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신교회 전 담임목사 배철희 "본인의 부덕함" 서면으로 사과 각서 제출…피해자 "이러니 더러운 꼴 당해도 나서거나 싸우지 않는 것"

서울남연회 재판위원회가 재심을 열어 충신교회 전 담임목사 배철희 씨의 출교를 면직으로 감형해 주려 하자, 4월 22일 교인들이 연회 사무실 앞에서 피켓을 들고 규탄 시위를 벌였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서울남연회 재판위원회가 재심을 열어 충신교회 전 담임목사 배철희 씨의 출교를 면직으로 감형해 주려 하자, 4월 22일 교인들이 연회 사무실 앞에서 피켓을 들고 규탄 시위를 벌였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뉴스앤조이-엄태빈 기자]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김정석 감독회장) 서울남연회(유병용 감독)가 여성 전도사를 강제 추행해 출교 판결을 받은 충신교회 담임목사 배철희 씨의 출교를 취소하고 담임목사직 면직으로 수위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남연회 재판위원회(남회우 위원장)는 배철희 씨의 재심 청구를 받아들여 4월 17일 첫 공판을 열었다. 이후 22일에 다시 모인 재판위원회는 기자의 취재를 막고 2시간 가량 비공개로 논의했다. 그러나 진행 장소가 완전히 밀폐되지 않아 논의 내용이 모두 들렸다. 새어 나온 회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재판위원회는 배철희 씨의 출교 판결이 너무 무겁다는 주장을 수용하고 출교가 아닌 '담임목사직 면직' 정도로 감형하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은 배철희 씨가 이번 재심에 제출한 각서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배철희 씨는 4월 17일 "충신교회 담임목사 재직 시 본인의 부덕함으로 인해 일어난 일로 인해 먼저 하나님께 회개하며 상처받은 자들과 충신교회 성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연회 재판 판결 후 7일 이내 모든 소송을 취하할 것 △향후 충신교회 교인 및 감리회를 상대로 교회법·사회법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것 △재판위 판결에 조건없이 승복할 것 △연회의 어떠한 행정적 직무도 맡지 않고 목회에만 전념할 것 등을 서약했다.

남회우 재판위원장은 각서 항목 중 하나인 "고소인(충신교회 교인)들이 서울남연회에 제출한 이행 각서 외에 다른 추가적인 요구를 하지 않겠다"는 문장을 해석하면 충신교회와 배철희 씨가 합의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감형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배철희 씨는 교회나 피해자에게 직접 사과한 적이 없다.

여기서 언급된 이행 각서는 충신교회 장로 6인이 8억 원을 감리회 유지재단에 위탁한 후, 그 자금을 충신교회에서 빠져나와 배철희 씨와 함께 예배 중인 이들 쪽 교회 개척 자금으로 지원하기로 한 문서를 의미한다. 배 씨의 성추행 사건으로 교인들이 분열되자, 분쟁을 조정하겠다며 유병용 감독이 내놓은 중재안으로 알려진다.

배철희 씨가 이번 재심에 제출한 각서.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배철희 씨가 이번 재심에 제출한 각서.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재판위의 결정을 들은 충신교회 한 장로는 배철희 씨가 피해자에게 사과하지 않았고 충신교회도 배 씨 출교 취소에 합의한 적 없다며 분개했다. 그는 <뉴스앤조이>에 "교단은 피해자나 목회자의 성 범과에 아랑곳하지 않고 '배철희 씨 살리기'에 혈안인 것 같다. 감리회가 피해자나 교회에 한번이라도 사과한 적이 있느냐"고 분개했다.

그는 8억 원을 반대편 교인들에게 지급하기로 한 '이행 각서'는, 말 그대로 나간 교인들을 위해서 한 것일 뿐, 배철희 씨에게 줄 돈이 아니었다고 주장하면서 피해자에게 사과 한 마디 없이 출교를 취소하겠다는 교단을 이해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재심 재판 절차에도 하자가 많다고 주장했다. 배 씨는 출교 판결을 받은 후, 재판비용을 납부하지 않았다. 출교 재판과 여러 행정재판이 걸려 있어 비용은 총 2000만 원에 달했다. 감리회 교리와장정은 "재판비용 부담자가 1개월 안에 비용을 납부하지 아니하면 납부할 때까지 모든 의회의 회원권이 정지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비용을 미납한 상태면 재심을 청구조차 할 수 없는데도 재심이 개시되자 충신교회 교인들은 문제를 제기했다. 서울남연회 측은 그제서야 배철희 씨에게 재판비용을 청구해, 4월 9일 충신교회에 재판비용을 되돌려 줬다.

충신교회 장로는 "재판에 불복하고 사회법과 총회 재판 등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동원해 총력전을 펼칠 것이다. 그동안 이 교단에 남아 있던 것은 그래도 희망을 보았기 때문인데 이렇게 썩어 빠진 줄 몰랐다"고 말했다.

다른 한 교인도 기자에게 "백날 축제나 기도회를 하면 뭐 하나. 거짓말 하고 멋대로 살면 저절로 구원이 되는 것인가. 아직 배철희 씨는 피해자나 교인들에게 제대로 된 사과를 한 적이 없다. 한 사람 때문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데 이러면 안 되는 것"이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피해자는 4월 23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출교의 가장 큰 원인은 배철희 씨가 나를 강제 추행한 것인데 나는 그런 각서를 요구한 적도 없고, 그렇게 해 달라고 한 적도 없다. 피해자에게 감형 여부를 묻지도 않고 그런 식으로 자기들끼리 감형을 하겠다고 하니 이건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렇게 넘어가니까 피해자가 어떤 더러운 꼴을 당해도 나서거나 싸우지 않는 것이다. 세상보다 폐쇄적인 교회에서 지금 출교도 철회될 판인데 누가 나서겠나. 주님이 오시지 않은 이상, 교회가 없어지지 않는 이상 교회가 깨끗해 지고 온전해지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남연회 재판위원회는 4월 29일 재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뉴스앤조이>는 22일 재판을 마치고 나온 남회우 재판위원장에게 사실관계를 물었으나 그는 입을 꾹 닫은 채 자리를 피했다. 이후에도 수차례 전화하고 문자메시지로도 입장을 물었으나,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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