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가족과 기독인들은 매월 첫째 주 일요일 '세월호 가족과 함께하는 예배'를 이어 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 위치한 생명안전공원 부지에서 열린 예배. 뉴스앤조이 여운송
세월호 가족과 기독인들은 매월 첫째 주 일요일 '세월호 가족과 함께하는 예배'를 이어 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 위치한 생명안전공원 부지에서 열린 예배. 뉴스앤조이 여운송

[뉴스앤조이-여운송 기자]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생명안전공원 무사 건립을 위한 세월호 가족들과 기독인들 예배는 계속된다. 매월 첫째 주 일요일 진행해 온 '세월호 가족과 함께하는 예배'는 9월 6일, 9반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예배로 열렸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비대면 음원 예배로 진행됐다.

길가는밴드 장현호 씨의 노래에 이어, 사회를 맡은 예은 엄마 박은희 전도사의 기도로 예배가 시작됐다. 오로지 진상 규명을 위해 달려온 6년 5개월의 시간이었다. 박 전도사는 앞으로도 지치지 않고 사랑과 용기, 진실과 성실을 붙잡을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했다. 무엇보다도 별이 된 아이들의 질문에 대한 응답과 평화를 구했다.

"같은 공간에 있지는 않지만, 어서 빨리 진실을 마주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 하나로 주님 앞에 섰습니다. 6년을 지나 7년을 향해 가는 지금도 우리는 사랑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진실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304명을 끝까지 놓지 않을 성실함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간절함을 그 누구보다 잘 아시는 주님, 저희 기도에 응답해 주십시오. 별이 된 아이들의 질문에 응답해 주십시오. 저희에게 평화를 선물로 주십시오."

세월호 참사에서 희생된 단원고 2학년 9반 아이들은 20명이었다. 희생자 박시찬 군 엄마 오순이 씨와 홍순영 군 엄마 정순덕 씨가 9반 희생자 아이들 이름을 하나하나 불렀다.

"유치원 때부터 거실 시계를 보고 혼자 유치원 차를 타러 갈 정도로 손 갈 데 없이 스스로 자랐던 고.하.영.

잔소리 한번 할 일 없던 슬거운 딸 권.민.경.

호기심 많고 새로운 일을 경험하는 게 좋았던 김.민.정.

집안의 구심점, 부모님의 산 활력소였고 약사가 꿈이었던 김.아.라.

동생들에게는 엄마 같은 언니, 엄마에게는 친구 같은 딸, 발달장애아를 돕는 간호사를 꿈꿨던 김.초.예.

엄마 삶의 전부, 한의사가 꿈이었던 김.해.화.

늘 엄마를 웃게 하던 단짝이고 집 안의 분위기 메이커, 한양대학교에 들어가 배를 만드는 게 꿈이었던 김.혜.선.

세뱃돈을 모아서 아버지한테 중고차를 사 드린 적이 있었던 정도로 알뜰했던 박.예.지.

해맑게 잘 웃던 아이, 조향사가 되어 첫 번째 향수는 언니를 위해 만들겠다던 배.향.매.

엄마의 친구이자 분신, 연극 무대에서 조명받는 것이 좋다던 오.경.미.

노래를 잘 불렀던 보들이 언니, 강아지 보들이를 사랑해 수의사를 꿈꿨던 이.보.미.

'기쁨·감사가 우리가 사는 별에 요술 나무입니다'라고 노트에 적어 놓고 늘 환하게 웃던 이.수.진.

재주가 많았고 엄마하고 남동생을 잘 챙겨 주던 든든한 맏딸 이.한.솔.

떼쓰는 법 없이 착하게 자랐고, 향수를 만드는 조향사가 되고 싶었던 임.세.희.

한글을 배운 이후로 늘 책과 함께했던 책벌레, 크루아상을 맛있게 만들었던 정.다.빈.

가족은 다혜의 보물 1호이고 가족의 건강과 행복이 우선이라고 했던 똥강아지 정.다.혜.

활기차고 밝은 목소리에 웃음이 예뻐서 성격 미인, 부모님과는 신앙으로 소통했던 효녀 은정 조.은.정.

뭐든 알아서 잘했고 속 한번 썩인 적 없던 맏딸, 회계사를 꿈꿨던 진.윤.희.

부모님의 삶의 전부 하늘에서 내려 준 귀한 선물 같은 딸, 고양이 순이의 언니 최.진.아.

수의사가 꿈이었고 강아지인 별이의 언니 편.다.인."

세월호 참사 6년하고도 5개월이 지났다. 진상 규명은 아직 요원하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세월호 참사 6년하고도 5개월이 지났다. 진상 규명은 아직 요원하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이날 예배 본문은 출애굽기 6장 28절부터 7장 7절까지였다. 하나님이 모세를 불러 바로에게 보내려 하지만, 모세는 자신이 '입이 둔하다'며 망설인다. 이에 하나님이 아론을 대언자로 같이 보내면서 '이집트 땅에 재앙을 내려 이스라엘 자손을 그 땅에서 인도해 내겠다'고 약속하는 내용이다.

말씀 나눔을 맡은 4·16 예배팀 조선재 집사는 "지금 정권이 박근혜 정부라면 이 말씀을 나누기가 쉬웠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책임자들이 처벌되지 않는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정부의 조속한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문재인 정부를 이집트 왕정에 대입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현 정부 역시 우리가 진실의 땅에 들어가는 것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지 않습니다. 세월호의 진실은 좌나 우나 할 것 없이 그렇게 부담스러운 것일까요. 약속의 땅, 진실의 땅을 찾아 길 떠난 지 6년 하고도 5개월입니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중략) 촛불 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 행정부와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입법부를 장악한 상황에서 더 이상 핑곗거리는 있을 수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해상 교통 사고가 아닙니다. 문재인 정부는 7주기까지 세월호 방정식의 해를 구하십시오.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진실 규명을 완수하십시오."

박은희 전도사는 세월호 가족들을 대표해 소식을 전했다. 그는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추석 전 국회에 특검을 요청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경기 용인정)이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 살균제 공소 시효를 7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기 위한 '사회적 참사 공소시효 연장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진상 규명을 위한 다양한 법을 발의하기 위해 많은 국회의원이 준비하고 있다며, 잘 진행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 달라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가족들도 답답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상황을 봐 가며 9월 중순부터는 국회·청와대·검찰 등을 대상으로 진상 규명 요구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박 전도사는 "이는 세월호만의 문제가 아니다. 문제가 해결되지 못해 거리에 나와 있는 많은 분에게 끝까지 관심을 가지고 기회가 될 때마다 연대해 달라"고 호소했다.

세월호 가족과 함께하는 다음 예배는 10월 4일, 10반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예배로 진행된다. 방식은 코로나19 확산 정도에 따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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