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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6년, 아이들 볼 낯 없어…올해는 꼭 진실 규명" 생명안전공원 부지에서 올린 신년 기도
1반 친구들과 함께한 세월호 예배
  • 박요셉 기자 (josef@newsnjoy.or.kr)
  • 승인 2020.01.06 16:47

매달 세월호 엄마와 아빠들이 돌아가며 아이들 이야기를 전한다. 기억하기 위해서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세월호 참사 당시 단원고 2학년 1반 학생들은 다른 반보다 희생자 수가 적었다. 배에서 탈출한 학생들은 반장인 유미지가 자신들을 살려 주었다고 입을 모았다. 미지 아빠는 1월 5일 안산 화랑유원지 생명안전공원 부지에서 열린 예배에서 "체육관에서 미지를 기다리고 있을 때, 아이들이 찾아와서 얘기해 줬다. 너무 가슴이 아팠다. 내 딸이지만 정말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추운 날씨에도 기독교인 60여 명이 '1반 친구들과 함께하는 세월호 예배'에 참석했다. 억새풀과 거친 돌로 가득했던 생명안전공원 부지 옆 공간은 공사장으로 변해 있었다. 공원 옆에 들어설 안산산업역사박물관이 최근 착공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높게 솟은 펜스를 바라보며 생명안전공원도 예정대로 설립될 수 있기를 기도했다.

미지 아빠는 1반 엄마·아빠들을 대신해 가족들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이후, 그동안 자세히 알지 못한 딸의 이야기를 생존 학생들에게 전해 들었다고 했다.

"미지는 처음에 살아서 선상까지 나왔어요. 친구들이 모두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다시 내려가 친구들을 올려 줬어요. 마지막으로 나온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우리 반에 생존자가 많은 건 반장이 선장 역할을 해서 그래요.' 그 말을 들었을 때 가슴이 너무 아팠어요.

미지는 평소 오지랖이 넓었어요.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이었어요. 친구들이 싸우면 데려다 놓고 화해를 시키기도 했어요. 이런 이야기를 미지 친구들이 전해 줘서 알 수 있었어요. 그전까지는 저처럼 평범하게 지내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아이가 고집이 있고 추진력도 있고 리더십이 있더군요.

집에서 한 가닥 희망을 거는 아이였어요. '우리 집에 특별한 아이가 나왔구나' 하는 생각에 굉장히 자랑스럽게 길렀는데, 이렇게 짧게 갈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조금 아쉬운 게 있다면, 미지가 살았을 때 해 달라는 걸 못 해 줬다는 거예요. 딸이 욕심이 많아 해 달라는 게 많았는데, 먹고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해 준 게 없거든요. 지금까지 그게 가슴에 한으로 남아 있어요."

미지 아빠는 올해는 꼭 세월호 참사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미지 아빠는 올해 꼭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얼마 전 새해를 맞아 미지를 보러 갔는데, 볼 낯이 없어 힘들었어요. 5년이나 지났는데 결과도 없고…. 해 줄 말이 없었어요. 올해는 꼭 진실이 규명되어 책임자를 처벌하고 엄마와 아빠들도 아이들을 가슴에 묻고, 이제 남은 자녀와 다른 사람 위해 살아야 하는데, 그게 너무 힘드네요"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미지를 포함해, 1반 희생자 17명 이름을 소리 내어 불렀다. 참사를 잊지 않고 아이들을 기억하겠다는 의식이다.

"엄마가 힘들다고 하면 해바라기 같은 웃음을 띠고 꼭 안아 주는 고.해.인.

아빠의 보배, 아빠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끝없는 잔소리꾼인 '꽁민지' 김.민.지.

초등학교 때 점토 교육 강사 자격증을 딸 정도로 손재주가 좋고 만들기를 좋아하는 김.민.희.

친구들의 고민 해결사, '오케이 걸' 김.수.경.

