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교 판결 효력 정지' 가처분, 10개월 만에 결론…"피해자 진술 일관되고 신빙성 있어"
[뉴스앤조이-최승현 편집국장] 여성 전도사를 성추행한 죄로 교단에서 출교 판결을 받은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김정석 감독회장) 충신교회 전 담임목사 배철희 씨가 법원에서도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2월 6일, 배 씨가 낸 '연회재판위원회 판결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서울남연회 재판위원회(김문철 위원장)는 지난 2월 배철희 목사를 출교했다. 그러나 배철희 씨는 시종일관 결백을 주장해 왔다. 그의 주장은 크게 세 가지였다.
1. 자신은 교회 전도사 B를 강제로 추행한 사실 자체가 없다.
2. 설령 강제추행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교리와장정에 '성추행'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3. '성추행'을 처벌할 수 있다 하더라도 재판이 편파적으로 진행됐으며, 출교 판결은 너무 가혹하다.
배철희 씨가 가처분에서 기대를 걸 만한 요소는 몇 가지 있었다. 우선 경찰은 그의 강제추행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불송치를 결정했다(현재 이 사건은 피해자의 이의신청으로 검찰에 송치돼 검찰 계류 중이다). 또한 사건 당시 교리와장정은 "부적절한 결혼 또는 부적절한 성관계를 하거나 간음하였을 때"만 처벌 대상으로 삼을 뿐 성추행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았다. 출교가 교리와장정이 정한 가장 최고형인 점에서도, 목사직 정직·면직이 아니라 감리회에서 쫓아내는 출교까지 한 것은 과도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법원은 배 씨의 주장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출교 판결이 허위 사실에 근거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려우며, 오히려 피해자를 강제 추행한 사실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채권자(배철희)가 있는 방에 들어가자마자 채권자가 자신을 강하게 끌어안았다"는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인 세부 사항이나 사소한 내용에서 발언이 일치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는 진술의 신빙성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서울남연회 재판위원회는 교리와장정이 규정한 '간음'을 '성경상의 간음'으로 해석해 배철희 씨를 출교했다. 이것은 장정유권해석위원회의 유권해석에 근거한 것이었다. 장정유권해석위원회는 성경이 "음욕을 품고 여자를 보는 자마다 마음에 간음하였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성관계만을 전제하는 것이 아니라 성추행이나 음란 행위 등을 모두 포함할 수 있다고 봤다. 법원은 종교 단체의 이러한 자율적 판단을 존중할 필요가 있고, 이 유권해석이 현저히 정의 관념에 반하는 경우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장정유권해석위원회의 적극적인 해석과 함께, 성폭력대책위원회 등의 장정 개정 운동도 이번 사건에 영향을 미쳤다. 원래 감리회 교리와장정은 성폭력 범죄에 관한 고소 기한을 5년으로 규정하고 있었는데, 감리회 양성평등위원회와 성폭력대책위원회 등은 매년 입법의회 때마다 성폭력 처벌 범위 확대 및 피해자 보호 조치를 위한 재판법 개정 운동을 주도해 왔다. 그러한 결과로 2021년 입법의회에서는 성폭력 사건에 관한 고소 가능 기한이 5년에서 7년으로 연장됐다.
이에 따라 2017년 배철희 씨에게 강제 추행을 당했다고 진술한 피해자는 2023년에 그를 고발할 수 있었다. 만약 2021년 입법의회에서 이 조항이 개정되지 않았다면, 이번 성추행 사건은 2022년 고소 기한이 만료돼 교단 법으로 처벌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배철희 씨는 고소 기한을 법 개정 전인 '5년'으로 봐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으나, 법원은 배 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출교 판결이 무겁다고 주장한 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교인들의 성 비위를 이단 행위와 동일하게 처벌하도록 하고 있고, 채권자(배철희)는 교인들의 영적 지도자로서 일반 교인들보다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책임, 역할이 요구되는 점" 등을 들어, 출교 판결이 정의 관념에 반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충신교회 교인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 가처분 결과가 나왔으니 교회가 조속히 안정을 되찾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 교인은 11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이제 연회가 조속히 새 담임자를 파송하고 연회의 일을 해 주기 바란다. 또한 교인들도 다시 돌아오기를 바란다. 잘못을 한 사람은 한 명(배철희)이다. 그게 왜 온 교인들의 문제가 되어야 하는가. 교회가 갈라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반면 배철희 씨 측은 충격에 빠졌다. 애초에 그가 총회 재판위원회에 항소하지 않고 법원에 출교 효력 정지 가처분을 낸 것도, 곧장 가처분이 인용돼 복귀할 수 있을 거라는 계산에서 비롯한 것이었다. 그래서 출교 판결이 확정되는 것을 감수했다. 그는 곧 교회에 복귀할 수 있을 거라며 사택을 비우지도 않았고, 교회 교육관에서 일부 교인들과 분리 예배를 열어 왔다. 배철희 씨와 함께 예배하는 교인들도 법원에서 모든 진실이 드러날 거라면서 가처분 결과만을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서울남연회도 만에 하나 배철희 씨의 출교 효력이 정지되어 교회로 돌아가는 경우를 가정해, 출교 판결이 확정된 이후에도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출교 판결이 부당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배철희 씨 측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한 장로는 12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아직 끝난 게 아니니 조금 더 기다려 봐야 한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엔 한계가 있고 그걸 뒤집을 수 있는 건 하나님뿐이다. 당장은 아닐지라도 언젠가는 그렇게 될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법원 결정을 비판했다. 그는 "8개월 이상 끌고 가는 가처분이 어디 있느냐. 애초에 예정되어 있던 것 아닌가. 우리는 희망 고문을 당했다"고 분노했다.
그는 서울남연회와 충신교회 교인들도 비판했다. "무슨 루머 하나로 목사를 출교시키느냐. 믿음 없는 사람들이 얼마나 흉을 보겠느냐. 기독교는 용서의 종교 아닌가. 자기네들이 무슨 하나님도 아니고 무슨 명분으로 하나님이 세우신 목회자를 함부로 하는 거냐"면서 "주님 앞에 섰을 때 그만한 죄 없는 사람은 없다"고도 말했다.
"돌아오면 좋겠다"는 충신교회 교인의 말과 달리, 이들은 배철희 씨의 목사 신분이 변화하더라도 충신교회에 남은 교인들과 함께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너무 고생을 많이 해서 힘들지만 입장은 변함없다. 저들과 같이 예배드릴 수 없다. 저들이 '목사를 쳐내겠다'고 작정한 목표는 달성했을지 모르지만 많은 교인을 잃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