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임 90%라면 네가 10%"…목사 부부, 자살·이혼 운운하며 피해자 압박
[뉴스앤조이-안디도 기자] 부산에 사는 30대 청년 A. 초등학생 시절 친구 따라 나오기 시작한 ㄷ교회는 그에게 소중한 공간이었다. 여느 교회 신실한 청년들이 그렇듯, 교회에서 매일 모임을 하고, 밤을 새우며 수다를 떨고, 탁구를 치며 시간을 보냈다. 중고생 시절을 지나 대학에 진학하는 동안, 인생의 굵직한 사건을 나누며 성장한 교회는 그에게 각별한 존재였다. 교인 200여 명으로, 그리 크지 않아서인지 모든 모임 하나하나가 가족 같았다.
담임목사는 '영적 아버지'였다. 그렇게 교육받고 그렇게 섬겨 왔다. 목회자로서 존경할 만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경제적으로 어렵던 대학생 시절, 조 목사는 A의 낡고 허름한 신발을 보자마자 가게로 데려가 새 신발을 선물했다. 마치 자녀처럼 청년들을 챙기는 조 목사의 모습에 A는 무한 신뢰를 보냈다. 다른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진로, 취업 등 고민이 있을 때 자주 상담했고 조 목사 조언을 따랐다.
20년간 쌓아 온 교회에서의 경험이 무너져 내리는 데는 채 20분이 걸리지 않았다. 2023년 8월, ㄷ교회 조 아무개 담임목사는 수련회 일정 중 '기도받는 시간'에 참석하지 못한 청년들을 다음 날 저녁 따로 불렀다. 그중 한 명이었던 A는 5번째 순서로 목양실로 들어갔다. A는 평소처럼 고민을 털어놨다. 목사에게 편입 여부를 상담하고 기도받고 싶었다.
그런데 조 목사가 갑자기 A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A의 팔과 상체 일부를 만지기 시작했고 강제로 무릎 위에 올라타 끔찍한 미소를 지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공포감에 얼어붙었고, A는 저항할 수 없었다. 조 목사가 성추행을 이어 가려 하자 용기를 내 손을 막았다. 그제야 조 목사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와라. 알겠지"라고 말했다. 그날 조 목사는 A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었다. 무서움에 떨고 있던 A는 받지 않았다.
| 조 목사, "자살할 것"이라며 협박 하 목사, 책임 전가한 뒤 "모든 직분 사퇴하겠다" |
충격에 빠져 혼란과 고통을 겪던 A는 사건 발생 나흘이 지나 친구에게 사실을 털어놨다. 이야기를 들은 친구는 분노했다. 친구가 조 목사의 아내 하 아무개 목사에게 전화를 걸어 따졌다. 당시 하 목사는 딸의 출산 준비를 위해 미국에 가 있었다. 하 목사는 A를 바꿔 달라고 한 후, 한국으로 최대한 빨리 돌아갈 테니 가서 이야기하자고 말했다.
곧이어 조 목사가 세 차례 전화를 걸어 왔다. 두려움에 떨던 A가 전화를 받지 않자 조 목사는 메시지를 보냈다. "허락하에 너를 만졌지만 일이 이렇게 되니 미안하다"며 거짓말을 하는가 하면, "자살을 하든지 목사 사임을 하려고 하니 이것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실족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협박하며 피해자의 입을 막으려고도 했다.
며칠 후, 하 목사가 A를 자신의 차로 불러냈다. 하 목사는 미안하다면서도 왜 목양실 문을 닫고 들어갔냐고 피해자 탓을 하기도 했다. 이어 조 목사와 이혼할 생각이고 목사 부부가 교회 모든 직분에서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피해자 A의 대응은 '참는 것'이었다. 교회를 생각해서 참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목사 부부는 평소 교인들에게 순종과 복종을 강요해 왔고, 교인이 목사의 잘못을 들추면 벌받는다는 얘기를 반복적으로 강조해 온 것이 생각났다.
기자와 만난 A는 "(목사가 말한) 하나님은 질서의 하나님이었다. (목사 잘못은) 하나님이 처리해야 하지 교인이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목사님 말씀 잘 듣고 순종하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하 목사에게 "사퇴는 아닌 것 같다. 그냥 참고 지내겠다"고 말했다.
| 교인들 생각해 참았지만 하 목사가 쫓아내 조 목사, 거짓 소문 퍼트리며 2차 가해 |
A는 고통 속에서도 평생 자라 온 교회를 생각했다. 하지만 조 목사 부부는 그렇지 않았다. 성추행 피해 이후 6개월을 버틴 A가 교회를 나오게 된 건, 피해자가 잠재적 위협이라도 되는 것처럼 불편하게 생각한 압박 때문이었다.
2024년 2월, 조 목사는 갑자기 A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건 6개월 만에 걸려 온 전화라 사과를 하는가 싶어 받았지만, 내용은 전혀 달랐다. 조 목사는 범행을 합리화하고 스스로를 변명하기에 급급했다.
"A야. 충분히 나는 하나님 앞에 징계를 받고 대가를 많이 치렀다. (중략) 내가 그걸 의도적으로 한 게 아니라 진짜 나도 충동적으로 그렇게 한 거다. 어떤 상황에서도 건강한 남자 같으면…. 대부분 남자들은 그럴 수 있다."
