수많은 사례처럼, 여기에도 사실과 왜곡이 교묘하게 섞여 있다. 반동성애 진영의 주장대로라면, 트레이혼 목사는 교도소 예배에서 동성애는 죄라고 말했다가 평등법으로 징계를 받았고, 표현의자유를 억압당했다며 소송까지 했으나 패소한 것이다. 정말 그럴까.

트레이혼은 당시 국립 교도소를 관리하는 영국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영국 고용재판소에서 1심을, 고용항소재판소에서 항소심을 담당했다. 항소심 판결문에는 사건이 진행된 과정과 1심의 판단 배경 및 항소심 기각 사유를 명시하고 있다. 이 판결문과 BBC, <캠브릿지셔> 등이 보도한 내용을 토대로 반동성애 진영의 주장을 팩트체크해 본다.

배리 트레이혼 목사는 교도소 사임 후 '기독교법률센터'의 도움을 받아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배리 트레이혼 목사는 교도소 사임 후 '기독교법률센터'의 도움을 받아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1. 트레이혼은 '동성애는 죄'라고 설교해서 설교를 금지당한 것이 아니다

트레이혼은 2014년 2월 HMP리틀헤이교도소 예배 설교에서 "동성 간 결혼은 죄"라고 말했다. 당시는 영국이 동성 결혼 합법화를 시행하기 직전이었다. 설교를 들은 LGBT코디네이터(교도소 내 성소수자의 생활을 돕는 이)가 교도소 교회 공식 담당자 데이비드 킨더 목사에게 문제를 제기했다. 트레이혼의 설교가 몇몇 수감자를 불편하게 했다는 것이다. 킨더는 이를 교도소장에게 보고했지만, 징계 조치는 없었다.

트레이혼이 설교를 금지당한 직접적 사유는 '자격 미비'였다. 트레이혼은 목사이기는 하지만 교도소 내에서는 정원사로 일하고 있었다. 그는 자원봉사 설교자(Volunteer preacher) 자격으로 교도소 내 예배에서 종종 말씀을 전했는데, 자원봉사 설교자라면 이수해야 하는 '대테러리즘 보안 허가'(counter-terrorism security clearance)를 이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설교를 금지당했다.

2. 트레이혼은 평등법 때문에 징계를 받은 것이 아니다

이후 트레이혼은 2014년 5월 예배 때 찬양을 인도하던 중 고린도전서 6장 9-10절을 읽었다. 여기에 덧붙여 "동성애는 죄이기 때문에 회개해야 한다"고 선포했다. 이 말을 들은 수감자 5명이 트레이혼에게 문제가 되는 발언을 들었다며 진정서를 제출했다. 교도소는 징계위원회를 열고 심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트레이혼은 병가를 내더니, 몇 달 뒤인 11월 4일 스스로 사표를 냈다. 징계위원회는 트레이혼이 동성애 혐오 표현을 했다며 서면으로 경고했지만, 이미 그는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였기 때문에 12월 1일 사직 처리됐다. 고용재판소 역시 판결문에서 "트레이혼은 해고된 것이 아니라 사임한 것으로 고용이 끝났다"(판결문 33항)고 판단했다.

교도소 징계위원회 조치에는 구체적 사유가 나오지 않지만, 고용재판소 판결문에는 교도소가 트레이혼을 징계한 근거를 알 수 있다. 트레이혼은 당시 설교 금지 상태였는데, 고용재판소는 그가 예배 중간에 성경 구절뿐 아니라 자기 의견을 말한 것은 설교와 다르지 않다고 봤다.

또 한 가지는 그가 교도소 정책을 어겼다고 본 것이다. 영국 교도소 종사자는 '징계와 평등 정책'(Disciplinary and Equalities Policies)을 준수해야 한다. '징계와 평등 정책'은 교도소 구성원 모두가 평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고 명시한다. 고용재판소는 트레이혼의 설교가 이를 어겼다고 봤다. 항소심 판결문에는 "교도소 건물 밖이나 교회 예배에서 자신의 관점을 드러내는 건 아무 문제가 없다"(판결문 28항)고 나온다.

3. 트레이혼은 오히려 영국 법무부장관을 평등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교도소 사임 후 트레이혼은 영국 교도소를 관리하는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교도소의 행위가 평등법 19조에 명시한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한 '간접 차별 금지'를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유럽인권조약 9조 "종교 또는 신념을 표명하는 자유"도 인용하며 표현의자유도 억압받았다고 주장했다.

트레이혼은 소송에서 자신이 오순절파 목사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는 "오순절파는 성경을 그대로 믿는 기독교 종파다", "내가 신앙적 견해를 밝히기 좋아하는 기독교 신앙인(오순절파 교인)이라는 것을 교도소가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교도소는 '직원 대우의 평등 정책'(Equality of Treatment for Employees Policy)을 위반한 것이다", "교도소에는 동성애 행위나 성 윤리에 대해 기독교적 관점을 표현하면 안 되는 불문율이 있어서 나는 '간접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고용재판소는 이 모든 것이 이유 없다고 판단하고, 트레이혼의 청구를 1심과 항소심 전부 기각했다.

결론: 트레이혼 사례는 한국의 차별금지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트레이혼은 평등법을 어겼기 때문이 아니라, 교도소 내 정책을 어겼기 때문에 징계를 받은 것이다. 고용재판소 판결문에 나온 것처럼, 그가 교도소 밖이나 교회에서 이렇게 말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그는 공식적으로는 징계를 받기 전 스스로 사임했다. 오히려 트레이혼은 평등법에 기대 자신의 정당성을 찾으려 했다.

애초에 영국 평등법과 한국에서 발의된 차별금지법은 구체적인 부분에서 많이 다르다. 한국의 차별금지법은 종교 행위에서 발생한 일을 제재하는 취지가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시한 평등법에 나온 '혐오적 표현'이 '괴롭힘'에 해당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발언을 규제한다는 오해가 있지만, 이 또한 고용·재화·교육·행정 서비스 영역에서 발생할 때 해당하는 일이다. 문제가 될 수 있는 발언을 '어디서' 했느냐가 중요하지, 교회에서 한 설교를 처벌하는 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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