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겠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함께하겠습니다."
"잊지 않으마! 했던 약속 꼭 지킬게요."
"잊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끝까지 밝히겠습니다. 나라를 바로 세우겠습니다."
"얘들아 너희들이 촛불 광장의 별빛이었다. 너희들의 혼이 1000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
"유가족들과 국민들 앞에서 세월호의 완전한 진실 규명을 다짐합니다."

[뉴스앤조이-여운송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 국회의원 시절부터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국민에게 숱하게 해 온 약속이다. 그러나 참사 6주기, 정권 교체 후 3년이 지나도록 진상 규명은 요원하다. 단원고 2학년 4반 희생자 임경빈 군 엄마 전인숙 씨를 비롯한 유가족과 시민들(청와대1인시위시민행동)은 문 대통령에게 약속 이행을 요구하며 매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9월 7일은 이들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외쳐 온 지 300일째 되는 날이다.

문재인 정부의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약속 이행을 요구해 온 세월호 가족과 시민 단체가 9월 7일 청와대 피케팅 300일째를 맞아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문재인 정부의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약속 이행을 요구해 온 세월호 가족과 시민단체가 9월 7일 청와대 피케팅 300일째를 맞아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청와대1인시위시민행동은 300일을 맞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재인 정부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태풍의 영향으로 비바람이 치는 궂은 날씨에도 시위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지난 300일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한결같이 서 있던 자리였다. 코로나19로 10인 이상 집회가 금지됐기 때문에 적은 수의 연대 발언자만이 모였다.

이들은 이날 발표한 기자회견문에서 △세월호 7주기까지 세월호의 진실을 찾아내고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진상 규명을 완수할 것 △세월호는 국가 범죄이므로 공소시효 없이 책임자를 처벌할 것 △국회는 대통령이 세월호 진상 규명을 완수할 수 있도록 필요 법안을 만들 것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침몰 원인을 하나로 결론 낼 것 △윤석열 검찰의 무늬만 전면 재수사에 대통령이 책임질 것 △박지원 국정원장은 세월호 관련 자료를 남김없이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시위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친필로 남긴 진상 규명 약속 글귀를 몸에 두르고 있었다(위). 세월호 희생자 박수현 군 아빠 박종대 씨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비겁하게 방관하지 말고 조속히 진상 규명 약속을 이행하라"고 요구했다(아래). 뉴스앤조이 여운송
시위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친필로 남긴 진상 규명 약속 글귀를 몸에 두르고 있었다(위). 세월호 희생자 박수현 군 아빠 박종대 씨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비겁하게 방관하지 말고 조속히 진상 규명 약속을 이행하라"고 요구했다(아래). 뉴스앤조이 여운송

유가족 발언자 세월호 희생자 박수현 군 아빠 박종대 씨는 "현재 세월호 사건 진상 규명과 관련자 처벌은 국가기관이 '부작위'와 '공소시효'라는 거대한 벽에 가로막혀, 참사 당시 마지막 구조가 가능했던 시간인 9시 15분을 넘긴 이후에 처해 있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대통령의 긴급한 조치가 없다면 세월호 사건의 진실이 어둠 속에 묻혀 버리는 또 다른 대형 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 국회의원 시절, 야당 대표 시절, 대통령 후보 시절에 했던 발언과 약속은 더 문제 삼지 않겠다며, 대통령이 된 이후인 2017년 8월 유가족들을 청와대에 초청했을 때 엄숙하게 했던 약속만이라도 반드시 상기해 달라고 촉구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도대체 왜 그렇게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일어났던 것인지, 그 원인이 무엇인지, 정부는 사고 대응에 왜 그렇게 무능하고 무책임했던 것인지, 그 많은 아이들이 죽어 가는 동안 청와대는 뭘 하고 있었던 것인지, 너무나 당연한 진상 규명을 왜 그렇게 회피하고 외면했던 것인지, 인양에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린 이유는 무엇인지, 국민들은 지금도 잘 알지 못한다. 오늘 여기까지 오기까지 너무나 많은 시간이 걸렸다. 늦게나마 마련된 이 자리가 여러분에게 위로가 되고 희망을 주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씨는 3년이 지난 지금, 문 대통령 말이 고작 립 서비스에 불과했다는 점이 분명히 밝혀졌다고 했다. 그는 "현 정권이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정권과 도대체 뭐가 다르단 말인가. 박근혜는 1119일만 진실을 덮었지만 문재인 정권은 벌써 1217일 동안 진실을 덮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소시효가 만료될 때까지 침묵하며 책임을 회피할 것인가. (대통령) 당신께서 결정해야 한다. 당신께서 직접 관련 장관과 공무원에게 적극적·능동적 협조를 명령해야 한다. 비겁하게 방관하지 말고 조속히 약속을 이행하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세월호 유가족과 국민들 앞에서 수차례 "잊지 않겠다",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위). 유가족과 진상 규명을 바라는 시민에게 세월호 참사와 스텔라데이지호 참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아래). 뉴스앤조이 여운송
문재인 대통령은 세월호 유가족과 국민들 앞에서 수차례 "잊지 않겠다",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위). 유가족과 진상 규명을 바라는 시민에게 세월호 참사와 스텔라데이지호 참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아래). 뉴스앤조이 여운송

