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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게스의 반지'와 명성교회 세습
권력의 밀실화가 불러온 타락…세습 문제 극복하려면
  • 장준식 (newsnjoy@newsnjoy.or.kr)
  • 승인 2017.11.08 15:53

플라톤의 <국가>에서, 글라우콘은 자신의 주장을 설명하기 위해 '기게스의 반지'를 예로 든다. 기게스는 원래 왕의 양을 돌보던 양치기였다. 그는 평소처럼 들판에서 양을 치고 있었는데, 갑자기 폭풍이 몰아치고 지진이 일어났다.

갑작스러운 자연재해로 기게스는 정신을 잃었다 깨어나는데, 그의 눈앞에 놀라운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지진으로 갈라진 땅 사이 틈에서 동굴의 모습이 드러난 것이다. 들어가 보니 송장 한 구가 있었는데, 그 송장의 손에 금반지가 끼어져 있었다. 기게스는 송장의 손가락에 있던 반지를 빼 밖으로 나온다. 그는 놀라운 사실 하나를 발견하는데, 그 반지를 끼면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들으면, '어디서 많이 보던 장면인데…' 하며 기억을 더듬어 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 이것은 톨킨의 <반지의 제왕> 이야기와 비슷하다. 실제로 톨킨은 기게스의 반지를 모티브로 이 소설을 썼다.

<반지의 제왕>에서 보듯, 손가락에 끼면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는 '절대 반지'를 낀 이들은 모두 절대 권력에 취해 추악한 모습으로 변한다. 대표적 인물이 '골룸'이다. 골룸의 외모는 추악의 극치를 보여 주고 있는데, 이는 절대 반지의 유혹이 가져다주는 결과를 형상화한 것이다.

기게스의 반지 이야기로 되돌아가서, 기게스는 반지의 비밀을 안 뒤, 추악한 일을 벌인다. 기게스는 반지를 끼고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왕궁에 들어가, 왕비와 간통을 저지르고 자기 주인인 왕을 살해하고 권력을 찬탈한다. 일화를 통해 글라우콘은 '제한되지 않은 힘'과 보이지 않는 존재를 연결해, 제한되지 않은 비밀스러운 힘을 얻은 사람은 아무리 정의롭다고 해도 결국 부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 준다.

교회 세습 막기 위한 '반지원정대' 꾸려야

명성교회 세습 문제로 한국교회가 시끄럽다. 세습을 안 하겠다던 김삼환 원로목사 말과 달리 명성교회는 노골적으로 세습을 진행하고 있다. 그에 반발한 노회 목사들은 사회 법에 호소해서라도 명성교회 세습을 저지해 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자기 자신을 '머슴'이라고 칭하며 강단에서(하나님 앞에서), 덩실덩실 춤추던 순진하고 신실한 김삼환 목사는 왜 세습의 유혹을 벗어던지지 못하고 탐욕을 드러내게 됐을까. 한나 아렌트는 <전체주의의 기원>(한길사)에서 히틀러와 스탈린이 절대 권력을 가지게 된 이유를 밝힌다. 그 이유가 누구도 제지할 수 없었던 '비밀경찰'에 있다는 것이다.

'권력의 밀실화'는 반드시 타락으로 이어진다. 철학사를 통틀어, 모든 철학자가 경고하는 점이다. 그러나 우리가 알다시피 한국교회 구조에서 담임목사(당회장)는 권력의 밀실화를 조장하기 가장 좋은 환경에 있다. 더군다나 1970~1980년대 경제 발전(새마을운동)과 더불어 담임목사 카리스마에 의해 성장한 메가 처치의 담임목사는 그 손가락에 기게스의 반지를 끼어져 있다. 절대 권력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반지의 제왕>에서, 절대 반지의 위험성을 인지한 정의로운 사람들이 '반지원정대'를 결성해 절대 반지를 파괴하려고 모르도르의 산으로 향한다. 절대 반지의 달콤한 유혹을 맛본 골룸은, 반지를 다시 찾으려고 사력과 술수를 다해 반지원정대 뒤를 쫓는다. 반지를 몸에 품고 모르도르의 산으로 향하는 반지원정대의 프로도는 죽을 고비를 여러 차례 넘기며 결국 목적지에 도착한다.

그러나 마지막 장면은 추악하기 그지없다. 모르도르의 산 용암에 반지를 던지기만 하면 되는데, 그 일을 누구도 하지 못한다. 결정적 순간에 프로도는 반지를 손에 끼면서 자신의 탐욕을 드러낸다. 사력을 다해 프로도를 따라온 골룸은 추악한 풍채를 더 추악하게 드러내며 프로도에게서 반지를 빼앗으려고 거칠게 공격한다.

반지는 누구의 의지를 통해서가 아닌, 프로도와 골룸의 싸움 가운데 우연히(수동적으로) 용암 속으로 떨어진다. 더 이상 탐욕을 주체 못하게끔 추악하게 변한 골룸은 절대 반지를 끝까지 잡으려고 용암 속으로 반지와 함께 추락해 죽고 만다. 이때 골롬이 외친 마지막 한마디는 이것이다. "My precious!"

명성교회 재정장로의 자살 사건에서 그동안 명성교회 행정이 얼마나 밀실에서 이루어져 왔는지, 언론을 통해 우리는 보았다. 기게스의 반지 이야기에서 양을 치던 순진한 목동이 극단적 힘을 얻은 후 탐욕에 물들어 타락하는 것처럼, 자신을 머슴이라고 칭하며 순진하고 성실하게 목회하던 목회자의 탐욕과 타락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절대 반지를 손가락에 끼고 절대 권력의 맛을 본 사람은 결코 스스로 탐욕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김삼환 목사는 절대로 세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김삼환 목사에게 세습을 포기하라고 말하는 것은 골룸에게 절대 반지를 내놓으라는 것과 같다. 절대 반지를 빼앗으려 하면 할수록, 명성교회는 모든 영향력을 총동원해 온갖 술수로 그것을 지키려 할 것이다. "My precious!"를 절대 포기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외부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골룸이 절대 반지와 함께 용암 속으로 추락해 죽어 가는 것을 바라보듯, 절대 반지와 함께 추락하는 김삼환 목사와 명성교회를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밖에 없다.

반지원정대에서 유일하게 절대 반지의 유혹을 받지 않은 사람은 절대 반지와 철저하게 거리를 둔 '아라곤'밖에 없다. 아라곤이 영예롭게 왕으로 귀환해 모든 중간계 존재에게 존경받는 통치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다.

우리는 그동안 여러 교회의 세습과 더불어, 명성교회 세습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반지원정대를 꾸려야 한다. 절대 반지는 절대로 혼자서, 또는 몇몇이 처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서로 지혜와 힘을 모아 신학과 제도를 정비해 교회 내에서 담임목사를 포함해 누구에게도 절대 반지가 주어지지 않도록 교회를 개혁하고 또 개혁해야 한다.

아라곤처럼 애초부터 철저하게 절대 반지와 거리를 둬야 한다. 그럴 때에야 목회자와 신자, 교회는 이 세상에서 존경받는 '왕 같은 제사장'으로 다시 귀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기를 소망한다.

장준식 / 미국 북가주 세화교회 목사, 버클리연합신학대학원 박사과정(Ph.D)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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