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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교회 교인 "한국교회에 죄송하다"
[인터뷰] 수십 년 명성교회 다닌 A의 호소 "김삼환 목사, 원칙 지켜 달라"
  • 구권효 기자 (mastaqu@newsnjoy.or.kr)
  • 승인 2017.03.18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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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괴로운 걸 물어보네…."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명성교회 교인 A는 미간을 찌푸리고 팔짱을 꼈다. "만약 세습이 확정되면 어떻게 하실 건가"라는 질문에 그는 위와 같이 말하고 몇 초간 말을 잇지 못했다. "가나안 성도 마음이 이해가 간다." A는 말했다.

명성교회가 새노래명성교회와의 합병 및 김하나 목사 청빙을 결정하는 공동의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교인들에게 전해 듣는 교회 분위기는 가결·부결을 논할 수준이 아니다. 80%가 찬성할지 90%가 찬성할지의 문제다. 이후 새노래명성교회 공동의회 결의가 필요하다. 김하나 목사의 의지가 중요한 이유다.

운명의 공동의회를 이틀 앞둔 3월 17일, 서울 길동의 한 카페에서 A를 만났다. A는 명성교회를 수십 년간 성실히 다닌 인물이다. 성별이나 직분, 나이 등은 취재원 보호를 위해 밝히지 않는다. 기자는 A와 1시간여 동안 명성교회 세습에 대해 이야기했다. 다음은 그와 대화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명성교회 공동의회를 이틀 앞두고, 수십 년간 명성교회를 다닌 교인 A를 만났다(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뉴스앤조이 구권효

- 인터뷰에 응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어려운 이야기를 꺼내기로 결심한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아서다. 세습은 그동안 김삼환 목사가 쌓아 온 목회 성과를 한 번에 허무는 일이다. 우리 예배당 앞 머릿돌에는 "이 집은 살아 계신 하나님의 교회요 진리의 기둥과 터니라"(딤전 3:15b)는 말씀이 적혀 있다. 나는 이 말씀이 명성교회의 신앙 원칙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결국 아들 물려주려고 한 것인가. 후안무치하다고 생각한다.

- 이번 합병 세습 과정에서 무엇이 잘못됐다고 보나.

의사 결정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지는 않다. 진짜 문제는 이 세습이 오랫동안 준비돼 왔다는 것이다. 사실 명성교회는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대부분 편하게 신앙생활하고, 장로들도 자기가 맡은 분야 아니면 잘 모른다. 나도 수십 년 다녔지만, 교회 문제에 관심 가진 건 3년 전 재정장로가 죽고 비자금 문제가 터졌을 때였다.

소송을 통해 알려졌듯이, 이월금은 비자금 성격이었고 그 사용 내역이 투명하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김삼환 목사가 이 돈을 허투루 쓰지 않았다고 믿었다. 이 돈이 새노래명성교회 짓는 데에도 들어갔고, 김 목사 사위가 담임으로 간 교회 빚을 갚아 주는 데도 쓰였다는 의혹이 있었다. 김 목사 아들들과 사위 등 친족들이 명성교회 돈이 수억에서 수백억 들어간 교회와 법인에 한자리씩 맡고 있다. 나는 여기까지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실제로 교회, 병원, 학교 다 잘되고 있으니까.

그런데 김하나 목사에게 명성교회까지 물려준다는 것은, 그동안 김삼환 목사가 해 왔던 일들이 결국 이걸 위한 것이었다는 뜻 아니겠는가. 세습을 위해 오랜 기간 준비해 왔다는 것이다. 이건 아무리 이해를 하려 해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

- 정말 오랫동안 준비해 왔을까. 김하나 목사는 2013년 "총회에서 세습방지법이 통과됐을 때 아버지와 함께 '이건 하나님의 뜻이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굉장히 정치적인 발언이었다고 본다. 그건 절대 안 하겠다는 말이 아니었다. 그냥 "세습 안 한다"고 간단하게 말하면 되는데, 이리저리 돌려 이야기했다.

- 김삼환 목사는 출국해 현재 한국에 없다(17일 저녁 7시 귀국). 밖에서 보면 김 목사는 관여하지 않고 장로들이 알아서 세습을 결정하는 모양새인데.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명성교회는 김삼환 목사의 강력한 카리스마로 돌아간다. 들어 보니, 김 목사가 출국 전 장로들에게 "아들에게 물려줄 생각 없다"고 말했다는 소문도 있더라. 비겁하고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욕먹을 결정인데 자기만 뒤로 빠져 있나.

김삼환 목사가 오늘(17일) 들어온다니 차라리 잘된 일이다. 당연히 들어와야지. 교인들 앞에서 마지막 말은 해야지.

- 김삼환 목사가 이번 합병 세습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얘긴데, 거센 비난을 받을 걸 알면서도 왜 세습을 강행한다고 생각하나.

첫째는 욕심이라고 본다. 목회자로서의 욕심이기도 하고 인간적인 욕심이기도 할 것이다. 목회적인 욕심이 꼭 나쁜 건 아니라고 본다. 다만, 김삼환 목사는 가부장적 성향이 강해서 명성교회를 너무 목사 중심, 예배당 중심으로 만들어 버렸다. 내부 단속이 잘 되고, 비자금 같은 내용들이 바깥으로 잘 퍼져 나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절대 권력은 절대 타락한다는 말이 있지 않나. 처음에는 목회적인 욕심이었지만 인간적인 욕심으로 변한 것 같다.

둘째는 염려와 두려움 때문인 것 같다. 원로와 후임이 갈등하는 교회 사례가 많지 않나. 비자금과 같은, 투명하지 않은 재정에 대한 두려움도 있는 것 같다. 후임자가 자기 아들이라면 그런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아닌가.

- 취재해 보니 세습을 반대하는 교인도 꽤 있는 것 같다.

사실 당회에서 20% 정도 반대표가 나왔다는 게 놀라웠다. 개인적으로 공동의회에서 반대표가 20% 정도 나올 거라 예상한다. 세습이 결의된다면, 10%는 그냥 어떻게든 힘들어하면서라도 교회에 남을 것 같은데, 10%는 명성교회를 떠날 것 같다. 10%라고 해도 3,000명이다.

- 만약 세습이 가결된다면 어떻게 할 건가.

너무 괴로운 걸 물어보네…. 그냥 편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저러려고 목회했나'라는 생각이 계속 들 것 같다. 뭐가 머슴 목회인가. 오히려 삯꾼 아닌가. 강단에서 아무리 옳은 말씀을 전한다 해도 받아들이기가 힘들 것 같다. 정말 괴롭다. 요새 가나안 성도가 나오는 게 이해가 간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삼환·김하나 목사 머릿속도 복잡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복잡할 게 하나도 없다. 하나님 뜻, 말씀의 원칙에 맞나 틀리나. 아무리 다수의 인간이 맞다고 해도 성경적으로 틀리면 틀린 것이다. "이 집은 살아 계신 하나님의 교회요 진리의 기둥과 터니라." 김삼환 목사가 이 원칙을 지켰으면 좋겠다. 김하나 목사도 정말 아버지를 사랑한다면 오면 안 된다. 교인들도 편한 길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한국교회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제 어디 가서 명성교회 교인이라고 말하지도 못할 것 같다. 정말 죄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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