세월호 희생자 임경빈 군 엄마 전인숙 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아이들의 억울함을 풀어 보겠다고 계절도 따지지 않고, 보기만 해도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한 현장을 찾아다녔다"고 말했다. "국가가 당연히 해 주어야 하는 진상 규명을 위해 집회·농성을 이어 가고 단식·삭발을 하는 등 수많은 현장에서 목소리를 내 왔다. 이렇게 힘든 일인 줄 알지 못했다. 국가를 믿고 사랑한 탓에 아들을 잃은 것 같아 너무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제2·제3의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지 않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대통령님 '잊지 않겠다', '진실 규명하겠다'고 약속하셨다. 여기 대통령님 가까이에서 힘없는 어미가 너무도 억장이 무너지는 아들 영상을 보고 피켓 들고나온 지 벌써 300일이다. 눈·비·태풍까지 두렵고 무섭다. 심지어 코로나19까지 겹쳐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다. 하지만 아이들이 먼저다. 아들이 엄마를 더 강하게 해 주는 것 같다. 약속 이행으로 가족과 국민들을 제발 살려 달라"고 말했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허재용 이등항해사의 어머니 이영문 씨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진상 규명을 호소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허재용 이등항해사의 어머니 이영문 씨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진상 규명을 호소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허재용 이등항해사 어머니 이영문 씨도 연대 발언에 나섰다. 그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직후, 당시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던 대통령님의 유세장마다 찾아다니며 우리 아들 좀 찾아 달라고 호소했던 것을 기억하시나. 내 손을 꼭 잡고 당선되면 조속히 해결해 주겠다고 분명 약속하셨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7년, 스텔라데이지호 참사 4년이 다 되도록 우리는 기다리고 있다. 스텔라데이지호 2차 심해 수색을 위한 예산을 투입해 달라. 22명 젊은 청춘의 유해를 언제까지 차가운 바닷속에 버려두어야 하나. 어미의 애절한 목소리를 제발 귀담아들어 달라"고 말했다.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발언을 마친 이 씨는 눈물을 연신 닦아 냈다.

경빈 엄마와 함께 300일을 함께하며 피케팅을 이어 온 대학생진보넷 최휘주 씨는 "세월호 문제는 다 끝난 것 아니냐고 묻는 이들이 있다. 선체 인양도 했고, 조사도 하고 있지 않느냐고. 그런데 정말 그런가. 나는 1주기 때부터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활동을 이어 왔다. 6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하고 있다.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 왜 아이들을 구조하지 않았는지, 왜 국가가 진상 규명을 방해했는지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다. 왜 우리는 아직도 답을 들을 수 없는가"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서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했을 때, 세월호 참사 당시 얻은 교훈으로 안전한 나라를 만들자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이곳 청와대 앞에서 진상이 규명될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수없이 했던 그 약속을 잊지 않고 기다리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정부도 절대로 잊지 말고 행동에 직접 나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래는 기자회견문 전문.

문재인 정부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약속 이행 촉구 기자회견문

300일이다.

문재인 정부를 향해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약속 이행을 촉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가족들과 시민들이 1인 시위를 한 지 300일째다. 세월호 참사 6주기가 지나 7주기가 되어 가는데도 아직까지 세월호의 진실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에 세월호 참사 가족들과 시민들은 문재인 정부에서조차 진상 규명이 안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대통령의 진상 규명 약속 이행만이 해결책이라는 생각으로 오늘까지도 피케팅에 임하고 있다.

