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여운송 기자] 21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정의당이 6월 14일 모든 원내 정당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국가인권위원회(최영애 위원장)도 보수 개신교를 대표하는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공동대표회장 김태영·류정호·문수석)과 만나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의견을 듣는 등 군불을 지피고 있다.

하지만 보수 개신교계는 '차별 금지에 찬성하지만 동성애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들의 강경한 반대는 '성경이 동성애를 반대하고 있다'는 뿌리 깊은 확신에 근거한다. 몇몇 성경 구절에 대한 해석이 사회적 차별을 조장하게 하는 셈이다.

평화교회연구소(황인근 소장)는 6월 15일, '교회 - 차별 = ?'이라는 제목으로 안전한 교회를 위한 신학 특강을 열었다. 1강 '성서는 정말 성소수자를 차별하라 했는가'는 성경을 근거로 한 성소수자 차별이 정당한지 짚는 시간이었다. 올해 초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NICS)를 펴내 '동성애 = 죄'라는 등식이 성경 오독의 결과라고 지적한 김근주 교수(기독연구원느헤미야)가 강사로 섰다.

김 교수는 반동성애 진영이 성소수자 차별 근거로 드는 구절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살피고, 교회가 성소수자를 향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이야기했다. 강의가 진행된 서울 서대문구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소 이제홀에는 사전 신청한 15명이 자리했다.

평화교회연구소(황인근 소장)는 6월 15일 김근주 교수(기독연구원느헤미야)를 초청해 '성서는 정말 성소수자를 차별하라 했는가'를 주제로 '안전한 교회를 위한 신학 특강' 제 1강을 열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평화교회연구소(황인근 소장)는 6월 15일 김근주 교수(기독연구원느헤미야)를 초청해 '성서는 정말 성소수자를 차별하라 했는가'를 주제로 '안전한 교회를 위한 신학 특강' 제1강을 열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권력관계서 일어나는 약자 유린이 문제
동성애든 이성애든 같은 기준 적용해야"

김근주 교수는 성경이 규탄하는 죄는 근본적으로 '관계의 파괴'라고 했다. 그는 "권력관계 안에서 일어나는 약자에 대한 유린이 문제다. 사회 안에 가득한 성차별 구조, 다수가 소수를 모욕하고 반대하는 것이 문제다. 서로 사랑하는 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가 함께하고자 할 때 두 사람이 대체 무슨 관계를 파괴하는가. 지금 우리가 만나는 동성애자들은 단지 이성애자들처럼 소박하게 서로 사랑하고 데이트하며 함께 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등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과 폭력을 보면, 역설적으로 레즈비언 관계가 가장 안전한 관계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동성애가 아니라, 자신의 성적 만족을 위해 상대를 유린하고 대상화하는 폭력이 문제다. 이성애도 마찬가지"라며 "관계의 파괴에 초점을 맞추고, 이성애든 동성애든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대 텍스트 성경에 곧바로 현대적 개념을 적용할 때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성경에서는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지동설 개념을 찾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현대에 통용되는 동성애 개념도 나오지 않는다. 김근주 교수는 성경에는 '동성 간 성관계'에 대한 언급만 있을 뿐이라며 "동성애 개념은 19세기에야 비로소 명명된 것이다. 신구약 성경이 쓰인 수천 년 전 사람들에게 현대의 동성애 개념이 있을 리 없다. 바울은 지동설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오늘날 우주가 3층으로 나뉘어 있다고 믿는 사람이 누가 있나. 그 어떤 성경 저자도 동성애를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신구약 성경으로 동성애 문제에 접근하려면 "성경이 낯선 이웃에 대해 뭐라 하는지, 우리 시대 낯선 이웃인 성소수자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자에 국한해서 성경 속 동성 간 성관계에 대한 이야기와 오늘날 동성애 문제를 같은 선상에서 논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고 부당하다고 했다.

