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인들, 원하지 않는 상대와 결혼…교회 부설 선교원에 자녀들 반강제 입학

[뉴스앤조이-안디도 기자] 교인들을 강제 추행해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부산 ㄷ교회 조 아무개 목사는 평소 '출산율 3.0'을 이끈 사름으로 다양한 매체에 소개됐다. 초저출산 시대를 역행하는 높은 출산율로 GOODTV, 부산CBS, <선교타임즈>, <월간교회성장> 등에 미담 사례로 소개됐지만, 그 뒤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었다.

<뉴스앤조이>는 목사의 성추행 사건으로 충격을 받아 교회를 떠난 교인 10여 명을 만났다. 조 아무개 목사 부부가 교인들을 가스라이팅해 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교인들은, 교회 내에서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목사 부부가 정해 준 사람과 연애해야 했고, 아이를 갖지 못하면 기도와 헌금이 부족하다는 말을 듣는 등 비난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성추행으로 2년을 선고받은 조 아무개 목사는 각종 매체에 출연해 ㄷ교회를 출산율에 이바지하는 모범 교회라고 소개했다. 뉴스앤조이 안디도
성추행으로 2년을 선고받은 조 아무개 목사는 각종 매체에 출연해 ㄷ교회를 출산율에 이바지하는 모범 교회라고 소개했다. 뉴스앤조이 안디도
마음에 안 들어도 "일단 만나 봐라"
출산 못 하면 "헌금과 기도 부족 때문"

조 목사는 평소 언론 인터뷰에서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을 수시로 자랑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교회 청년끼리 열아홉 쌍 결혼했다. 결혼할 때 4명 이상 낳지 않으면 주례하지 않겠다고 하며 일단 약속을 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청년들은 조 목사와 아내 하 목사가 이사, 연애, 결혼, 출산 등 삶 전반을 통제했다고 말했다. 먼저 교회 내에서 교제를 시작하려면 조 목사에게 말해야 했다. 2023년 3월 5일, 예배에서 조 목사는 "빨리 결혼해야 한다고 하니까 뒤에서 자기들끼리 (연애)하지 말고 정식적으로 사귀려면 나한테 이야기를 하고 6개월 안에 결혼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목사 부부가 상대를 정해 주면 싫더라도 일단 만나 봐야 했다. ㄷ교회 교인이었던 B는 "기도회가 끝난 후 계단에서 조 목사를 만났는데 지금 남편과 '결혼해 봐라'고 말했다. 너무 당황스러웠다"며 "남편이 내 스타일이 너무 아니라서 싫어했다. 주변 사람들과 남편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교인들 모두 '괜찮은 사람이니 만나 봐라. 교회 안에서 결혼해야 한다'라고 말하며 분위기를 조성했다. 너무 싫더라도 세 번은 만나봐야 한다는 규칙이 있었다 "고 말했다.

그럼에도 B는 평소 목사 부부가 순종과 복종을 강요했기 때문에 결혼을 강행했다. 그는 "(친한 교인에게) 진짜 죽어 버리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순종하는 마음뿐이었다. 그냥 빨리 해치우자는 생각으로 결혼을 진행해 버렸다. 조 목사가 순종이 안 되면 복종이라도 하라고 항상 말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가스라이팅 중 하나였다"라고 털어놨다.

한 교인은 복종을 강요했던 조 목사와 하 목사가 결혼 상대를 추천하면 청년들은 원하지 않더라도 만나봐야 했다고 증언했다. 뉴스앤조이 안디도
한 교인은 복종을 강요했던 조 목사와 하 목사가 결혼 상대를 추천하면 청년들은 원하지 않더라도 만나봐야 했다고 증언했다. 뉴스앤조이 안디도

아내 하 목사는 짝을 정해준 뒤 이들이 이어지도록 다른 청년들에게 분위기를 조성하라고 종용하기도 했다. 교인 C는 "하 목사가 결혼할 시기가 된 청년들에게 마음에 드는 사람은 없는지 물어본다. 이어 본인(하 목사)이 생각하는 청년은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다. 그러면 모두 선동을 해서 분위기를 만든다"라며 "(하 목사가 정한 상대를) 싫어하는 청년이 있으면 따돌림을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교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목사 부부가 짝을 정해 억지로 결혼한 부부는 최소 6쌍이다. ㄷ교회 청년부 인원이 30여 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절반 정도는 원치 않는 결혼을 한 셈이다. B는 "그냥 (서로) 좋아서 만난 커플은 거의 없다. 오히려 좋아하는 사람끼리 만나면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반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출산도 의무였다. 조 목사는 평소 교인들에게 4명 이상 자녀를 낳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높은 출산율은 그에게 자랑이었고, 교인들은 순종해야 했다. 조 목사는 예배에서 "우리 교회 (출산율)은 4.2명이다. 대단하다. 우리 앞으로 더 낳아야 된다. 4명 낳지 않으면 결혼 주례 안 한다. (4명이) 내 목표다. 청년들 잘 알아들으라"고 말하기도 했다.

말씀에 순종한 부부들은 자녀를 3명 이상 출산했다. 하지만 노력해도 아이가 생기지 않는 부부도 있었다. 그들은 정죄 대상이었다. 결혼 후 자녀를 낳지 못한 어느 교인은 "조 목사가 모임에서 아이가 금방 생긴 부부는 기도를 열심히 하고 하나님이 사랑하는 가정이라고 했지만 우리처럼 아이가 없는 경우는 헌금과 기도를 잘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이 낳기 좋은 교육 환경?
교회 운영 교육기관은 '엉터리'

교인들은 조 목사 부부가 교회 부설 선교원·학원을 운영하기 위해 교인들에게 출산을 강요한 건 아닌지 의심한다. 평소 조 목사는 선교원과 학원을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부모들이 스스로 이런 교육 환경이면 자녀를 많이 낳을수록 유익하고 좋겠다는 생각을 자동으로 가졌다"라고 밝혔다. 교회가 최고의 양육 환경을 제공하니 청년들이 알아서 아이를 낳더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말과 다르게 대다수 교인은 선교원과 학원을 보내고 싶지 않아 했다. 오히려 값비싼 교육비 때문에 생활고에 시달렸다.

