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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소영 교수 "불투명한 청년들의 삶, 교회의 의미는…"
[인터뷰] 성서한국 전국 대회 최초 여성 주 강사, 키워드는 '나·너·우리'
  • 박요셉 기자 (josef@newsnjoy.or.kr)
  • 승인 2019.07.22 19:25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2019 성서한국 전국 대회'가 7월 31일부터 3박 4일간 서울시 노원구 한국성서대학교에서 열린다. 성서한국(박종운 이사장)은 정치·경제·사회·문화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현상을 성서 관점에서 분석하고 기독 청년에게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기 위해 2년마다 전국 대회를 열어 왔다.

이번 전국 대회 주제는 '오늘, 여기에서 복음을 묻다'이다. 신앙인으로 살면서 부딪치는 일상의 고민을 주제로 담았다. 성서한국은 거대 담론을 주로 다뤘던 기존 대회와 달리, 이번에는 청년들 삶에 초점을 맞췄다. 부채·주거·취업 문제 등 청년들은 각박한 현실을 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의 삶과 복음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지,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은 무엇인지 다룰 계획이다.

저녁 집회 주 강사는 백소영 교수(강남대)가 맡았다. 2002년 제1회 전국 대회부터 지금까지 여성이 주 강사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백 교수는 신학자로서 이 시대 청년들에게 메시지를 전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이 첫 여성 주 강사라는 사실에 자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2016년 강남역 사건을 계기로 촉발한 젠더 이슈를 기독교 시각으로 살펴볼 예정이라고 했다.

백소영 교수를 7월 19일 서울 영등포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백 교수는 오늘날 청년들이 한국 근현대사 최초로 개별성을 지닌 세대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많은 청년 세대가 '대의'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개별성을 버리고 자신을 희생했는데, 이와 달리 지금 젊은 세대는 사회문제보다 자기 고민에 몰두한다는 것이다.

다른 세대보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청년들을 비판하는 말이 아니다. 백 교수는 "집회에서 이들의 개별성을 인정하고 세워 줄 계획이다. 동시에 성경에서 각각의 자아를 어떻게 교회라는 이름으로 연대하게 하는지 소개할 것이다"고 말했다. 백 교수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백소영 교수는 여성으로서 처음 성서한국 전국 대회 주 강사를 맡았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여성 최초 전국 대회 주 강사
"감사와 자괴감, 양가감정
오늘날 청년, 최초 근대적 자아
교회는 생존 공동체 되어야"

- 여성으로서 처음 성서한국 전국 대회 주 강사를 맡았다.

신학자로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생각에 영광이고 감사하다. 15년간 사람들에게 전한 내 신학적 언어가 오늘날 청년들에게도 유효하다고 판단해, 나를 초청해 준 거라 생각한다. 말을 하는 사람으로서, 내 말이 받아들여지는 일은 기쁜 일이다.

양가감정이 드는 건 사실이다. '여성 최초 주 강사'라는 말은 자랑스러워할 만한 게 아니다. 한국 개신교 초기에는 여성이 지금보다 주도적이었다. 대표성을 갖고 많은 활동을 벌였다. 그런 개신교가 오늘날에는 남성들이 주도하는 집단으로 전락해 버렸다. 여성 신학자로서 자괴감을 느낀다.

- 이번 대회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할 계획인가.

현재 교회 바깥만 개인주의가 심한 게 아니다. 교회에서도 공동체나 조직보다 개인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나는 1980년대 후반에 대학을 다녔다. 그 시절에 '개인'은 존재하지 않았다. 많은 개인이 '민주화'라는 대의 아래 묻혔다. 돌아보면 그전에도 우리 사회는 큰 성취를 위해 무수한 개인들을 지워 왔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젊은 세대는 한국 근현대사에서 비로소 근대적 자아를 지닌 최초 세대가 아닐까 싶다.

이번 대회에서는 세 가지 키워드로 청년들에게 접근할 생각이다. '나', '너', '우리'다. 처음부터 '우리'를 내세우며 사회참여를 강조하고 싶지 않다. 일단 '나'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첫날 집회에서는 근대적 자아가 가진 장점과 허점을 다룰 것이다. 만인제사장론·청부론 등 개신교에서 강조하는 근대적 자아 등도 소개할 생각이다.

'너'에서는 기독교 페미니즘 이슈를 다루려고 한다. 인류 역사상 '너'로만 분류되었던 여성을 이야기한다. 오죽하면 인류가 '사람'이라는 중성명사를 남성(man)으로 번역해 왔을까. 그럴 수 있었던 건 여성이 한 번도 공적 영역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지막 날에는 교회론을 다룰 것이다. 근대적 자아는 확립되어야 하지만, 거기서 그치면 개인은 낱낱의 자아로 존재하게 된다. '성경은 이런 자아들을 어떻게 교회라는 이름으로 연대하게 하는가', '후기 근대에서 우리는 무엇으로 연대해야 하는가'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을 제시한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교회는 생존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만 살리는 게 아니라 너도 살리고 우리가 사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 기독교인들은 저마다 성경을 바탕으로 사회현상을 살핀다고 하지만, 같은 성경 구절을 두고도 상반된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페미니즘이나 젠더 이슈는 특히 더 민감한 주제다.

