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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거부 인정, 특정 종교·교리 보호 아냐"
최영애 인권위원장, '양심적 병역거부' 용어 변경에 우려
  • 장명성 기자 (dpxadonai@newsnjoy.or.kr)
  • 승인 2019.01.10 11:05

[뉴스앤조이-장명성 기자] 국방부가 1월 4일부터 '양심적 병역거부' 대신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거부'라는 용어를 쓰기로 한 데 대해, 국가인권위원회 최영애 위원장이 이 같은 명칭 변경에 우려를 표하는 성명을 1월 9일 발표했다.

지난해 6월,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대체복무제를 마련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이어 대법원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첫 무죄를 선고했다. 헌재 판결 이후 국방부는 대체복무제 도입에 박차를 가했고, 지난해 12월 36개월의 복무 기간 동안 교정 시설 업무를 수행하는 대체복무제안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라는 용어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일부에서 '군대에 다녀온 사람들은 비양심이냐'는 주장을 계속하자 국방부는 4일 "용어를 둘러싼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고 국민적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앞으로 '양심', '신념', '양심적'과 같은 용어는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병역거부 논의에서 사용되는 '양심'이라는 단어는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양심'과 다른 법률적 의미를 지닌다. 헌재·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종교적·윤리적·철학적 또는 이와 유사한 동기로부터 형성된 양심상의 결정을 이유로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행위'로 규정했다.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이라는 의미의 양심과는 뜻이 다르다.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이러한 용어 변경이 대체복무제에 관한 국제 인권 기준과 헌재의 결정 및 대법원 판결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병역 거부 행위가 개인이 가진 양심의 보호와 실현이 아닌 종교적 신념과 가치에 따른 행위로만 보일 소지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일은 단순히 특정 종교나 교리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최 위원장은 "특정 종교를 이유로 하지 않고 다른 신념을 따라 병역을 거부한 사람이 2000년 이후 80여 명에 이른다는 사실은 병역거부가 단순히 종교적 신념만을 이유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 준다"고 했다.

최영애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국방부의 대체복무제안이 징벌적이고 차별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인권의 다양성 원칙을 바탕으로 한 양심의자유는, 국내외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되는 대체복무제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이를 염두에 두고 이후 논의 과정에서 바람직한 대체복무제가 도입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아래는 성명 전문.

국방부의 대체복무제 용어 변경에 대한 국가인권위원장 성명

지난 4일 국방부는 대체복무제 용어를 둘러싼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고 국민적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앞으로 '양심', '신념', '양심적' 등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거부'로 용어를 통일하여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였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양심적 병역거부' 대신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거부'라는 용어를 사용하겠다는 국방부의 입장이 대체복무제에 관한 국제 인권 기준과 헌법재판소 결정 및 대법원 판결 취지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병역거부 행위가 개인이 가진 양심의 보호와 실현이 아닌 종교적 신념과 가치에 따른 행위로 비춰질 소지가 있다는 점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합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유엔 인권위원회와 자유권규약위원회 등 국제사회는 병역거부를 세계인권선언과 자유권 규약이 규정하는 사상·양심 및 종교의자유의 권리에 근거한 권리로 인정하면서 '양심적 병역거부'(Conscientious objection)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엔 인권위원회는 1989년 결의 제59조에서 병역거부를 "사상·양심 및 종교의 자유에 대한 정당한 권리의 실행으로서 병역에 대한 양심적 거부를 할 수 있는 모든 이의 권리"로 명시했으며, 1998년 결의 제77조에서는 대체복무제 도입을 권고하면서 병역거부권이 종교적, 도덕적, 윤리적, 인도주의적 또는 이와 유사한 동기에서 발생하는 심오한 신념 또는 양심에서 유래하는 것임을 밝히며 '양심적 병역거부'를 다루었습니다.

지난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병역거부에 대해 "병역의무가 인정되는 징병제 국가에서 종교적·윤리적·철학적 또는 이와 유사한 동기로부터 형성된 양심상의 결정을 이유로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행위"로 '양심'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인류의 평화적 공존에 대한 간절한 희망과 결단을 기반으로 하며, 인류의 보편적 이상과 연계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것은 단순히 특정 종교나 교리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며, 인류 공통의 염원인 평화를 수호하기 위하여 무기를 들 수 없다는 양심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특정 종교를 이유로 하지 않고 기타 신념에 따라 병역거부를 한 사람이 2000년 이후 80여 명에 이르는 점은 병역거부가 단순히 종교적 신념만을 이유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 줍니다.

인권의 다양성 원칙을 바탕으로 한 양심의자유는 국내외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되는 대체복무제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입니다. 이를 염두에 두어 향후 논의 과정에서 바람직한 대체복무제가 도입될 수 있도록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논의가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2019. 1. 9.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최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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