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8] 여성 강도권 위한 헌법 개정안 통과…총신 여동문회 "여성 안수 막으려는 미봉책"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장봉생 총회장)이 여성에게 강도사 자격을 부여하면서, 동시에 목사 자격은 '남자'로 한정하는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예장합동에 강도사와 목사 직분에 대한 성별 제한 규정이 명문화된 것은 1912년 조선예수교장로회로 교단이 출범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예장합동 총회 안건 중 가장 이목이 집중됐던 여성 강도권 헌법 개정안은 9월 24~25일 이틀에 걸쳐 다뤄졌다. 여성강도사관련헌법개정위원회(위원장 이상학 목사)는 9월 24일 오전 회무에서 1년간 연구해 온 헌법 개정안을 보고했다. 목사 자격 규정(정치 제4장 2조)의 '만 29세 이상인 자'를 '만 29세 이상인 남자'로, '목사 후보생'을 일괄 '목회자 후보생'으로 바꾸는 내용이었다. 이 밖에도 정치 제15장 1조(목사 자격), 정치 제4장 3조(목사의 직무) 중 목사 자격과 관련한 부분도 모두 '남자'라는 표현을 더하는 등, 총 16개 조항의 자구가 수정·추가됐다.
여성강도사관련헌법개정위원회는 목사 자격에 '남자'를 추가함으로써, 총회 보고 석상에서 이 문제가 여성 안수 논쟁으로 비화하는 것을 차단하려 했다고 밝혔다. 총대 일부가 여성 강도권이 여성 안수를 위한 전 단계라며 극심하게 반발해 왔고, 이런 상황에서 '여성 안수'가 언급되기라도 하면 자칫 지난해 총회에서 결의한 여성 강도권마저 뒤집힐 수 있다는 것이다.
위원장 이상학 목사는 총대들을 향해 당부했다. 그는 보고에 앞서 "여성 강도사와 관련한 헌법 개정 외에는 다른 어떤 논의도 하지 않았다. 현행 헌법의 내용 중 최소한의 자구만 삽입·수정했다. 여성 강도사 관련 헌법 개정안의 적부를 전국 교회가 수의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여성강도사관련헌법개정위원회 보고는 총대들이 동의·재청을 외치면서 그대로 통과되는 듯 했다. 하지만 관련 헌의안이 정치부에 올라와 있으니 이후 다시 다루자는 의견이 제기됐다. 대구노회 임종구 목사는 "109회 총회 결의(여성 강도권 부여)를 취소하라는 헌의안이 3개 노회에서 올라와 있다. 정치부 보고할 때 병합해 다루자"고 말했다.
이에 여성 강도권 문제는 이튿날인 9월 25일 오전 11시 20분께, 정치부 보고안 중 마지막에서 두 번째로 다시 다뤄졌다. 총회 파회까지 40분 남짓 남긴 시간이었다. 정치부는 여성 강도권 헌법 개정에 대해 "여성강도사관련헌법개정위원회의 보고대로 허락하고, 노회에 헌법 개정 수의를 하자"고 보고했다. 총대들은 한목소리로 "허락이오"를 외쳤다. 곧이어 총회장도 "허락입니다"라고 선언했다. 반대 발언을 하기 위해 단상 근처로 나와 있던 임종구 목사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자리로 돌아갔다.
총대들은 이어, 강도권을 비롯한 여성 사역자 지위 향상 문제를 다뤄 온 여성사역자특별위원회를 상설위원회로 전환하기로 결의했다. 정치부는 "여성사역자위원회를 상설위원회로 구성하는 헌의의 건은 허락해 달라"고 보고했고, 총대들은 이 내용을 그대로 받았다.
여성 강도권 헌법 개정 논의를 지켜보던 여성사역자특별위원회 위원장 유홍선 목사는 헌법 개정과 상설위원회 전환 두 안건이 모두 수월하게 통과되자 마음이 놓인 듯 활짝 웃었다. 유 목사는 직후 <뉴스앤조이>와 만나 "됐다. 끝났다. 이제 저는 (위원장직을 내려놓고) 물러가겠다"며 소회를 전했다. 그는 "후속 조치에 대해서는 차기 여성사역자위원회 위원장이 이끌어 가겠지만, 계획이 다 잡혀 있다. 이미 (노회 수의를 위한) 문서를 만들어 놨다. 유인물을 전국 노회에 배포하는 등 최종 시행을 위한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여성사역자특별위원회 임원을 역임한 한 목사도 헌법 개정안 통과를 환영했다. 그는 "우리 교단은 1930년대에 이미 헌법에서 '안수 없는 여집사'를 인정했다. 이건 교단의 선배들이 여성을 얼마나 존중히 여겼는지에 대한 증거다. 여성 강도권 통과는 이러한 헌법 정신을 계승한다는 의미가 있다. 목사의 자격을 '29세 남자'로 못 박은 것은 여성 사역자들 입장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겠지만, 그래도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다시피 총대들 사이에서는 거의 이견이 없었다. (여성 강도권에 대한) 총대들의 의지는 분명하다"며 "헌법은 고착화된 게 아니다. 우선 강도권부터 보장하고, 이후 하나님이 원하시면 얼마든지 다시 (헌법을) 개정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 여성 사역자들, 상반된 평가 "씁쓸하고 섭섭해… 여성 안수 막기 위한 미봉책" |
반면 예장합동 여성 사역자들은 이번 결의를 마냥 반기지 않고 있다. 그간 전도사, 심방전도사 등으로 제한되던 여성 사역자의 지위가 한 단계 올라간 건 분명하지만, 동시에 목사를 할 수 없다는 조항을 명문화했기 때문이다.
총신신대원 여동문회 박경순 회장은 9월 25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씁쓸하고 섭섭하다. 새로운 걸림돌이 생긴 것 아닌가. 목사는 남자만 할 수 있다고 못 박은 헌법 개정안이 통과하면서 예장합동의 남녀 차별 문제는 법적으로도 확실해졌다. 오히려 세상법으로도 문제 제기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여성 강도권 도입이 여성 안수 요구를 막기 위한 미봉책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여성 안수까지) 차근차근 한 걸음씩 가야 한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는데, 목사들이 정말 여성 사역자들의 마음을 알까. 나 또한 예장합동 1호 여성 목사가 되고 싶었지만, 내년이면 정년이고 강도사 고시도 못 본다. 여성 강도권이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안정화가 되려면 5~6년은 기다려야 하고, 강도사 고시를 보고 실제 여성 강도사가 나오기까지는 10년쯤 잡아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여성 강도권 하나 던져 주고 달래려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교단 내에서 여성 안수 도입을 주장해 온 이광우 목사도 이번 헌법 개정안은 개악이라고 지적했다. 이 목사는 "교단이 아예 여성 안수를 못 하게 막는 헌법을 만들었다. 교단 탈퇴 운동을 하자는 이야기가 나온다"면서 "차라리 수의를 통과하지 못해 헌법 개정안을 새롭게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여성 강도권 도입을 위한 3단계 중 두 번째 단계를 넘겼다. 마지막 단계는 내년 4월 전국 161개 노회에서 진행될 수의 과정이다. 노회원 과반이 찬성해야 하고, 이 같은 찬성을 얻은 노회가 전체 3분의 2 이상(108개 이상) 찬성해야 한다. 이 결과가 내년 111회 총회에 보고되면 헌법이 개정되고, 2027년 강도사 고시부터 여성의 응시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