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여성 안수를 인정하지 않는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예장고신·박영호 총회장)이 "여성 안수를 허용하자는 성경관은 동성애를 합리화하는 데도 적용될 것"이라며, 협력 교단인 자유파 네덜란드개혁교회(Reformed Churches in the Netherlands-Liberated·RCN)와의 관계 단절을 논의하기로 했다.

RCN은 보수 성향 개혁주의 교회로 국내외 널리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도 많은 신학자가 네덜란드의 개혁 교회를 공부하고자 유학길에 오르기도 했다. 예장고신은 RCN이 장 칼뱅과 마르틴 루터, 울리히 츠빙글리 등이 주도한 개혁 교회를 온전히 보전해 왔다고 평가하며,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교류해 왔다.

이런 대표적 협력 교단인 RCN이 2017년 총회에서 여성에게도 안수직을 주기로 결정하자, 예장고신은 충격에 빠졌다. 2018년 예장고신 68회 총회 때 한국을 방문했던 RCN 국외협력위원 아르얀 흐라스하위스(Arjan Grashuis) 장로는, 여성 안수 허용이 10년간 논의 끝에 내려진 결정이라며 예장고신에 협력을 부탁했다. 예장고신은 납득하지 않았다. 당시 총회에서 예장고신은 RCN이 성경의 귄위를 인정하지 않고 변질되면서 여성 안수를 허용했다며, 영성과 전통 교리를 지키고자 하는 순교자적 자세, 하나님 말씀을 따르고자 하는 개혁주의 세계관이 약해졌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RCN에 여성 안수 허용을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RCN은 3년에 한 번씩 총회를 연다. 한국 교단들처럼 총회를 단기간에 끝내지 않고 격주로 회의하는 등 최대 1년 이상 논의를 이어 가는 경우도 있다. RCN 내부에도 여성 안수를 반대하는 교회들이 있었기 때문에, 여성 안수 문제는 2020년 총회에서 다시 논의됐다.

예장고신은 올해 1월 7~11일 RCN '해외 교회 관계 주간'을 맞아 고신 신대원 김재윤 교수와 총회섭외위원 유해신 목사를 사절단으로 보냈다. 사절단은 RCN 관계자들을 만나 여성 안수 반대 입장을 전달한 후, 9월 22일 개회한 예장고신 70회 총회 보고서에 참관 내용을 수록했다.

RCN은 올해 9월 '여성 안수 유지'로 결론짓고 이를 총회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RCN은 회의 내용을 유튜브로도 중계했다. RCN 홈페이지 갈무리
RCN은 올해 9월 '여성 안수 유지'로 결론짓고 이를 총회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RCN은 회의 내용을 유튜브로도 중계했다. RCN 홈페이지 갈무리

RCN 총회를 참관한 예장고신 사절단은, 당시 네덜란드를 찾은 캐나다개혁교회와 호주자유개혁교회, 미국정통장로교회, 남아프리카자유개혁교회 등 해외 사절들이 일제히 여성 안수를 허용한 RCN에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예장고신 사절단은 "남성과 여성의 동등성을 말하면서 직분도 동등하게 만드는 것은 삼위 하나님에 대한 고백과 상충한다. 여성이 비록 남성과 인격적으로 동등하지만, 교회의 공적 직분에서는 남성의 권위 밑에 있는 것이 옳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반면, RCN은 2017년 여성 안수를 허용한 총회 결정이 성경의 권위를 존중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쉽게 수긍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현재 여성의 역할은 성경 기록 당시보다 훨씬 높아졌으므로, 성경을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답했다.

사절단은 RCN이 동성애 문제에도 우호적으로 응답했다고 전했다. RCN 소속 한 목회자가 예장고신 사절단에 "성경이 쓰일 시대에는 오늘날과 같은 그런 동성애에 대해 몰랐지 않았을까 한다. 요즘은 두 동성애자가 평생 헌신하며 함께 사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이런 커플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RCN 관계자들과 해외 교회 대표들을 만나고 돌아온 사절단은 "RCN은 자신들의 교회만 올바른 신앙을 유지한다는 교만함이 있었음을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과거보다 세상 속에서 신앙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살아가기 더 힘들어진 교회의 젊은이들을 세우고 불신자에 대한 복음 전도를 더 적극적으로 하려 하고 있었다"면서, 이들이 여성 안수를 허용하려는 배경에는 '겸손과 복음 전파의 열망'이라는 긍정적인 면도 있음을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성경적 가르침에 대한 진지한 고려는 약하다고 지적했다. "여자가 가르치는 것과 남자를 주관하는 것을 허락하지 아니하노니 오직 조용할지니라"라는 디모데전서 2장 12절 구절을 무시하면서 여성 안수를 결정했고, 이런 구절을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고 말해 성경의 가르침이 지닌 절대성을 약화한다고 했다.

특히 "교회는 사회의 문화에 적응해야 하며, 성경을 새롭게 해석해야 한다"는 입장은 동성애를 인정하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절단이 정리한 내용은 이렇다.

a) 성경에서 여성에게 공적 직분을 허용하지 않았지만 요즘의 여성은 능력이 있으므로 허용해야 한다.
b) 사회에서 여성이 지도적 위치를 가지고 있으므로 교회도 여성에게 지도적 위치를 줌으로써 사회와 소통하고 복음을 잘 전할 수 있다.
c) 성경 구절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사절단은 이 논리가 똑같이 동성애 합리화에 적용될 것이라고 했다.

a) 초대교회의 동성애자와는 달리 요즘의 동성애자는 두 사람이 평생 신실하게 커플로 산다.
b) 사회에서 동성애를 받아들이므로 교회도 동성애를 허용함으로써 사회와 소통하고 복음을 잘 전할 수 있다.
c) 동성애를 금지하는 성경 구절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위와 같이 결론 내린 예장고신 사절단은 RCN이 여성 안수 결정을 철회하지 않으면 2021년 예장고신 71회 총회에서 RCN과의 관계를 단절한다는 서신을 발송하자고 제안했다. 또한, 여성 안수를 허용하지 않는 네덜란드기독개혁교회(The Christian Reformed Churches in the Netherlands)와 캐나다개혁교회(The Canadian and American Reformed Churches)와의 신학적 교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도 했다.

아울러 "협력 교단들이 여성 안수를 주장하며 성경의 권위를 약화하고, 나아가 동성애에 대한 개방적 태도를 열어 주는 것과 같은 일이 예장고신 교회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말씀과 성령님을 의지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이 내용은 추후 열릴 정책 총회에서 보고될 전망이다.

한편, RCN은 여성 안수를 유지하기로 결론지었다. RCN은 9월 5일 총회 홈페이지를 통해 "성경에 대한 경건하고 세심한 배려를 바탕으로, 여성에게도 공간이 열려 있다는 확신에 도달했다"는 요지의 공지와 보고서를 공개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