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유·공유재산, 국가·지자체 매개로
모두가 누리는 것

땅의 소유자가 국가이든 지방자치단체이든, 아니면 공법인이든, 그 땅은 소유자를 매개로 구성원들이 누려야 할 재산이다. 이러한 땅은 대체로 지상 또는 지표면에 가까운 지하 부분만 사용된다. 지하 깊은 곳이 사용되지 않더라도 그곳을 누군가에게 함부로 사용하도록 할 수는 없다. 특히 영구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앞으로 그 재산이 어떻게 사용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공공 계획이나 도시계획 등을 추진할 때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공유재산은 사용 및 이용에 지장이 없고 대통령령으로 정한 경우에만 영구 시설물을 축조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령이 정한 경우는 영구 시설물 준공과 동시에 그 시설물을 지자체에 기부하는 조건으로 축조하거나 지자체의 현재 또는 장래 공유재산 사용 및 이용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공유재산의 공중·지상·지하에 공작물을 설치하는 등 매우 제한적이다.

공유재산 가운데 도로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도로 지하를 점용하는 것은 '통상 공공을 위한 지하철과의 연결 통로, 지하상가나 공공 매설물 등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이며, 사인이 전용하는 영구 시설물을 설치하도록 하지 않는다. 하물며 '영구 시설물로서 도로의 일부분만을 점용하는 것이 아니고 도로의 한 블록 전체를 점유'하고, '건축 규모도 지상 12층, 지하 7층의 대형 건축물'을 짓는 것은 '향후 도시 사업 계획 등 국가 및 시·구 공공사업 시행 시 변경에 따른 원상 복구가 불가능'해질 수 있으므로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사랑의교회가 2010년 도로점용 허가 신청을 했을 때, 서초구 도로관리과에서 작성한 내부 검토 보고서 내용이다.

사랑의교회가 10월 17일 대법원의 도로점용 허가 처분 취소 판결로, 예배당 지하 일부분을 원상회복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참나리길과 사랑의교회,
2009년 6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사랑의교회가 2009년 6월 교회 건물을 신축하면서, 서초구 소유인 도로(참나리길) 한 블록을 지하 주차장 진입 통로와 예배당 시설(대성전)의 일부로 사용할 목적으로, 서초구청장에게 '참나리길 지하 부분에 대한 도로점용 허가'를 신청했다. 서초구청장은 이에 신축 교회 건물의 일정 부분을 어린이집으로 기부 채납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부관을 붙여 2010년 4월 9일부터 2019년 12월 31일까지 도로점용 허가 처분을 했고, 사랑의교회는 이 허가를 근거로 도로 지하에 지하 8층까지 필요한 시설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서초구 주민 293명이 서울특별시장에게 이와 같은 도로점용 허가 처분에 대한 시정 조치를 요구하는 감사 청구를 했고, 서울시장은 2012년 6월 서초구청장에 대해 2개월 이내에 이 도로점용 허가 처분을 시정하라는 조치 요구를 했으나 서초구청장은 따르지 않았다.

2012년 8월 지방자치법 제17조 제1항의 '재산의 취득·관리·처분에 관한 사항'에 관한 감사 청구를 한 서초구 주민들은, 서울특별시장의 이행 조치에 불복하는 서초구청장을 대상으로 '감사 청구한 사항과 관련이 있는 위법한 행위'에 대한 주민 소송을 청구했다. 이 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은, 서초구청장의 도로점용 허가 처분이 주민 소송 대상이 되는 '재산의 취득·관리·처분에 관한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소를 각하했으나 대법원은 달리 판단했다(2016. 5. 27.). 즉, 도로점용 허가 처분은 실질적으로 도로 지하 부분의 사용가치를 제3자가 활용하도록 하는 임대 유사한 행위로, 지자체 재산인 도로부지의 재산적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재산의 관리·처분에 관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한 것이다.

그렇게 다시 이뤄진 재판에서 서울행정법원은 도로점용 허가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서울고등법원은 구 공유재산법을 적용해 동법 시행령의 점용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도로점용 허가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2019년 10월 17일 서울특별시 서초구청장이 사랑의교회에게 참나리길 지하 공간에 대해 도로점용 허가 처분을 할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므로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이 처분의 위법성을 판단하는 데에 구 공유재산법이 아니라 도로법이 적용된다고 했지만, 서초구청장의 처분이 위법해 취소한다는 결론은 바꾸지 않았다. 결코 짧지 않은 소송은 이렇게 끝났다.

판결에 따라 도로점용 허가 처분이 취소되었으므로 서초구청장은 도로 지하 공간을 불법점유하는 사랑의교회 건축물 부분에 대해 원상회복을 위한 철거 명령을 하고, 사랑의교회가 이행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법에 따라 대집행을 하게 될 것이다. 서초구가 교회 건물 일부를 직접 철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부당 이득금을 거두면서 차일피일 미룰지도 모를 일이다. 종교 단체 건물이기도 하고, 이 교회가 정치적 영향력까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언젠가는 철거해야 할 부분이다.

