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안수는 인간 존중의 문제…존중 없는 신앙 공동체가 가능한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에 여성 안수를 도입하라고 요구해 온 여성안수추진공동행동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릴레이 기고를 합니다. 글은 격주 연재합니다. - 편집자 주

 

국제장로교 설립을 주도한 프란시스 쉐퍼와 그의 아내 에디스 쉐퍼.
국제장로교 설립을 주도한 프란시스 쉐퍼와 그의 아내 에디스 쉐퍼.

여성 안수는 인간 존중에 관한 문제이다. 성경적으로 표현하면, 인간 한 사람 한 사람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바라보는가, 혹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문제라는 의미이다. 하나님 아래, 모든 인간은 동등하다. 경제력, 권력, 학력, 장애의 유무, 또한 성별로 인하여 차별받을 수 없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야 하며, 교회를 비롯한 사회제도들은 이러한 개인들의 노력이 성취되도록 뒷받침해 주어야 한다. 한 인간이 자신의 가능성을 가꾸어가고 그 열매를 맺도록 지원하는 것이 하나님의 형상에 대한 존중이다.    

하나님 형상에 대한 존중을 완성해 나아가는 길목에 여성 안수 문제가 놓여 있다. 탐욕스러운 기득권 교단들만 여성 안수 문제에 닫혀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물질주의를 배격하며 기독교의 순수성을 잃지 않은 교단들 가운데서도 여성 안수를 금지를 고수하는 사례가 있다. 국제장로교회가 좋은 예이다.

국제장로교(IPC·International Presbyterian Church)에 대해 잠깐 설명하겠다. 이 교단은 신학자 프란시스 쉐퍼(Francis Schaeffer)에 의해 1954년에 설립되었다. 신학적으로는 개혁주의(장로교) 전통의 교단으로, 정통 기독교 신앙과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을 중심으로 하는 신학적 기반 위에 있다. 현재는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 여러 지역 및 한국에 지교회를 두고 있다. 또한, 이 교단은 교회 간의 상호 책임과 신앙 공동체의 유대를 중요시하여, 구성원들 사이에 영적으로 깊이 있는 공동체 형성을 통한 신학적 일관성을 유지한다고 한다.

이 교단의 설립을 주도한 프란시스 쉐퍼는 라브리(L'Abri)라는 신앙 공동체를 시작한 미국의 선교사이다. 라브리는 프랑스어로 '피난처'라는 뜻인데, 1955년 스위스의 후이(Huémoz) 지역에서 프란시스 쉐퍼와 그의 아내 에디스 쉐퍼(Edith Schaeffer)에 의해 시작되었다. 초기에는 단순히 젊은이들에게 신앙에 대한 질문과 삶의 의미를 나눌 수 있는 대화의 공간을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출발했지만, 점차 전 세계의 청년, 지식인, 방황하는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지적 공동체이자 실천 공동체로 발전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신앙적 건강성에도 불구하고, 이 교단도 여성 안수를 배격하고 있다. 현대 유럽의 개신교 재건에 지대한 영향을 준 교단이었지만, 지금은 보편적인 인권을 이해하지 못하는 과거의 교단으로 후퇴하고 있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들어진 개인들이 자신의 소명을 이루어 가려고 하는 길을 가로막고 있다. 특별히, 교단 총회가 미국의 보수 신학교 출신들에 의하여 장악되기 시작하면서, 여성 안수에 대한 논의는 총회 안건으로조차 다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 교단에 소속된 한국노회의 많은 노회원은 여성 안수에 찬성한다. 이들은 교단의 건강성이 지켜지기 위해서는 여성 안수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하며, 장로 안수 및 목사 안수에 성별을 이유로 하는 차별을 두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의 교단 총회와 연결된 일부 노회원은 여전히 여성 안수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어 문제의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나름대로는 프란시스 쉐퍼의 전통에 따라 여성 안수에 대해서도 열린 대화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그 결론은 미리 정해져 있다. 그들 일부는 영국 총회를 등에 업고 여성 안수 반대의 입장에서 물러나지 않는다. 

하나님의 형상인 인간을 존중하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구시대적 성경 해석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계속 목소리를 높이도록 놓아 두는 것이 옳은가. 교단 분열이 두려워 여성 인권을 억압하는 일을 계속 이어 갈 것인가. 혹은 유럽이라는 대륙과의 연결점이 끊어지는 것이 두려워, IPC 총회의 여성 안수 반대 입장에 대항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옳은 결정을 위해서는 때로 큰 아픔을 감수하여야 한다. 이미 회복된 하나님의 형상을 여전히 억누르는 세력들이 교회 안에 있다면, 철저히 끊어내야 한다. 인간 대 인간으로 서로에 대한 형제애를 이어 가야 하지만, 옳고 그름의 문제는 역사 앞에 그리고 하나님 앞에서 살펴봐야 하는 문제이다. 회복된 하나님의 형상을 계속해서 억압하는 세력들을 향한 단호한 결단이 필요하다. 교단의 크기와 상관없이 여성 안수를 반대하는 것은 하나님의 형상을 짓밟고 하나님나라 정의에 도전하는 반기독교적 태도라는 사실을 IPC 총회와 한국노회가 기억하기를 바란다.

김동훈 /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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