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표 차 부결에 충격받은 여성 목사·장로들 "요인 분석해 더 철저히 준비…좌절하지 않겠다"
[뉴스앤조이-엄태빈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정훈 총회장) 여성 안수 법제화 30주년을 맞아 큰 기대를 걸었던 '여성 총대 할당제' 의무화가 첫 문턱에서부터 부결됐다. 예장통합 110회 총회에서 이 안건이 찬성 494표, 반대 496표, 단 2표 차이로 헌법위원회 통과에 실패하자, 여성 목회자·장로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않았다. 총회 석상에서는 안건에 대한 찬성 발언만 있었을 뿐, 반대 발언은 나오지 않았는데도 반대가 찬성보다 더 많은 기이한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충격에 빠진 예장통합 여성 단체들은 왜 여성 총대 할당제가 부결됐는지 이유를 분석하고, 좌절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들은 부결을 두고 △노회가 아닌 총회를 먼저 공략한 점 △여성 총대 모두를 설득하지 못한 점 △찬성 발언한 총대의 노회에서도 여성을 파송하지 않은 점 등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봤다.
전국여교역자협의회 김은정 사무총장은 9월 30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여성 총대 중에서도 반대표가 나왔다. 자신은 정정당당하게 (노회) 선거를 거쳐 나왔다는 것이다. 해당 표결 전 발언한 총대가 여성위원회 임원인데 본인 노회에서도 여성 총대가 파송되지 않은 것에 반감이 생겼다고 말한 총대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 문구를 두고도 오해가 있었다고 했다. 헌법위는 예장통합 헌법 제2편 정치 12장 84조에 "총회 총대를 10인 이상 파송하는 노회는 여성 총대 1인 이상을 (목사 혹은 장로) 총대로 파송한다"는 문구를 추가하려고 했다. 김 사무총장은 "어떤 총대는 '(정원의) 10%를 보내라'는 것으로 이해하고 반대했다고 한다. (최소) 1명은 파송하라는 건데 절대 그렇게 알아듣지 않는다"고 했다.
일선 노회에서는 여성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보낼 총대가 없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총대로 파송하려면 교회 내 활동뿐 아니라 노회 활동도 활발히 해야 하는데, 근본적으로 여성 목사·장로 수가 적다 보니 노회까지 나오는 여성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근본적으로 여성 목사·장로의 수를 늘려야 한다. 특히 여성 장로 확대는 각 교회 의지에 달린 만큼, 여성 단체들은 '여성 장로 할당제'가 해결책이 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현재 예장통합 시무장로는 1만 8327명인데, 이 중 여성은 1227명(6.7%)에 불과하다.
여전도회전국연합회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교회에 여성 장로가 없으니까 여성 총대가 선출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현재 교회와 교단이 남성 중심적이기 때문에 총대로 파송될 여성 장로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여전도회가 '지교회에서 장로 선출 시 30%를 여성으로 해 달라'는 '여성 장로 할당제'를 헌의하려 했으나 추진하지 못했다면서 "일부 남성 장로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안건을 올리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여전도회 관계자는 이번 총회 결과가 아쉽지만 더 잘 준비해서 내년에는 통과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항상 점잖게, 예의를 갖춰서 정중한 자세로 부탁했는데 단 2표가 모자라 부결되는 현실을 보니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특별히 피켓을 들기도 했는데, 이게 불쾌해서 반대하신 분도 있다고 한다. 어떤 총대들은 밖에서 쉬고 있다가 투표가 진행돼서 못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남성 장로·목사 가운데 '우리도 못 가는데 누구를 보내느냐'는 위계적 정서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제는 교단 위상에 걸맞게, 모범적이고 귀감이 될 만한 결의가 이뤄져야 한다. 교인 수도 줄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적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도 절반 가까이 되는 분들이 찬성표를 주셨기 때문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불씨를 꺼뜨리지 않도록 계속해서 다음 스텝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여성 총대 할당제는 110회 총회에서 부결됐지만, 내년 111회 총회에서 다시 한번 논의할 예정이다. 표결 이후 평신도위원회가 규칙부에 같은 안건을 청원했기 때문이다. 총회 규칙 개정은 헌법 개정과 달리 총대 과반수 출석과 출석 3분의 2가 결의하면 바로 시행된다. 다만 총회 규칙으로 정해진다고 해도 총회가 노회를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기에 현 상황처럼 권고 차원으로 머물 가능성이 크다.
109회 총회 규칙부장을 지낸 김만기 목사는 9월 30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규칙도 의무 사항이지만, 총회 규칙으로 정해도 노회가 안 지키면 강제로 여성 총대를 파송하라고 압박할 수는 없다"며 "상징적 의미는 될 수 있겠지만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