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신교회 교인들 "피해자에 사과하거나 인정한 적도 없는데 재심 받아 줘" 분통
[뉴스앤조이-엄태빈 기자] 여성 전도사를 강제 추행해 출교 판결을 받은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김정석 감독회장) 충신교회 전 담임목사 배철희 씨가 교단에 재심을 청구했다. 교인들은 배 씨가 교회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분노에 휩싸여 있다.
배철희 씨는, 지난 2월 25일 서울남연회 재판위원회(남회우 위원장)에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 청구서에서 그는 "사회법에 고소한 내용 자체를 보아도 간음에 대한 언급이 없고, 교리와장정에 범과로 명시된 간음의 범과를 '성경적 간음'을 의미한다고 억지 해석하여 출교 판결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 2월 13일 서울남연회 장정유권해석위원회에서 교리와장정에 명시한 간음을 성경적 간음이라고 볼 수 없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댔다. 또한 두 개의 성추행 혐의(껴안은 것과 손잡은 것) 중 검찰이 껴안은 혐의만 기소하고 손을 잡은 부분은 불기소한 것도 재심 사유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신교회 교인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범행 당시의 교리와장정에는 '성추행'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었으나, 총회 장정유권해석위원회에서 '간음'은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성추행도 이에 포함된다는 해석을 내놓아 '출교'됐기 때문이다. 총회 하위 기관인 연회 장정유권해석위원회의 유권해석을 받아 재심 사유로 제시했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 배 씨는 피해자에게 사과하지 않았고, 출교 이후에도 담임목사 사택에 불법으로 거주하고 퇴거 요청에 불응하는 등 잘못을 뉘우치려는 태도 역시 보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법원은 지난해 12월 배 씨가 신청한 출교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출교 판결이 정당하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법원은 총회 장정유권해석위원회의 '성경적 간음' 유권해석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봤고, 출교 판결 역시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담임목사에게 지나치게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감리회 교리와장정은 "유죄의 확정판결에 관하여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가 허위로 드러났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가 나타난 때"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무조건 재심이 개시되는 것은 아니고, 재판위원회가 재심 청구를 이유 있다고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서울남연회 재판위는 배 씨의 재심 청구가 이유 있다며 재심 개시를 결정하고, 17일 서울 광화문 서울남연회 본부에서 첫 공판을 열었다. 재판은 비공개로 약 1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충신교회 교인들은 재판이 열리기 30분 전부터 피켓을 들고 서울남연회 앞에서 침묵 시위를 했다. 이날 기자와 만난 한 교인은 "어떻게 사람이 이럴 수가 있나. 이제야 교회가 좀 안정을 찾나 했더니 또 우리를 힘들게 할 줄은 몰랐다. 감리회도 왜 재심을 받아들인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교인은 받은 상처가 회복되지 않아 교회도 다니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나는 목회자들이 이렇게 썩은 줄 몰랐다. 이제는 어떤 목사의 설교도 듣기가 힘들다. 저 사람 속에도 다른 꿍꿍이가 있겠지 판단하고, 저렇게 설교하지만 저 사람을 믿을 수 있을까 의심하느라 은혜가 안 된다. 우리한테 복음을 그렇게 강조하면서 어떻게 이렇게 큰 상처를 주고도 아무 말 없는가. 그 어떤 목회자들에게도 신뢰가 가지 않고 교회를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인은 <뉴스앤조이>에 "재판위는 배철희 씨가 제출한 서면을 알리거나 다루지 않았다. 청구인과 피청구인이 상대가 제출한 서면에 대해 심문하거나 반박할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면서 재심 재판 절차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재심에서 출교 판결이 뒤집어지면, 충신교회는 다시 한 번 혼란에 빠지게 된다. 서울남연회 유병용 감독이 최근 충신교회에 담임목사를 직권 파송해 이제 안정을 찾아가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배철희 씨가 강제 추행 혐의로 기소된 사실이 알려지자 배 씨에게 실망한 교인 일부가 배 씨 쪽을 이탈해 충신교회로 되돌아오기도 했다.
<뉴스앤조이>는 재판을 마치고 나오는 배철희 씨와 남회우 재판위원장에게 입장을 물었으나, 이들은 답하지 않은 채 자리를 피했다. 재판위는 4월 22일 재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