김근주 교수는 죄는 근본적으로 '관계의 파괴'라며 동성애·이성애 구분 없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김근주 교수는 죄는 근본적으로 '관계의 파괴'라며 동성애·이성애 구분 없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소돔 이야기 '나그네 환대' 문제로 봐야
롬 1장도 동성애 아닌 무절제한 욕망 규탄
교회 성경 해석, 시대·문화 따라 달라져"

김근주 교수는 반동성애 진영이 무기로 삼는 결정적 성경 구절들(창세기 19장, 사사기 19장, 레위기 18·20장, 로마서 1장)을 하나하나 설명하며, 이 본문들을 정죄의 도구로 사용하는 일이 얼마나 부당한지 논증했다.

김 교수는 창세기 19장 소돔 이야기와 사사기 19장 기브아 사람 이야기 핵심이 '나그네 환대'라고 말했다. 롯도 소돔 사람이 아니고, 기브아 사람도 에브라임에서 왔다는 점에서 '나그네였던 사람이 나그네를 환대하는' 이야기다. 그는 "구약 전반에 걸쳐 도시가 나그네를 짓밟고 위협하는 일이 일어난다. 성경은 나그네였음을 기억하는 이들이 나그네를 환대하는 이야기를 통해 '환대'가 얼마나 본질적 가치인지 말한다"고 했다. "예언서와 복음서도 소돔을 다룬다. 예언자들은 단 한 번도 소돔을 동성 성행위와 연관 지은 적 없다. 쟁점은 '정의'였다. 복음서를 봐도 예수님에게 소돔은 동성애와 관련 없는 환대의 키워드"라고 말했다.

레위기 18장·20장에 나오는 '금지된 성관계 규례' 핵심은 '스스로 구별해서 거룩하게 사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근주 교수는 "레위기 당시에는 '경계의 침범'을 죄라 생각했다. 무엇을 구별하느냐 문제는 시대마다 달라진다. 레위기는 동성 간 성행위와 함께 '두 자매를 동시에 아내로 취하는 일'을 심각하게 비판한다. 그런데 야곱은 레아와 라헬을 아내로 맞지 않았나. 레위기가 심각하게 취급하는 죄가 야곱에게는 전혀 문제 되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같은 성경 안에도 다른 내용이 있다. 글자만으로 죄에 대한 하나님 뜻을 논하는 건 부당하다. 레위기를 살아 있는 말씀으로 대하려면,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경계의 침범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마서 1장에 등장하는 '순리를 역리로 바꿨다'는 이야기도 동성애를 특정해 비판하는 데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로마서 1장의 쟁점은 동성애가 아니다. 욕망 충족을 위해 무엇이든 하는 무절제에 대한 규탄이다. 고린도전서 11장에서 바울은 남자와 여자의 머리 길이를 두고 '본성'이라 말한다. 결혼 문제를 다룰 때 단지 자기 생각일 뿐이라며 한발 물러서는 바울이, 머리 길이 문제는 창조질서까지 운운하며 하나님의 교회에 결코 그런 법이 없다고 강경하게 이야기한다. 여기서 말하는 '본성'이 바로 로마서 1장의 '순리'와 똑같은 단어"라고 말했다. 바울이 말하는 '순리'는 다분히 시대적·문화적 용어라는 의미다.

김 교수는 성경 해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라고 말했다. 한 원칙을 특정 본문에 적용하면, 이를 다른 본문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일관성 없이 말씀을 해석하면 아전인수가 된다. 고린도전서 11장 등 바울이 아주 심각하게 하는 말은 무시하면서 다른 본문은 왜 그만큼 자유를 발휘하지 못하는가. 교회는 성경 해석이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신구약 성경이 하나님 말씀이라는 사실을 굳게 믿지만, 그것이 본문을 해석하고 궁리하는 우리 노력을 절대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근주 교수는 반동성애 진영이 내세우는 성경 본문 해석의 부당함을 일일이 지적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김근주 교수는 반동성애 진영이 내세우는 성경 본문 해석의 부당함을 일일이 지적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노예·흑인·여성 차별 정당화하던 교회,
시대 변화에 따라 성경 읽는 눈 바꿔
이성애자와 동성애자 함께 예배할 때
진정한 하나님나라 도래 볼 것"

