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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대 성폭력 교수 사직 청원에 목사·학생 반발
"가해자 사직 수용은 성폭력 덮는 행위"…노회에 정의로운 판단 촉구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9.03.08 18:04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한신대 박 교수의 사직 청원을 규탄하고 노회의 정의로운 판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3월 8일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본부 앞에서 열렸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김충섭 총회장) 구성원들이 한신대학교(연규홍 총장) 신학과 박 아무개 교수의 면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 교수는 제자였던 신학대학원 학생에게 성폭력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고 현재 보직에서 물러난 상태다. 박 교수의 1차 소속 기관 한신대는 매뉴얼에 따라 성윤리위원회를 구성해 그의 징계를 논의하고 있다.

박 교수는 신학대 교수이지만 목사이기도 하다. 기장 전북노회(진재성 노회장) 소속 박 교수는 이미 노회에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징계 절차를 밟기 전에 스스로 그만두겠다고 요청하는 일은, 교회 성폭력 사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기장 구성원들은 3월 8일 총회 본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북노회가 박 교수의 사직 청원을 그대로 처리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들은 3월 11~12일 열리는 정기노회에서 박 교수 사직서를 받아 준다면 성폭력 가해자를 옹호하고 피해자에게 또 다른 피해를 입히는 것이라며 노회에 정의로운 결정을 촉구했다.

한신대 신대원 학생회 장동원 사회부장은 박 교수는 사직이 아니라 파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성폭력 가해자 박 교수가 자신의 생사 여탈권을 스스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법과 절차에 의해 합당한 징계를 받아야 한다. 전북노회는 재판국을 구성해 정의롭게 판결하라. 우리의 신학생들이 불의에 의해 찢기지 않게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기장 생명선교연대 성정의위원장 전성표 목사는 성폭력 가해 목사를 제대로 징계하지 않는 것은 남성 목사들의 카르텔 때문이라고 했다. 전 목사는 "몇 년 전 내가 속했던 노회에서도 성폭력 가해 목사를 제대로 치리하지 않고 사직으로 끝낸 일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 입장을 생각하는 목사는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그 배후에는 목회자들의 온정주의·인정주의가 있었다. 그냥 넘어가면 가해자는 언젠가 다시 돌아올 것이다. 제대로 된 치리는 물론 잘못된 인식을 반성하고 없애기 위해 함께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이은재 상임연구원은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발생했던 ㅅ교수 사건을 언급하며 학교와 노회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청했다. 이 상임연구원은 "가해자의 자진 사임을 종용하는 것과 가해자가 자진 사임하는 것은 사건을 조용히 덮으려는 행위다. 가해자는 분명한 처벌을 받아야 하고 학교 안에서 공식적으로 재발 방지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주관한 기장 소속 18개 단체와 5개 연대 단체는 "사직은 성폭력을 해결하는 방식이 아니다"며 전북노회의 정의로운 판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단체들은 "노회와 학교는 사직 수리로 범죄에 동조하지 말고, 박 교수에 대한 징계와 치리 절차를 제대로 밟아 가길 바란다"고 했다.

기장 구성원들이 기자회견까지 열어 노회의 정의로운 판단을 요청하는 것은, 올해 2월 서울동노회 재판국이 성폭력 목사에게 '정직' 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다. 다행히 노회원들이 재판국 판결을 받지 않기로 했지만, 이 사건은 동료 목회자를 향한 온정주의가 어떻게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고 피해자에게는 또 다른 고통을 안기는지 보여 줬다.

기장 총회 관계자는 서울동노회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회와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3월 8일 기자와의 대화에서 "총회 성폭력대책위원회가 노회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노회 임원회와 협력해 앞으로 절차를 진행하려고 한다. 다만 지금 상황에서는 총회가 노회에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노회가 절차를 이행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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