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2019 성서한국 전국 대회 둘째 날 강연 키워드는 '너'였다. 첫째 날 기독 청년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그대로의 '나'를 발견해야 한다고 강의한 데 이어, 백소영 교수(강남대)는 교회 안에서도 자기 자신을 찾기 특히 더 어려운 존재, 바로 '여성'에 주목했다.

백 교수는 8월 1일 '너의 의미, 사이 - 공동체의 비밀'이라는 제목의 강의에서, 교회가 그동안 외면해 온 여성의 목소리를 왜 들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성경이 지금 이 시대에도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설명했다.

"두 인간 마주 보라고 창조,
서로 동등한 존재로 목소리 내야
1/N보다 힘 있는 자 있으면 안 돼"

백소영 교수는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돕는 존재'로 창조되었다는 게 성경의 핵심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근대 가부장제에서 성경 해석을 장악한 남성 성직자들이 이를 가부장의 시각으로만 해석했다고 지적했다. 그들이 살던 제도를 뛰어넘지 못하고 하나님의 창조 목적을 왜곡했다는 것이다.

백소영 교수는 교회가 그동안 외면해 온 '너', 여성에 대한 이야기로 둘째 날 강연을 채웠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가부장제가 지배해 온 사회는 남녀 위계는 물론, 남성과 여성을 사람이 아닌 성별로 보게 했다. 각 사람이 어떤 성품을 지녔고 뭘 좋아하고 지금 어떤 것이 가장 필요한지 알아보려 하기도 전에, 단지 남성 혹은 여성 성별이라는 이유로 역할을 구분하고 정형화한 생각을 하게 했다는 것이다.

백소영 교수는 두 존재가 서로 마주 보기 전에 고정관념이 먼저 작동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상대방이 내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지금 교회 공동체에 필요한 일이라고 했다. "서로 마주 보고 각자 필요한 도움을 채워 주면서 서로를 건설해 가라고 만든 존재. 그게 하나님이 태초에 인간을 만드신 목적이다"고 말했다.

여성도 공동체를 구성하는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페미니즘'이라고 했다. 그동안 교회조차 여성의 목소리를 외면했기에 수많은 여성의 존재가 공동체 안에서 유의미한 존재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교회 안에서도 각 존재가 서로를 마주하고 동등한 존재로 목소리 내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첫날 강연에서 '나'로서 바로 서는 게 중요하다고 한 백소영 교수는, 그것이 나만 잘되겠다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고 했다. '너'의 의미 또한 배제하지 않는 것, 그것이 하나님나라를 닮은 '서로 마주 봄'의 공동체를 세우는 길이라고 했다.

"계시에 해당하는 '경줄'
글쓴이의 해석 들어간 '위줄'
지금 시대의 위줄 필요"

하나님이 태초에 인간을 서로 마주 보고 도우면서 살라고 만드셨다면, 성경에는 왜 그렇게 많은 여성 혐오적 표현과 여성을 억압하는 서사가 담겨 있는 것일까. 백소영 교수는 베 짜기를 예로 들며, 경전을 하나님의 창조 목적대로 읽기 위해서는 '경줄'과 '위줄'이라는 개념이 필요하다고 했다.

백소영 교수는 그 누구도 힘을 독점하지 않고,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를 마주할 수 있는 공동체가 하나님나라를 닮은 모습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경줄은 하늘에서 받은 계시, 세로 줄을 의미한다. 이 계시, 즉 복음은 보편성과 초월성이 있어야 한다. 어느 시대 누구에게 적용해도 같은 의미를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위줄은 계시를 받은 사람이 이를 해석해서 언어로 만드는 작업이다. 당연히 인간의 한계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십계명의 마지막 계명 '네 이웃의 물건을 탐하지 말라'는 경줄이다. 지금 우리 삶에 적용해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이어지는 텍스트는 네 이웃의 아내나 남종이나 여종이나 소나 나귀나 소유 중 아무것도 탐내서는 안 된다고 설명하는데, 이것은 위줄이다. 남자는 소유물이 아니었고, 말하는 자나 듣는 자 모두 남성이었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백소영 교수는 경줄과 위줄을 세심하게 구분하면서 읽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백 교수는 "성경 텍스트는 성서의 서와 성경의 경이 함께 직조된 텍스트다. 이것을 잘 구분해야 '오늘 여기'를 성경적으로 살아 낼 수 있다. 위에서 내려오는 계시 경줄을 잘 잡고,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위줄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사람들의 위줄을 뽑아내고 경줄을 잘 잡은 채로, 지금 우리 시대의 위줄을 새롭게 짜는 것이 이 시대 그리스도인이 바로 여기서 해야 할 작업이다. 예수님께서도 이미 아버지는 하나님 한 분이라고 선포하셨다. '아버지요 왕이요 선생이신 그분은 오직 하나님 한 분'이라는 이 선언은 우리가 사는 이곳에 1/N보다 힘이 있는 자가 있으면 안 된다는 보편성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백소영 교수는 그동안 동등하게 대우받지 못했던 여성들이 보편성과 초월성을 담은 '경줄'을 잘 잡고 공동체 안에서도 당당히 목소리를 내면 좋겠다고 했다. 하나님나라는 어느 누구도 남에게 군림하거나, 자기 목소리를 포기하지 않는 공동체다. 백 교수는 "하나님이 태초에 만들어 놓으신 것처럼, 서로 마주 보고 서로의 의미가 공동체 안으로 스며들 수 있는 사이를 만드는 비밀을 아는 자가 바로 그리스도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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