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죽임당하지 않고 죽이지도 않고서
굶어 죽지도 굶기지도 않으며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 장혜영 작사·작곡,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중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노랫말을 지은 30대 여성 장혜영 씨는 한때 보통 청년처럼 무한 경쟁의 늪에 자신을 갈아 넣고 있었다. 손에 꼽히는 국내 명문 대학에 들어갔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경쟁을 보며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 현실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이고 자퇴했다.

혜영 씨가 학교를 나온 후 찾아간 곳은 산속에 있는 한 장애인 거주 시설. 그곳에 있던 발달 장애인 동생을 데리고 나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모두가 성공을 좇는 획일화한 삶에서 탈출하겠다고 뜻을 세웠지만 생존은 현실이었다. 막막한 미래를 걱정하며 이 노래를 지었다. 

백소영 교수(강남대)는 혜영 씨의 노래를 소개하며 오늘날 청년들의 가장 큰 소망이 '자연사'라고 말했다. 자연사하지 못한 청년들의 비보는 꾸준히 전파를 타고 들려온다. 제대로 된 훈련 없이 발전소에 투입됐다가 사고사를 당하고, 작업 규정과 달리 혼자 지하철 안전문을 고치다가 목숨을 잃고,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화물용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추락사했다.

청년들이 경쟁에 내몰리고 부품처럼 소모되고 있다. 백 교수는 혜영 씨의 노래가 지금 한국교회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얼마나 처절한 질문인가. 교회가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우리끼리 모여 하나님 안에서 아무리 기쁘고 즐겁다고 고백해도, 실제로 하나님과 우리 이웃 앞에서 교회는 아무것도 변증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를 성서 관점으로 분석하고 기독 청년에게 사회적 책임을 일깨우는 성서한국 전국 대회가 7월 31일부터 3박 4일 일정을 시작했다. 이번 대회 주제는 '오늘, 여기에서 복음을 묻다'이다. 전국 각지에서 기독 청년 500여 명이 참가했다. 

주 강사를 맡은 백소영 교수는 이날 저녁 '나로 살아 내기, 경건일까 욕망일까'를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종교개혁 이후 형성된 신앙 윤리를 한국교회가 왜곡해서 받아들였다고 지적했다. 안정적이고 성공적인 삶 대신 청년들이 추구해야 할 모습은 자신을 먼저 돌보고 스스로 부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 선교에 관심 있는 기독 청년 5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종교개혁은 수많은 '나'를 탄생시켰다. 이전까지 사회는 왕·성직자·귀족 등 소수 지배층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나머지 대중은 사회가 원활하게 돌아가는 데 필요한 부속품으로만 존재했다. 루터는 기존 질서를 흔들어 버리는 선언을 했다. "만인은 하나님 앞에 제사장이다." 

백소영 교수는 루터의 만인제사장설이 근대에 수많은 '나'를 등장시키는 근거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리스도인은 누구나 자유로운 존재이고 아무에게도 예속하지 않는다는 루터의 선언 이후, 몇 세기 만에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천부인권설이 나왔다고 했다. 

새 시대에는 새 윤리가 필요했다.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면서 많은 그리스도인은 불안해했다. 이전에는 막대한 헌금으로 면죄부를 사들이고 나면 그것을 구원의 증표로 삼았다. 하지만 종교개혁 이후 사람들은 이제 무엇을 구원의 증표로 삼아야 할지 막막해했다. 

백 교수는 종교개혁가 칼뱅이 혼란스러워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새로운 신앙 윤리를 보급했다고 했다. 그는 "칼뱅은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구원의 증거가 나타난다고 했다. 성실하고 근면한 노동 태도, 놀라운 업적과 성과가 하나님의 동행을 입증하는 외적 증거라고 가르쳤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것이 오늘날 한국 개신교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했다. 

백 교수는 오늘날 교회가 구원이나 경건보다 구원의 증거인 '성공'을 우선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한국 개신교는 칼뱅의 신앙 윤리에 따라 근면과 성실, 그로 인한 입신과 성공을 중요한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청부론', '고지론'이라는 이론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백 교수는 한국 개신교가 본질과 수단을 뒤바꿔서 좇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원이나 경건보다 구원의 증거인 '성공'을 우선한다는 것이다. 

백 교수는 "지금 교회에서는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성공을 마치 구원의 유일한 지표로 여기고 있다. 성공 사례는 신자유주의 시스템이 팽배한 오늘날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세상에서 성취를 이루지 못한 개인은 구조적 모순을 보지 못한 채 이를 자신의 신앙 문제로만 여긴다"고 말했다. 

백소영 교수는 한국교회가 전통이 만든 습속에 사로잡혀 있다며, 다시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는 <원칙 없는 삶>에서 이렇게 말한다. "대부분 사람이 그렇듯이 내가 만약 오전과 오후를 사회에 팔아야 한다면, 내게 살아갈 만한 가치를 느끼게 할 어떤 것도 남지 않게 되리라 확신한다. (중략) 생계를 벌기 위해 자기 삶의 더 큰 부분을 소비하는 사람만큼 치명적인 실패자는 없다. 위대한 과업은 자기를 부양하는 일이다." 

백 교수는 소로우의 글을 인용하며,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원하는 건 자신을 스스로 부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님이 원하는 내 모습으로 살 수 있을까.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일까. 사실 우리는 이런 질문을 놓치고 살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다들 정말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고 있다. 그런데 가끔 이런 기도를 올릴 때가 있지 않나. 내일 아침이 안 왔으면 좋겠다고.

하나님의 존재 명령은 '나로 살아 내기'다. 청년들에게 필요한 건 어떤 도전이나 과제, 사명이 아니다. 먼저 하나님이 창조한 고유성을 회복하고 자유인으로서 행복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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