종교의자유와 국가의 법

신자에게 종교는 모든 삶의 내용과 방향을 결정한다. 특히 자신이 믿는 신이 세상의 창조주이며 주인이고 모든 것을 관장한다고 믿으면, 그동안 삶을 구속했던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는 해방을 체험하기도 한다. 절대적 자유에 사로잡힐 때 자유인으로 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도 수많은 사람이 사는 세상의 한 부분일 뿐, 그들의 뜻에 따라 세상이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가지는 재산도, 행동의 내용이나 방식도 우리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 만든 규범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종교 단체가 가지는 재산권도 실상은 세속의 법에 따른 것이다. 재산을 권리로 인정하는 세속의 법이 아니라면 아무리 신통한 종교 단체라도 재산이 온전할 수 없는 것이다. 세속의 법을 따르지 않는 것이 종교의자유 이름으로 주장될 수는 없다. 이 정도 사안에서 주장하기에는 종교의자유는 너무나 거룩한 것이다.

사랑의교회는 적지 않은 교인과 재산을 가지는 한국의 대표적 교회 가운데 하나다. 한국 자본주의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강남에 있고, 권력을 가진 내로라하는 교인이 많다. 교회가 재산을 이용해 교인들과 누군가에게 소용이 될 사업을 하는 것은 자신의 몫이다. 다른 소유자 재산을 빌려 건물을 짓고 사용하는 것도 재산에 관한 규범에 따라야 한다. 언급할 필요조차 없는 당연한 말이다. 앞서 설명한 대법원 판결은 서초구 재산인 참나리길 지하 부분을 사랑의교회가 차지해 사용하는 것이 법령에 위반되어 잘못이니 서초구청장의 처분을 취소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함부로 도로를, 또는 공유재산을 독차지해 사용하는 일을 허가하면, 이와 유사한 사례가 쏟아져 들어와 점용 허가 신청을 감당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바탕을 이룬다.

종교의 권력화 경계해야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지만, 사랑의교회 도로점용 허가는 권력화한 종교의 모습을 보여 준다. 명백한 법 해석과 내부 검토 보고서, 서울시장의 허가 처분 취소 조치 요구 등에도 서초구청장은 이를 강행했다. 법원도 동조했다. 대법원에서 파기·환송하지 않았으면, 뻔한 위법행위를 어찌 못 하고 지켜볼 뻔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권력을 가진 이들이 어떠한 행태를 보였는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사랑의교회 준공 후 2019년 6월 헌당 예배에서는 서초구청장이 교회에 대해 도로점용 허가를 계속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공권력까지 교회에 우호적이다. 자신의 권한과 지위를 이용해 선한 일을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세상의 평가는 다르다. 종교의 뜻을 세상에 펼치는 것은 좋은 일이나, 우리 헌법이 택하는 정교분리 원칙에는 종교마다 가지는 뜻으로 인한 충돌과 갈등을 예방하고자 하는 지혜가 담겼다. 종교와 권력의 결합은 비극적 결과를 초래한다는 게 역사가 가르치는 바이다. 적어도 그 선은 지켜야 한다. 공직자들도 당연히 헌법과 법률을 제대로 지켜야 한다. 법원 판결이 이렇게 나온 것도 천만다행이다.

사랑의교회가 사용하고 있는 참나리길 지하 부분은 강단 일부와 성가대석, 강사 대기실, 방재실 등으로 쓰인다. 사진은 올해 3월 30일 열린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 위임 및 재헌신 감사 예배. 뉴스앤조이 최승현

영적 공공재?
동네 가게의 공공성은?

사랑의교회는 건축물과 시설이 공적 목적을 가지고 제공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렇다고 그것이 주변 도로 지하를 점용하는 것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어떤 땅을 가진 사람도 돈만 있으면 바로 옆의 빈 땅까지 차지해 넓게 이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하물며 금싸라기 같은 서초구 땅이라고 한다면 어떻겠는가. 교회 건물 짓는다고 주변 도로까지 사용할 수 있다면, 이제 도로 주변에 있는 건물 주인들이 자신의 건물이 가지는 공공성을 내세워 도로 밑을 파고들 것이다.

생각해 보자. 동네 사람들에게 생활필수품을 공급해 주는 가게도 얼마나 공공에 이익을 주는가? 이 값에 이 정도 행복감을 주는 물건이 주변에 얼마나 많은가? 대부분의 기업도 세상을 이롭게 한다. '영적 공공재'를 제공하는 교회만이 하는 일은 아니다. 그래서 가게와 기업이 주변 공유재산이나 도로 지하 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정당화될 수 있다는 말일까. 차이가 있다면, 어떤 곳은 그렇게 할 힘이 있고, 다른 이들은 그럴 힘이 없다는 것 아닐까.

세상의 빛과 소금 되는
교회이길

영화 '밀양'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자기 아들이 살해당한 뒤 극심한 고통을 겪다가 하느님을 의지하게 된 주인공이 범인을 면회하러 갔을 때 범인은 말한다. 이미 자신은 하느님의 용서를 받았다고. '내가 용서를 안 했는데, 하느님이 뭔데 용서를 해….' 주인공은 혼란에 빠진다. '너희들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는 말이 '너희들이 세상의 빛이고 소금이라'는 뜻은 아니다.

사랑의교회에서 제작한 동영상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땅을 사게 한 이도 하느님이시요, 건축을 하게 한 이도 하느님이시다.' 세상의 모든 일이 하느님 섭리 안에 있다면, 하늘에 닿을 탑을 쌓지 못하게 하신 이도 하느님이시듯이, 판결로 그런 건축은 하지 못하도록 한 것도 하느님 아니신가.

송기춘 /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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