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 속 여성이 보내온 편지> / 백소영 지음 / 서울YWCA 펴냄
<성서 속 여성이 보내온 편지> / 백소영 지음 / 서울YWCA 펴냄

[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이 땅에 역사를 가져온 하와, 하나님을 최초로 이름한 하갈, 생명의 하나님을 경외한 부아, 높여진 이름의 미리암" 등, 신구약 성서에 등장하는 20여 명의 여성 목소리를 편지 형식으로 풀어낸 책이 나왔다. 이 책은 회보 <서울YWCA>에 연재된 글을 묶은 것으로, 백소영 교수(강남대 기독교학과 초빙)가 '미드라시(Midrash)적 성서 읽기'를 본문에 적용한 결과물이다. 2018년 봄부터 1년간 서울YWCA에서 진행한 '백소영 교수와 함께하는 브런치'(바이블 앤 런치)에 참석한 다양한 연령대의 평신도 여성들이 성서 본문을 묵상하고 해석할 때 '마중물'로 쓴 텍스트이기도 하다. '미드라시'는 텍스트에 기반하되, 내용과 구성을 건드리지 않고 행간을 상상하고 채워 넣는 방식으로 풍성하게 성서를 해석해 내는 히브리적 읽기 방법론이다. 이 책은 비매품이지만, 서울YWCA 홈페이지 자료실에서 누구나 PDF 파일로 내려받을 수 있다.

"우리가 교회 전통 안에서 익숙하게 들어온 것은 성서 그 자체가 아니고 성서에 대한 해석이에요. 폭력적인 본문이 성서에 담겨 있다는 자체가, 그러니 지금도 그리해야 한다는 말과 동의어는 아니거든요. 사건을 증거하고 메시지를 담은 신앙의 선배들은 무슨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일까? 여호와 하나님께 무릎 꿇고 기도하며 계시로 받은 말씀을 전하고 기억하고 기록하고 편집한 사람들의 신앙고백은 무엇이었을까? 이제 와서 여성들이 처음 제기하는 질문이 아닙니다. 이미 남성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이 수천 년 동안 해 온 것이에요. 물론 몇몇 여성들도 성서 해석을 시도했었죠. 다만 가려지고 묻히고 박해받아 왔어요. 그리고 다수의 여성들은 남성 신학자와 목회자, 그러니까 성서에 대한 가부장들의 답을 수동적으로 전달받고 그들의 '해석'이 곧 '계시'라고 생각해 왔던 것이죠." (서문 '왜 여성의 눈으로 성서를 보아야 할까요?', 8쪽)

"부모를 잃은 아이를 '고아', 남편을 잃은 여자를 '과부'라고 하지요. 하지만 자식을 잃은 부모의 이름은 없다고 합니다. 그건, 결코 이름 따위로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이기 때문이에요. 경험하지 못했다면 상상할 수 없습니다. 저도 그랬어요. 비록 십자가에 달린 아들을 보며 피울음을 울던 마리아를 곁에서 달랬지만, 내 아들이 죽어 가는 것을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네, 저는 살로메, 야고보와 요한의 어머니예요. 예루살렘교회 박해 때 큰아들을 잃었습니다. 두 아이 모두 제 아비의 성정을 쏙 빼닮아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었죠. 오죽했으면 예수님도 그 애들을 '천둥의 아들들'이라고 불렀을까요. 그러다 보니 저도 욕심이 났었습니다. 어려서부터 뭐든 1등을 하라고 종용했지요. 하지만 그것이 순교자가 되는 일에서까지 첫 번째가 되는 걸 바라는 어미가 어디 있을까요? 후회하고 또 후회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저 때문인 거 같아서요." (열여덟 번째 편지 '샬롬의 대가를 기꺼이 받아들인 살로메', 1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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