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후보생 → 목회자 후보생으로 명칭 변경하고 목사 자격 제한…총신여동문회 "시대 역행 처사 반대"

예장합동 여성강도사관련헌법개정위원회가 목사의 자격을 사람을 뜻하는 '자'에서 '남자'로 바꾸는 헌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예장합동 여성강도사관련헌법개정위원회가 목사의 자격을 사람을 뜻하는 '자'에서 '남자'로 바꾸는 헌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김종혁 총회장)이 교단 헌법 중 목사의 자격을 '만 29세 이상인 자'에서 '만 29세 이상인 남자'로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총회에서 결의한 '여성 강도권 부여'를 헌법에 명시하는 과정에서 '여성 안수'에 반발하는 이들의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예장합동 여성강도사관련헌법개정위원회(여성강도사헌법개정위·이상학 위원장)는 지난해 109회 총회에서 '여성 강도권 관련 헌법 개정안'을 차기 총회에 제출하라는 안건을 수임해 위원회를 구성하고 방안을 연구해 왔다. 6월 30일 회의에서 마련한 개정안 초안에 따르면, 여성강도사헌법개정위는 헌법 정치 제14장(목사 후보생과 강도사) 전체를 총체적으로 개정해 '목사 후보생' 명칭을 '목회자 후보생'으로 바꾸고, 동시에 정치 제4장(목사) 중 제2조(목사의 자격) 중 "목사 될 자는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학식이 풍부하며 행실이 선량(善良)하고 신앙이 진실하며 교수에 능한 자가 할지니 모든 행위가 복음에 적합하여 범사에 존절함과 성결함을 나타낼 것이요, 자기 가정을 잘 다스리며 외인(外人)에게서도 칭찬을 받는 자로 연령은 만 29세 이상자로 한다"에서 '이상자'를 '이상인 남자'로 바꾸는 안을 총회에 올리기 위해 준비 중이다. 

여성강도사헌법개정위가 이러한 초안을 내놓은 것은, '목회자 후보생'(현재 신학생)은 '남성 및 여성' 모두 가능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여성도 '강도사'가 되게 하는 동시에, 목사까지는 나아갈 수 없도록 차단 장치를 만드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목사 후보생은 강도사 고시만 합격하면 강도사 자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목사 자격을 '사람'에서 '남성'으로 축소하기에 '여성 안수'는 불가능하다.

당초 여성 강도권 결의를 이끌어 냈던 여성사역자특별위원회(여사위·유홍선 위원장)는 "강도와 교회를 유익하게 하는 사역으로 봉사할 수 있는 여강도사와 인허 후 노회의 지도 아래 1년 이상의 수양 후 목사 고시에 응할 수 있는 남강도사" 등 남성·여성 강도사를 구분하는 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여성강도사관련헌법개정위는 이를 반영하지 않고, 목사 자격을 축소하는 구절까지 더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도권 관련 최소한의 자구 수정만이 이뤄져야, 일부 여성 안수 반대론자들이 주장하는 대로 논의가 번지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다. 

여성강도사헌법개정위 이상학 위원장은 9월 9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여성 강도권을 확보하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 강도사 도입이 곧 여성 목사 안수라고 여기면서 강력하게 반발하는 분들의 오해를 차단하려면 이렇게 해야 했다. 교단적으로도 (강도권에 대해) 논의 자체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목사의 자격에 '남' 자를 추가하지 않는다면 (강도권이) 통과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안수' 문제는 위원회 수임 사항이 아니라고도 말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총회는 여성 강도권을 허락하는 일만 허락했다. 우리는 거기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여성 강도권을 다른 주제와 연계하거나 다음 단계를 논의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예장합동 현행 '목사의 자격' 규정. 뉴스앤조이 나수진
예장합동 현행 '목사의 자격' 규정. 뉴스앤조이 나수진

여성 사역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이번 헌법 개정이 여성 차별을 아예 헌법에 명문화하고, 여성 안수로 향하는 길을 막는 '꼼수'라는 것이다. 총신여동문회는 9월 5일 성명에서 "이 조치는 여성 사역자의 앞길을 열어 주는 것 같지만, 예장합동에서 여성 사역자의 길을 아예 끊어 버리는 극단적 조치이며 여성 사역자를 예장합동 밖으로 밀어내는 결정"이라면서, 여성 안수 금지를 전제로 한 강도권 인허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들은 "헌법의 목사 자격에는 '자기 가정을 잘 다스리는 자', 즉 '기혼자'라는 조항이 있는데 총회는 현재 남성인 경우는 미혼인 경우에도 목사 안수를 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렇게 총회는 같은 헌법 조항을 들어 여성에게는 엄격하게 적용하여 안수를 반대했고 남성은 제한 없이 안수를 주었다"라고 꼬집었다. 

총신여동문회 박경순 회장은 9월 8일 통화에서 "헌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이는 시대에 역행하는 일이고 세상에서 볼 때 명백한 성차별이다. 그렇게까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제는 교단 총회에 갈 때 '강도사는 교단에서, 목사 안수는 타 교단에서' 같은 슬로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여동문회는 상황을 신중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안수추진공동행동도 9월 5일 총회 회관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목사의 자격을 남성으로만 제한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과 성평등 원칙에 위배된다면서, 복음의 정신이 왜곡된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여성안수추진공동행동이 9월 8일 서울 삼성동 예장합동 총회 회관 앞에서 여성 안수를 촉구하는 피켓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 여성안수추진공동행동
여성안수추진공동행동이 9월 8일 서울 삼성동 예장합동 총회 회관 앞에서 여성 안수를 촉구하는 피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 여성안수추진공동행동

헌법 개정 논의 과정에 참여한 여사위는 '정해진 수순'에 따라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총회에서 여성 강도권 도입을 결의했으므로 이 일을 마무리 지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반발 여론을 잠재워야 하니 목사의 자격까지 건드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110회 총회를 앞두고 여성 강도권 결의를 취소하라거나 여성강도권헌법개정위 보고를 받지 말라는 헌의안이 올라온 상태도, 예장합동 전국장로회연합회는 지난 7월 "우리는 성경에 위배되는 여성 강도권 인허 및 여성 안수를 위한 헌법 개정을 강력히 반대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반대 조짐도 보이고 있다.

여사위 유홍선 위원장은 통화에서 "여전히 헌법 개정이 여성 안수를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시선이 있기 때문에, 오해를 불식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일단 여성 강도권 인허까지는 어떻게든 나아가야 하지 않겠나. 우리가 짐을 지더라도 10여 년간 총회를 벗어나지 못하고 끌고 온 안건에 대해 더 이상 논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여사위가 상설위원회 전환 청원을 했다. 이게 통과되면 여성 사역 문제는 완결될 때까지 계속 다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장합동은 앞서 2017년 102회 총회 예장합동 헌법개정위원회가 목사의 자격을 '남자'로 한정하는 개정안을 추진했지만, 당시 총신여동문회 등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최종 안에서 제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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