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국에 살고 있고 개인적으로 명성교회에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 몇 년 전, 당시 명성교회 김하나 부목사 초청으로 청년 집회에서 간증을 하기도 하였고, 프린스턴신학대 총장님과 같이 세월호 기도회에 참석한 적도 있다. 김하나 목사는 원주민 회사 긱섬(GITXM)의 상품을 새노래명성교회에 팔 수 있도록 호의도 베풀어 주었다. 사실 캐나다 원주민을 위한 비즈니스선교(BAM)로 바빠 개교회 문제에 간섭하고 싶지도 않다.

나는 2009년부터 7년간 프린스턴신학대 이사로 있었으며 2년 전 김하나 목사가 이사로 같이 섬기게 되었다. 그가 프린스턴신학대 이사로 있는 한 이 문제는 프린스턴신학대 문제이기도 하다. 나는 개인적인 이유로 지난해 가을, 이사직을 사임했지만 봉사 기간에 내 나름대로 학교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아직도 학교에 나쁜 영향을 주는 것이라면 개인으로가 아니라 공인으로서 할 말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교회에서 목사로는 부적격한 사람이 세습하면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였다. 그래서 감리회와 예장통합 교단은 세습을 금지하는 교단 법을 통과시켰다. 나는 많은 사람에게서 김하나 목사가 부적격하게 세습한 목사와 다른, 좋은 목사의 자질을 소유한 사람이라고 들었다. 그도 이미 자신은 세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한 프린스턴신학대 총장으로부터, 명성교회 당회원이 모인 자리에서 김삼환 목사가 세습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소식도 들었다. 나는 세습은 없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래서 명성교회 당회가 명성교회와 새노래명성교회를 합병하여 김하나 목사를 명성교회 담임목사로 청빙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충격이었다. 나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만약 모든 것이 결정된 상태라면 나는 그와 같은 글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명성교회 공동의회와 새노래명성교회의 결정이 남은 상태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쓴다.

다른 나라에서는 세습이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세습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한국이라는 특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세습으로 인한 문제가 심각해 몇몇 교단에서 세습방지법을 통과시켰다. 김하나 목사도 이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명성교회가 예장통합 교단에 남아 있는 이상 그들은 이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두 교회 합병이 교단 법을 어기는 게 아니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합병은 변칙 세습이며, 변칙은 더 나쁘다. 이는 불법으로 번 돈을 하나님을 위해 사용하는 것과 같다. 기독교인은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과정을 무시하는 것은 하나님의 존재를 무시하는 것과 같다. 한국교회가 이웃을 위해 많은 일을 하면서도 세상으로부터 비난받는 것은 과정보다 결과만을 생각하면서 신앙생활을 해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교회가 지켜야 할 가치 중 중요한 것 하나는 정직(Integrity)이다. 인테그리티(Integrity)에는 전체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인테그리티의 하나님이시다. 정직이란 나쁜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정직이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전체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바른 일이면 하는 것이다. 교회는 하지 말 것을 가르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해도 되는 것을 하기 위해 존재한다.

정직이란 곱셈이다. 현재 아무리 많은 것을 가지고 있어도 0을 곱하면 결과가 0이 된다. 명성교회가 아무리 큰 것을 이루었다고 해도 이 정직성이 부재하면 그 결과는 0으로 떨어질 것이다.

교회 사정상 부득이 세습을 해야만 한다면 예장통합 교단을 탈퇴하라. 아직 세습 반대에 관한 규정이 없는 교단이 있다. 그런데 합병을 통한 세습으로 교단 법을 어기지 않았다는 말은 제발 하지 말라. 그것은 인테그리티의 하나님을 불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키는 김하나 목사가 가지고 있다. 그도 이미 40대이고 무엇이 그와 명성교회와 한국교회에 필요한 것인지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다. 한 교회 담임목사로서 기득권을 누릴 수도 있고, 기득권을 포기하고 한국교회에 좋은 예를 남길 수도 있다.

만약 그것이 어려우면 주위 사람들이 그런 일을 못 하게 하여야 한다. 공동의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우리는 대통령 탄핵 사건을 통해 민의가 얼마나 힘이 있는지를 보여 준 국민이다.

김진수 / 긱섬(GITXM) 대표,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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