피해자는 더욱 상처를 받았다. "남자라면 그럴 수 있다는 말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따지자, 조 목사는 "나 같은 경우에는 성격이 다혈질이다 보니 훅 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 탓을 하기도 했는데,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이것도 다 내 탓이다'라고 생각하면 해결이 되지 않느냐"면서 A도 잘못한 부분이 있는지 생각해 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심지어 "일단 내가 90%라면 네가 10%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용서와 강요로 한 차례 더 가해를 한 지 한 달이 지난 2024년 2월, 이번에는 조 목사의 아내 하 목사가 A를 한 카페로 불러냈다. 교회를 떠나라는 요구였다. 하 목사는 A가 교회 내에서 연애를 하고 있어 청년부 물을 흐린다는 식으로 다그쳤다. 그러면서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교회에 남을 것인지, 나갈 것인지 선택하라고 강요했다. 교회에서 청년끼리 결혼한 부부가 20쌍도 넘기 때문에 납득할 수 없는 이유였다. 결국 A는 교회를 나가기로 결정했다.
피해자가 교회를 떠난 후에도 조 목사는 비방을 멈추지 않았다. <뉴스앤조이>가 만난 제보자 10여 명의 진술에 따르면, 조 목사는 2024년 5월부터 여러 차례 모임과 기도회 시간에 교인들을 불러다 놓고 2차 가해를 저지르기 시작했다. 하루는 남자 교인들에게 '목양실에서 여성 교인과 단둘이 있었을 때 안수기도를 했는데 아픈 부위를 만져도 된다는 허락을 받아 의도치 않게 스킨십이 일어났다'면서 교인들은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 이야기를 듣던 교인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묻고 지나가자는 의견을 냈다.
조 목사의 거듭된 거짓말은 결국 A의 귀까지 들어갔다. 사과는커녕 2차 가해를 한 조 목사를 A는 두고 볼 수 없었다. 약 10개월 만에 침묵을 깨고 2024년 5월, 부산동부해바라기센터를 찾아 상담을 받은 뒤 부산금정경찰서에 조 목사를 강제 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A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가 조 목사를 고소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목사 부부의 가스라이팅을 견디지 못해 떠난 교인들이 힘을 모았다. 이들은 증인으로 나섰고 10여 장의 엄벌 탄원서를 제출했다.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증인 중 다른 청년·교인도 성추행을 당한 사실이 드러났다. 교인 중 고소 사유가 충분하다는 조언을 들은 4명은 A와 함께 고소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 재판 과정 내내 반성 없어 조 목사 1심에서 징역 2년 선고 |
수사와 재판은 빠르게 진행됐다. 사건 당시 조 목사는 부산금정경찰서 경목이었으나, 경찰은 그를 즉시 경목에서 해촉한 후 수사에 들어갔다. 조 목사는 올해 초 구속 기소돼, 8월 22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방법원은 피해자 A에 대한 추행 정도가 심하고 그 추행 장소가 목양실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피해자들과 합의하지 못했고, 도리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는 점도 조 목사에게 불리한 요소로 작용했다.
조 목사 부부는 당당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조 목사는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으나, 재판 과정에서 사과 한마디 없었다. 조 목사는 재판에서 "자신이 목회하며 자식보다 교인을 더 챙겼고 코람데오 정신으로 청빈하게 살았다며 한순간의 실수로 명예가 실추되는 건 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판결 직후 항소했다.
<뉴스앤조이>는 9월 7일 ㄷ교회를 찾았다. 하 목사를 만나 2차 가해 및 성추행 사건에 대한 책임 등을 물으려 했으나, 교회 관계자들은 "예배에 나오지 않은 지 몇 달 됐다"며 출입을 막았다. 그러나 사실 하 목사는 교회 안에 있었고, 교회에서 협동목사라는 직책으로 공식 사역 중이었다. "하 목사가 교회에 안 왔다"며 기자를 막은 교회 관계자는 ㄷ교회 담임목사였다. 하 목사는 기자의 전화도 받지 않고, 메시지도 읽을 뿐 답하지 않았다.
조 목사가 성추행을 저질러 징역 2년을 받은 사실은 교회 안에서 공유되지 않았다. 교회 앞에서 만난 ㄷ교회 교인들은 "(사건을)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ㄷ교회 김 아무개 담임목사는 교인들이 조 목사 사건을 아는지 묻자 "모르시는 분들 많다"고 말했다.
피해자 A는 사건 직후 지금까지 조 목사 측으로부터 어떠한 사과의 말도 듣지 못하고 있다. 교회를 생각해 참다가 공론화하지 않고 떠났는데도, 교회 내에서는 여전히 그가 목사를 실족시킨 부도덕한 사람이라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
기자를 만난 A는, 평생 함께 신앙생활하던 교회를 떠나고 교인들로부터 오해를 받고 있어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쫓겨날 때도 교회를 위한다는 생각으로 나갔다"며 "20년 동안 알고 지냈던 사람들을 다 잃었다. 가끔 길을 걷다가 울컥할 때가 있다. 교인들이 그립다는 생각도 든다. 너무 억울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