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박무용 총회장) 평양노회(김진하 노회장)가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 사건에 대한 재판국을 다시 구성하기로 했다. 재판이 진행된 지 1년 만에, 문제가 다시 원점에서 출발하게 됐다.

총회는 11월 중순, 평양노회에 공문을 보내 12월 24일까지 이 문제를 해결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만일 이를 어기면 평양노회의 총대권 5년 박탈 등의 제재를 가하겠다고 했다. 이에 노회장 김진하 목사는 24일까지 치리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김진하 목사는 "평양노회가 올 초 분립하면서 지금 사무 간사도 없는 상황이다. 총회가 치리하라는 공문을 11월 중순에 등기도 아니고 일반 우편으로 보냈고, 담당 직원이 없으니 온 지도 몰랐다. 12월 초가 되어서야 노회 임원이 일반 우편함에 들어 있는 공문을 확인했다. 재판국 구성도 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24일까지 마무리하느냐. 그래서 총회에 1월 말까지 기한을 연장해 달라고 청원했다"고 해명했다. 1월 말까지는 어떻게든 이 문제를 끝낼 것이고, 그래서 오늘 임시노회를 열어 재판국을 구성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노회는 비공개로 진행된 회무 처리 시간에 재판국원을 선출했다. 54명 중 51명의 지지를 받은 고영기 목사(상암월드교회)를 비롯해 박광원 목사(가산교회), 김경일 목사(온세상교회), 노회장인 김진하 목사, 허장 장로(애일교회), 김용환 장로(왕성교회), 이원남 장로(홍릉교회) 등 총 7명이 뽑혔다.

▲ 이날 노회는 50여 명의 노회원들이 참석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무 처리 시간에서 노회원들은 고영기 목사 등 재판국원 7명을 선출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홍대새교회는 평양노회가 지킨다"는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김진하 목사는 공정성 논란을 의식한 듯 "내가 재판국원이 되면 외부에서 또 말들이 많아진다. 내가 들어가는 건 적절하지 않다. 이미 오랜 기간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전 총회장 길자연 목사와 다수 노회원들이 "김진하 목사가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길자연 목사는 "나는 한기총 대표회장 나갈 때 '금권 선거' 했다고 하는 사람들 때문에 노무현·이명박 정부 10년간 고생했다. 마음고생을 해야 총회장도 하고 그러는 것"이라며 김진하 목사가 재판국에 들어갈 것을 종용했다. 결국 김진하 목사도 재판국원이 됐다.

지난해와 올해 초, 일부 재판국원들이 돌연 사퇴하며 재판이 흐지부지된 것에 대한 대책도 세우겠다고 말했다. 김진하 목사는 노회원들의 동의를 얻어 "결원이 생기면 노회 임원회에서 자체적으로 보충하게 해 달라"고 했고, 노회원들이 이를 받아들였다.

한편 임시노회가 열리는 온세상교회 앞에는 삼일교회·교회개혁실천연대와 '내가 복음이다' 팟캐스트 청취자 모임인 '카타콤' 회원 등 10여 명이 모여, 전병욱 목사에 대한 재판을 공정하게 진행하라고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전 목사 치리를 요구하며 각지에서 자발적으로 모였다는 이들은, 입구에 서서 노회에 참석하는 노회원들에게 공정한 결단을 내려 달라고 촉구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박득훈 목사는 김진하 노회장에게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서한을 전달하려 했으나, 김진하 노회장은 "정식 루트를 거쳐서 올라온 게 아니기 때문에 받을 수 없다"고 했다. 박 목사가 "교회개혁실천연대는 공식 시민단체다. 정식 절차가 무엇을 말하는 것이냐"고 했지만, 김진하 노회장은 받지 않았다.

노회가 끝난 후 김진하 목사는 <뉴스앤조이> 기자에게 "이번에는 정말 공명정대하게 하겠다. 재판국에 들어가지 않으려 한 것도 그런 시비를 없애려 한 것이었는데, 들어가게 됐으니 어쨌든 한 달 안에 조속히 진행하겠다. 노회에서도 이번 기회에 종지부를 찍으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홍대새교회가 성명을 내 "과거 재판 기록을 공개하고, 앞으로 진행될 재판도 공개하자"고 제안한 것에는 "그쪽(홍대새교회)에서 쓸데없는 소리를 했다"면서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진하 목사는 곧바로 재판국원들이 모여 재판국장과 서기를 선출하고, 지난해 재판 기록을 참고해 심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전병욱 목사도 소환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지난 임시노회에 참석했던 전병욱 목사는 이번 임시노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 정회 시간,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박득훈 목사와 김애희 사무국장이 '공정 판결'을 촉구하는 서한을 김진하 노회장에게 전달하려 했다. 그러나 김진하 노회장은 "정식 루트를 거치라"며 받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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