친구들에게 인기가 좋아 별명도 많은 '학다리' '초코' '디오' 김.수.진.

혼자서 일을 척척 해결하는 당찬 막내, 아픈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해 간호사를 꿈꾸는 김.영.경.

선일중학교 걸그룹으로 불렸고 함께 있으면 언제나 즐거운 김.예.은.

뭐든 스스로 알아서 잘하고 디자인을 배워 장롱을 디자인해서 엄마에게 선물하겠다고 한 김.주.아.

엄마와 쫑알쫑알 수다 떨거나 만화 콘티 짜는 것을 좋아하는 김.현.정.

우리 집안의 보물, 늘 자랑하고 싶은 딸 문.지.성.

언제나 전교 1등, 사회의 잘못을 가려내고 약자들을 보호하는 판사를 꿈꾸는 박.성.빈.

글씨를 예쁘게 쓰고, 편지 쓰는 것을 좋아하는 '단원고 이나영', '우쏘' 우.소.영.

국제 구호 활동 의사가 되고 싶은 '우리 예쁜이', '미지의 세계' 유.미.지.

예쁜 펜을 좋아하고 뭐든 열심히 하는 노력파, 국어 선생님을 꿈꾸는 이.수.연.

손가락이 예뻐서 손톱 가꾸기를 좋아하고 고생스러운 일도 마다하지 않고 맡은 일을 책임감 있게 하는 이.연.화.

엄마랑 언니와 다정한 삼총사로 지내고 유치원 선생님이 꿈인 정.가.현.

언제나 엄마 편이고 하루 종일 있었던 일을 엄마한테 조잘조잘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조.은.화.

에너지가 넘쳐 늘 창의적인 생각을 했고, 아버지께 물려받은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며 카메라감독을 꿈꾸는 한.고.은."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기독교인들은 올해도 생명안전공원 건립과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을 위해 매달 예배할 계획이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참가자들은 함께 누가복음 2장 25-35절을 읽었다. 시므온이 아기 예수를 보고 마리아에게 예언을 전하는 장면이다.

"이 아기는 많은 사람들의 반대를 받는 표적이 되어 당신의 마음은 예리한 칼에 찔리듯 아플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반대자들의 숨은 생각을 드러나게 할 것입니다(눅 2:34-35)."

세월호 희생자 임요한 군의 엄마 김금자 씨가 느낀 점을 나눴다.

"세월호 참사는 아무것도 모르고 앞만 보고 살아간 우리가 눈을 뜨고 생각을 열고 좌우를 볼 수 있게 한 사건이에요. 예수님의 십자가가 우리 죄를 사한 것처럼, 아이들의 희생이 우리 사회 잘못을 드러내고 고쳐 줬으면 좋겠어요. 엄마·아빠는 아이들이 겪은 일이 마지막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기도하며 싸우고 있어요. 이 아픔이 더 이상 다른 이에게 전가되지 않고, 진실이 꼭 밝혀지기를 바랍니다."

새길기독사회문화원 정경일 원장은 진상 규명이 필요한 이유를 알리기 위해 세월호를 둘러싼 의혹을 정리했다. △이명박 정부가 노후 선박인 세월호를 도입했고 △박근혜 정부가 선반 안전 관련 규제를 완화했으며 △선내 노트북에서 '국정원 지적 사항'이라는 문서가 나오고 △교육부가 수학여행 시 해상 교통수단 이용을 권유했다. 참석자들은 "세월호에 아이들을 태운 이명박·박근혜·국정원·교육부를 수사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올해에도 세월호 가족들은 진상 규명을 위한 여러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청와대 앞에서는 가족들과 시민들이 매일 돌아가며 피켓 시위를 벌이고, 매달 한 번 광화문광장에서는 교회와 기독 단체가 함께 기도회를 열 예정이다. 1월 기도회는 성문밖교회(김희룡 목사) 주관으로 17일 저녁 7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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