교회는 ㅁ선교원과 ㅇ학원을 운영했다. ㅁ선교원은 7세 이하 아동을 돌보는 유치원 역할을 했고, 2011년 개업한 ㅅ학원은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모집해 대안 학교처럼 하루 종일 아이들을 가르쳤다. 교회를 다니는 부부들이라면 자녀를 반강제적으로 선교원과 학원으로 보내야 했다. 선교원에서 직원으로 일했던 D는 "원생이 많을 때는 두 기관을 합쳐 50여 명이었다"고 말했다. 교인 수가 약 200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대다수 아이가 이곳을 다닌 셈이다.

학원과 선교원에 전문성 있는 직원은 몇 없었고, 대부분 교인의 봉사로 아이들을 돌봤다고 말했다. D는 "강사로 등록된 사람은 2명 정도였다. 교인들의 회비로만 운영하니 (재정적으로) 제한이 있어서 실업 급여를 받는 교인이나 육아휴직 중인 교인에게 적은 금액을 주고 일을 하게 했다"고 말했다.

어린아이를 둔 교인들은 선교원이 아이 낳기 좋은 교육 환경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안디도
어린아이를 둔 교인들은 선교원이 아이 낳기 좋은 교육 환경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안디도

교회 안에서 결혼한 부부들은 아이를 낳더라도 교육 기관에 보내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교회를 떠난 E는 "말이 선교원이고 대안 학교(학원)지 사실 전문가가 한 명도 없다. 선교원은 그냥 보육원이라고 생각하며 된다. 옛날에 서로 친한 옆집에 잠시 아이를 맡기는 느낌이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처럼 프로그램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학원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교인이었던 F 또한 "(아이를 낳더라도) 선교원에 절대 안 보내겠다고 어머니에게 말했다. 선생님 중에 딱히 전문가가 없었다. 그곳에서 자란 아이들을 보면 배우는 게 많지 않은 것 같고 방치된 느낌이 들었다. 항상 혼내기만 했다"고 말했다.

아이들도 선교원에 가고 싶어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두 아이를 선교원에 보냈던 G는 "(ㄷ교회를) 나와서 아이를 다른 어린이집에 보냈다. 혹시 다시 선교원에 가고 싶냐고 물으니 바로 절대 안 갈 거라고 강하게 부정하더라"고 말했다.

H 또한 선교원에 다녔던 첫째가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종일 선교원에 있으면서 즐거운 시간도 있었겠지만 혼날 때가 많았다. 토요일 모임과 주일예배에도 소리 지르거나 눈에 띄는 행동을 하면 또 혼이 났다. 아이가 계속 억압됐다"면서 "선교원에 나온 뒤 육아 종합 센터에서 최근까지 상담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비싼 학비에 교인들 생활고
별도 계좌 만들어 불법 운영한 정황까지
ㄷ교회가 운영하는 선교원과 학원을 보낸 교인들은 비싼 학비와 추가 비용이 큰 부담이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안디도
ㄷ교회가 운영하는 선교원과 학원을 보낸 교인들은 비싼 학비와 추가 비용이 큰 부담이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안디도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니, 보육에 들어가는 비용은 아이를 보낸 교인들이 감당해야 했다. E에 따르면 초등학생은 기본 60만 원, 중학교부터는 100만 원씩 회비를 내야 했다. 선교원은 나이에 따라 30만 원에서 60만 원을 받았다. 선교원에 두 명의 아이를 보냈던 한 교인은 "두 아이 선교원 비로 70만 원을 냈다. 그것 뿐 아니라 냉난방비, 재료비, 교재비, 체험 학습비를 따로 냈고, 물티슈를 따로 한 박스씩 보내달라는 등 내야 할 돈이 너무 많았다"라며 "어느 교인은 학원에 나가는 돈이 너무 많이 들어 '쓰리잡'을 뛴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했다.

학원 운영을 불법적으로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두 기관에서 모두 일했던 E는 원장인 하 목사가 교육청에 신고한 금액 외에도 따로 계좌를 만들어 추가 교육비를 받고 후원금까지 모았다고 말했다. E는 "학비를 받고 월급이 나가는, 교육청에 신고하는 계좌는 한 개였다"면서 "학원비만 받는다고 신고했는데 사실은 기숙사비, 식비, 의류비 등을 받았다. 이것들은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제2의 통장으로 식비, 의복비, 기숙사비, 교재비, 견학비 등을 받았다. 제3의 통장으로 후원금을 받았는데 (사용 내역은) 알 수 없다. 후원 계좌 통장으로 들어온 건 하 목사나 조 목사 계좌로 다시 입금됐다"고 말했다.

하 목사가 학원비를 게시·표시한 금액을 초과해 받았다면 이는 불법이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만약 30만 원을 등록해 놓고 실제로 학생들에게 50~60만 원씩 받고 있다면 일부러 교육청을 속였다고 볼 수 있기에 합당한 행정처분을 받겠지만, 폐업한 학원을 상대로는 불가능이다. 만약 (서류상으로) 폐업을 했다 하더라도 학원을 운영 중이라면 수사 의뢰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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