지난 6주기 세월호 전면 재수사 청원에 청와대는 '검찰과 사참위가 엄정하게 수사하고 있으니 지켜보자' 했다. '엄정하다'는 청와대의 안일하고 그릇된 인식에 우려를 넘어 분노가 치솟는다. 백서 쓰는 심정으로 수사하겠다는 검찰의 전면 재수사는 처음부터 구조 실패에 대한 꼬리 자르기 수사, 면죄부 주기 수사로 일관해 왔다. 검찰을 관리 감독해야 할 책임이 있는 법무부와 청와대는 검찰의 세월호 재수사에 일언반구도 없이 방치해 왔다. 청와대는 작금의 세월호 재수사가 '윤석열의 재수사'인지 '문재인 정부의 재수사'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사참위 또한 갖은 조사 방해와 관련자, 유관 기관의 비협조 등으로 원활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수사권 없음과 조사 인력의 부족 등 처음부터 제기된 문제들은 역시나 태생적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사참위가 제 기능을 하는지 정부가 모니터링을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세월호 진상 규명 요구가 있을 때마다 사참위 뒤에 숨기에만 급급했다.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를 두고 '청와대는 컨트롤 타워가 아니다' 했다. 세월호 가족과 시민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의 '컨트롤 타워'가 되어 주기를 바랐지만 현 정부에도 컨트롤 타워는 여전히 존재하지 않는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하나같이 무책임할 따름이다.

제대로 된 조사, 진상 규명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참사 당시 대통령 기록물과 국정원, 기무사 등 정부가 보유한 모든 정보가 공개되어져야 한다. 이 같은 정보들이 공개되기 위해서는 국회의 협조가 필요하며, 민주당 국회의원들을 향한 대통령의 독려와 청와대의 자체적인 노력 또한 필수적이다. 참사 당시 민주당은 집권 여당이 아니어서 진상 규명이 어렵다 했다. 이후 촛불 혁명으로 집권하더니 국회 다수당이 아니어서 할 수 있는 게 없다 했다. 그나마 이마저도 이번 총선 승리로 모든 핑곗거리들은 사라졌다. 행정부와 입법부를 민주당이 장악한 상황에서도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지 못한다면 우리는 "무능합니다", "우리도 적폐입니다"를 스스로 인증하는 것이라 해도 과하지 않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 가족들과 시민들은 오는 7주기까지 반드시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이 되어야 할 것을 선언하였다. 세월호 해외 연대 시민들은 7주기 D-day 카운트다운 캠페인 중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박근혜 정권이 구조의 골든 타임을 허비했다면 문재인 정부는 바로 지금 진상 규명의 골든 타임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 또 명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참위와, 사참위 고발에 따른 특검, 또 지금의 검찰의 특별 수사단이 제대로 된 진실들을 찾아내도록 지금부터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 백서를 써 나가야 한다. 늦은 감이 있지만, 정신 똑바로 차리면 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를 '해상 교통사고'로 규정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가족들과 시민들 중에 그리 생각하는 이는 한 명도 없다. 세월호 참사 7주기에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세월호 침몰 원인을 물을 것이다. '해상 교통사고'라는 답변은 불가하다. 반드시 진상을 규명해 끝까지 책임자 처벌로 답을 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후로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에 대한 약속을 여러 차례 천명한 바 있다.

"잊지 않겠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함께하겠습니다."
(2015. 4. 16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문재인)

"잊지 않으마! 했던 약속 꼭 지킬께요."
(2016. 4. 18 문재인)

"잊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끝까지 밝히겠습니다. 나라를 바로 세우겠습니다."
(2016. 11. 24 문재인)

"얘들아 너희들이 촛불 광장의 별빛이었다. 너희들의 혼이 1000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
(2017. 4. 10 문재인)

"유가족들과 국민들 앞에서 세월호의 완전한 진실 규명을 다짐합니다."
(2018. 4. 16 대통령 문재인)

우리는 오늘 이 자리를 빌려 문재인 정부가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분명한 책임이 있음을 밝힌다.

이에 "가족·시민 청와대 피케팅 300일 문재인 정부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약속 이행 촉구 기자회견"을 하는 가족들과 시민들은 다음과 같은 요구를 담아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약속 이행을 촉구한다.

1. 6년도 더 되는 시간을 인내하며 기다렸다. 문재인 정부는 세월호 7주기까지 세월호의 진실을 찾아내라.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진상 규명을 완수하라!
1. 세월호는 국가 범죄다. 공소시효 없이 책임자를 처벌하라!
1. 국회는 대통령이 세월호 진상 규명을 완수할 수 있도록 필요한 법안들을 발의하고 입법하라!
1.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가 발표한 내인설과 열린 안은 양립兩立할 수 없다. 사참위는 침몰 원인을 하나로 결론 내라!
1. 윤석열 검찰의 무늬만 전면 재수사 대통령이 책임지라!
1. 박지원 국정원장은 세월호 관련 자료 남김없이 공개하라!

2020년 9월 7일 월요일
가족·시민 청와대 피케팅 300일
문재인 정부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약속 이행 촉구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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