김근주 교수는 낯선 이들을 받아들이는 성경의 모범으로 사도행전 15장 예루살렘 공의회를 언급했다. 예루살렘성전 붕괴 후 그리스도인들이 사방에 흩어져 전도하는데, 수많은 이방인이 하나님께 돌아왔다. 선교 현장과 연관해서 많은 논쟁이 벌어졌지만, 결론은 이방인을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그는 "구약성경에 지키라는 율법이 얼마나 많은가. 그 모든 것은 하나님 말씀이다. 그런데 이를 이방인에게는 하나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이방인은 성회에 들어오지 못한다는 말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 안에 깃든 참뜻을 깨달은 것이다. 바울을 보라. 이방인들이 다 듣고 있는데도 '하나님을 모르는 이방인처럼 살지 말라' 하지 않는가. 이방인이 혈통적·민족적 개념이 아니라 하나님을 믿지 않는 이를 말하는 개념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가 시대를 거치며 낯선 이들을 통해 성경 읽는 눈이 바뀌는 패러다임 전환을 겪었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과거 노예·흑인·여성 차별을 정당화했던 성경 해석은 바뀌었고, 지금도 바뀌고 있다. 김 교수는 "낯선 존재들의 등장이 어제까지 보던 성경을 다시 보게 만들고, 그것이 삶을 바꾼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정반대 일을 하고 있다. 본문을 붙들고 낯선 존재들을 지운다. 사도행전 15장에서 낯선 이방인들을 받아들이기로 한 어마어마한 결정을 거꾸로 뒤집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낯선 이와 어우러진 공동체 모습은 마지막 날 도래할 하나님나라와 관계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바울은 자신이 종말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확신했다. 로마서 15장은 '마지막 날에 열방이 여호와를 예배하고 주의 이름을 의지하리라'는 구약 예언서의 소망으로 가득 차 있다. 김 교수는 "상상해 보라. 바울이 선교 사역을 하는 곳마다 이방인들이 돌아왔다. 절대 섞일 수 없으리라고 생각했던 유대인과 이방인이 함께 어우러져 예배하는 모습을 보며 바울은 하나님나라 도래가 멀지 않았다고 확신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교회는 마지막 때를 언급하며 '세상이 갈수록 악해진다', '죄악이 창궐한다'고 하지만, 정작 바울은 공동체 화합과 어우러짐에서 종말을 봤다. 오늘날이라면 동성애자와 이성애자가 함께 모여 예수 그리스도를 함께 찬양하는 모습을 그려 볼 수 있겠다. 그것이 종말의 신호이자 하나님 영광이 다가오는 날이 아닐까. 한국 사람과 난민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모여 찬양하는 일이 온다면 진정 하나님나라가 가까이 옴을 보는 것 아니겠나."

​​​​​​김근주 교수는 도저히 함께할 수 없을 것 같던 이들이 함께 어우러져 하나님을 찬양할 때 진정 하나님나라가 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김근주 교수는 도저히 함께할 수 없을 것 같던 이들이 함께 어우러져 하나님을 찬양할 때 진정 하나님나라가 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김근주 교수는 한국교회의 성소수자 차별에 대해 낙관하지는 않았다. 그는 "교회는 결국 스스로 지동설을 받아들이지는 못했다. 과학의 변화와 더불어 바뀌었다. 교회는 최후의 순간까지 압도적 다수가 반동성애일 것이다. 결국 의학의 발전이 교회의 오류를 증명하고 교회가 안 따라갈 수 없게 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참석자들에게 자신이 처한 곳곳에서 소수자들에 대한 감수성을 갖고 생활하기를 당부했다. 김 교수는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대로 대접하라'는 예수님 말씀만 기억해도 굳이 동성애를 비롯한 소수자들에 대한 찬반을 논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 내 여러 차별 문제를 성찰하고자 평화교회연구소가 주관한 특강 '교회 - 차별 = ?'은 3강까지 준비돼 있다. 6월 22일에는 박온슬 활동가(나야장애인권교육센터)가 '교회 앞에 선 장애'를 주제로 장애인 차별 문제를 짚고, 29일에는 유연희 교수(감신대 외래)가 '구약성서 새로운 가족을 말하다'를 주제로 '정상가족' 범주에서 벗어난 이들을 향한 차별 문제를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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