나이나 성별을 떠나 어떤 특정 교리에 사로잡혀 있으면 그것을 깨고 나가기란 쉽지 않다. 그런 이들에게 개혁신학에서 강조하는 '오직 성경'이라는 가치를 다시 붙잡으라고 말하고 싶다.

성경을 읽을 때는 경줄과 위줄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성경은 하나님의 계시와 영감으로 지어진 문헌(경줄)이자, 당시 인간의 이해와 공동체 필요에 따라 작성된 텍스트(위줄)다. 우리가 붙잡아야 할 것은 경줄이다. 당시 상황이 반영된 위줄까지 붙잡을 필요가 없다. 이런 관점으로 접근하면 '기독교 페미니즘'도 가능하다.

노예제를 예로 들어 보자. 성경에 노예제를 옹호하는 내용이 나오지만, 그렇다고 오늘날 노예제에 동의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럼 여성은? 똑같이 적용하면, 더 이상 여성을 재생산 도구나 재산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하나님께 계시를 받은 모세를 못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파라오처럼 자기 답이 너무 확고한 사람들이거나, 노예 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마음이 상한 이들이다. 강퍅하거나 상한 마음. 이런 것이 자의적 해석을 고집하게 만들거나 아무런 메시지를 듣지 않게 만든다. 과거에도 오늘날에도 이런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

근대적 자아를 확립하는 동시에 하나님과 이웃과 끊임없이 소통한다면 어느 정도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사람들은 소통을 통해 알 수 있다. '내 답과 네 답이 틀리지 않구나.' 추상적이긴 하지만 같은 시대를 사는 우리가 서로 소통의 통로를 확립한다면, 어느 정도 공통의 지향을 향해 수렴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성서한국은 기독 청년에게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기 위해 2년마다 전국 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 제공 성서한국

고단하고 불투명한 청년들 삶
'한국 사회 히브리인'
"청년들 사회에 관심 없지 않아
재능 발산할 장 마련해야"

- 대학교에서 청년을 많이 만난다. 실제로 보는 청년들의 삶은 어떤가.

정말 고단하다. 이전에 안정적으로 제도권에 안착한 기성세대들은 청년들 삶을 모르고 쉽게 판단한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속상하다. 청년들은 불투명한 삶을 살고 있다. 사람은 아무리 고단해도 소망이 있다면 어떻게든 견딘다. 그러나 요즘 청년들은 올해 죽도록 고생한다고 해도 내년이 더 나아지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전에 학교에서 '종교와문화'라는 과목을 맡은 적이 있다. 1학년 교양 수업이었다. 장례 문화를 소개하며 누군가의 영정 사진을 보여 줬는데, 탄성을 지르는 학생들이 있었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이구동성으로 "쉴 수 있어서요"라고 하더라.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들이 그렇게 말하는 걸 보고, 무언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새 '소확행'이라는 말이 뜨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불확실하고 불투명한 큰 행복 대신, 작지만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행복을 찾겠다는 것 아닌가. 청년들은 아무리 노력하고 최선을 다해도 쉽게 쓰이고 버려질 수 있다는 불안에 사로잡혀 있다. 나는 누군가 한국 사회에 히브리인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바로 청년 세대라고 말하고 싶다.

- 사회 선교 현장에서 청년들을 볼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성서한국 전국 대회에 참여하는 청년 수도 줄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오늘날 기독 청년들에게 어떻게 사회 선교를 권해야 할까.

나는 청년들이 현장에 없다고 해서 무관심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숫자나 규모로 운동의 역동성을 판단하는 전제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청년들은 가치 있는 활동에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한다. 예를 들어, 사회적 약자를 돕는 크라우드펀딩에 기꺼이 참여하는 청년이 많다.

단체에 회원으로 가입시켜 희생이나 헌신을 강요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성서한국 전국 대회가 기독 청년을 활동가로 양성하는 목적을 가진 행사는 아니다. 나는 '재능 사회'가 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청년들이 가진 다양한 재능을 중심으로 이합집산하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어떨까. 사회 선교 단체는 청년들에게 어젠다를 제시하고 공간을 만들어 주는 허브 역할만 맡는 것이다.

세상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자기가 싫으면 안 하는 게 요즘 청년들 특징이다. 이들의 개성과 성향에 맞춰 사회 선교라는 필요성을 상기하면 되지 않을까. 실제로 작은 규모에서 청년들 언어에 맞춰 이야기할 때, 이들이 메시지를 더 잘 받아들이는 모습을 본다.

- 성서한국 전국 대회에 어떤 청년들이 왔으면 좋겠는가.

'나', '너', '우리' 키워드 그대로다. 사람이 가끔 너무 힘들면 '나는 누구?', '여기는 어디?' 이런 말을 많이 하지 않나. 지금 이 시대를 살면서 자신에 대해 고민하는 청년들, '너'를 품고 함께 '우리'로 살 가능성을 찾고 싶은 친구들이 이번 전국 대회에 참여했으면 좋겠다.

성서한국 2019 전국 대회 신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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